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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안사위(居安思危)의 시대

김재호 선임기자
김재호 선임기자

‘전북 330번째(완주) 확진자 발생. 강서구 확진자와 접촉. 방문지 소독 완료. 접촉자 역학조사 중이며, 확진자 방문 장소는 홈페이지 공개 예정.’

얄밉게도, 코로나19가 지난 10개월 넘게 청정 상태를 유지해 온 완주를 못 본 척 하고 지나가지 않았고, 완주군은 지난 11월 30일 아침 8시33분에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른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해야 했다.

공식적으로 코로나19 안전지대, 청정 완주의 벽이 무너진 순간이다.

이것이 완주군에는 충격이었을까. 확진자 발생 안내 문자에 이어 출입기자들에게 ‘이서면 지역 코로나 2단계 격상 관련’ 긴급 브리핑을 하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이날 브리핑에서 라태일 부군수는 “지난 한 주 동안 하루 평균 14명의 확진자가 계속 발생한 점, 확진자가 주로 발생한 익산·전주·군산이 완주군과 생활권을 공유하는 지역인 점, 군산이 28일부터 익산·전주는 30일부터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하고 있는 점, 이서면이 전북혁신도시에 포함돼 유흥시설과 음식점 등 중점관리시설이 밀집한 점 등 어느 때보다 감염 우려가 크다고 판단, 12월 1일 0시부터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 격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군민의 불편과 경제적 어려움이 크겠지만,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모든 군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군민과 사업주의 적극적인 방역 참여를 호소했다.

하지만 이번 이서면 2단계 격상 조치는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라태일 부군수는 “이서면 외에도 전주 변두리에 위치하면서 인구 밀집 및 유동이 많은 삼례읍, 봉동읍, 용진읍, 구이면 등에 대해서도 향후 예의 주시하며 판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칫 사후약방문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완주군 주민 확진자는 30일 현재 모두 5명이지만 공식적으로는 1명 뿐이다. 이유는, 방역당국이 확진된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를 분류하는 탓에 인근 전주 소재 직장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4명의 완주 주민 확진자가 코로나19 집계에서 전주로 잡힌 탓이다.

첫 확진자는 전주 직장에 다니는 30대 A씨였다. 지난 22일 그가 확진자로 밝혀지면서 완주 고향집에서 주민 3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김장김치 담그기가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고, 해당 주민들에 대한 검체 채취 및 검사 의뢰가 이뤄졌다. 설상가상, 공무원 1명이 김장 모임에 참석했던 사실도 밝혀져 해당 공무원이 참석했던 완주군의회가 하룻동안 정회되는 소동도 빚어졌다. 다행히 추가 확진자가 없어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최근에는 이서면에서 전주 소재 직장에 다니는 부부 등 3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운주면에서는 강서구 확진자와 함께 전남 여수 여행을 다녀온 확진자가 1명 발생했다.

그동안 청정했지만, 완주군 상황도 간단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완주군은 전주시를 휘감고 있다. 그 중에서 이서와 삼례, 봉동, 고산, 용진, 소양, 상관, 구이 등은 서울 수도권 위성도시들처럼 인구 이동이 많은 곳이다. 젊은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소위 ‘트렌드 카페’도 많고, 맛있는 음식점도 적지 않다. 완주군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지역을 넓히면 그들 지역의 경제 타격을 우려한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요즘 전북의 코로나19 확산세는 지난 두 번의 대유행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 그런 측면에서 당장의 경제적 이익과 향후 우려되는 경제적 손실을 제대로 비교 분석,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거안사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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