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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르지만, 안다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누구도 알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이 바뀔 수 있음을. 마스크, 비대면, 거리두기는 배고프면 밥을 먹듯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금방 끝나겠지’하는 희망으로 버텼다. 코로나가 시작된 지 한 해가 지났다. 코로나는 더 심해지고, 끝은 보이지 않는다. 누구도 코로나19 이후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모르지만, 안다. 우리의 일상은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새로운 전염병이 위협할 것임을 우리는 안다.

“바이러스와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인류는 변해야만 한다. 변하지 않으면 인류는 종말을 맞을 것이다.”

영국의 인류학자인 제인 구달의 말이다. 그녀는 코로나19로부터 인간이 얻어야 할 가장 큰 교훈은 인간과 자연과 동물의 새로운 관계 맺음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자연을 존경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 존중과 존경은 인간이 사는 도시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도시에서의 이동과 접촉에 제한되면서, 도시의 변화와 방향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바이러스의 유행을 대비하기 위해 앞으로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인간과 기업이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도시에서 만들어볼 기회이기도 하다. 이제 도시의 철학이 바뀌고, 도시의 공간도 재편될 것이다. 자연과의 공존을 위한 인간의 새로운 도전으로 도시의 재발견과 재배치가 이루어진 도시. 자연과 더불어 살려는 도시만이 인간이 살고 싶고, 머물고 싶은 도시가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갈림길 위에 서 있고, 역사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도시는 기억이 쌓인 공간이다. 추억과 역사는 그 도시의 특별한 힘이다. 특별한 힘은 도시의 미래를 결정한다. ‘오래된 미래’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역설적인 제목이다. 스웨덴의 인류학자 노르베리 호지의 책이다. 역설적인 제목에는 작가가 말하려는 핵심이 담겨있다. 그녀는 과거에서 도시의 새로운 내일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도시가 발달할수록,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자연과 다시 연결되기를 원한다. 삶의 속도를 늦추며, 인간적인 커뮤니티를 만들기를 선호한다. 잘 보존된 자연과 잘 지켜진 전통만이 도시가 택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길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코로나19는 인간의 삶에도 질문을 던졌다. 눈 비비면 달라지는 세상. 작은 틈도 견디지 못해 스마트폰을 들여다봐야 하는 세상. ‘빨리빨리’를 외치며 달음질치는 세상을 살던 인간은 코로나19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바쁘게 살아왔는지, 관계의 쉼표를 가지지 못했는지 아쉬움만 남는다. ‘더 많이, 더 빠르게’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코로나19는 ‘느리게, 조금 적게’라는 선물을 주었다. 우리는 몰랐지만,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인류 문명의 발달은 동물의 희생과 자연의 파괴를 수반했다. 자연은 원했다. 인간이 생산과 소비를 낮추고, 자연과 공존할 것을. 인간은 깨닫지 못했다. 결국, 코로나19는 깨닫지 못한 무지한 인간을 향한 자연의 경고였다. 자연의 주인이라 생각했던 인간은 코로나19로 지금, 처절하고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있다. 자연의 공격과 인간의 방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모르지만, 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우리는 영원히 패배할 것임을.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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