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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발견

이주경 (전주문화재단 문예진흥팀 주임)

이주경 (전주문화재단 문예진흥팀 주임)
이주경 (전주문화재단 문예진흥팀 주임)

요즘 나는 취향의 발견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연말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황금 같은 휴식에 마음을 편히 놓지 못한 건 지난 몇 년 간 이어오던 일상이 멈췄을 때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작년 한 해 우리는 겪어본 적 없는 공포를 마주해야 했다. 우리는 물리적으로 고립된 일상으로 살아가기를 요구받는 사회에 살고 있다. 나는 그저 혼란스러운 상황에 장기적인 계획 실천을 위한 걸음을 떼기보다 작금의 현상을 받아들이고 기존의 이슈와 가치들을 재점검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사회현상에 대한 이해와 그에 따른 실천 가치보다는 개인에 대한 이야기다.

앞서 이야기했듯 나에게 주어진 고립된 쉼 앞에 나에게 집중해보고자 했다. 사실, 그것 말고는 이 시국에 딱히 여행을 간다거나 영화나 전시, 공연을 보러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저 늦잠을 자고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며칠이 흐르고,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새삼 무미건조한 나의 주변과 일과 관련된 물건들 말고는 재미를 느끼며 할 수 있는 것 즉, 취향이 반영된 것이 거의 없는 내 사적 공간구성에 적잖이 놀랐다. 이렇게 재미없는 사람이었나 싶은 마음과 함께, 나에겐 조금은 당황스러운 이번 시간이 취향에 대하여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된 듯하다.

잠시 취향에 관한 연구에 대해 간략하지만 흥미로운 내용을 언급해 볼까 한다. 사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복잡다단한 선택지 앞에 서게 되는데, 100% 그렇지는 않지만, 개인의 선택을 좌우한다고 여겨지는 것은 취향이다. 취향은 1970년대, 90년대 이후 그리고 현시대까지 각각 다른 시각과 의미로 규정되어 왔다. 시대별 대표적인 이론을 소개하자면,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다른 사회 계층끼리 차별화되는 문화 소비패턴에 의해 취향이 구별된다고 보고 이를 아비투스 개념을 이용해 취향의 동질성은 계층에 속한 구성원들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90년대 이후 취향을 통해 계층 간 구별되는 지점을 중요한 포인트로 여기지 않으며, 소위 고급 취향과 저급 취향을 나누는 기준이 무의미함을 여러 연구자가 주장하기도 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기존의 이론들의 주장하는 특정 계층만의 취향으로 여겨지는 콘텐츠들이 그들만의 전유물로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현대 사회에서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및 다양한 플랫폼의 확산으로 콘텐츠가 개인에게 공유되고 소비되는 방식은 이전 세대에 비해 확실히 접근성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이제 취향은 특정 집단을 규정짓는 패턴이 아닌, 개인의 성향에 대한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의 다양화 안에서 생각 볼 이슈가 있다. 이번 글에서는 분량 관계상 이 내용을 자세히 다룰 순 없지만, 우리는 큐레이션이 지나치게 발달한 알고리즘 환경에서 가진 취향이 과연 온전히 그 개인의 기호에 의해 형성된 취향일지 아니면 어떤 선택하고 볼 수 있는 권한조차 단절되어 특정 취향을 강요받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 좋은 취향을 가진다는 건 단순히 운 좋은 발견일 수도 부단한 노력일 수도 있다. 취향을 그저 받아지는 정보에 의해 수동적으로 형성되는 것에서 벗어나 온전히 진짜의 취향을 발견하는 노력을 해보는 건 어떨까. /이주경 (전주문화재단 문예진흥팀 주임)

△이주경 주임은 숙명여자대학교에서 문화예술경영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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