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표 디지털콘텐츠본부장
“학생 수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신도심으로 학교를 이전해놓고, 2000세대가 넘는 아파트가 들어서면 다시 학교를 지을 겁니까?”
최근 열린 전주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회의에서 A 의원은‘전라중학교 일원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에 대한 집행부의 설명을 듣고 “미래를 바라보지 않은 탁상행정이다. 웃기는 행정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교육청이 이미 재개발사업이 예정된 지역에 있는 중학교를 현재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에코시티로의 이전을 결정한 데 대해 문제점을 비틀어 꼬집은 것이다. 실제 지역사회 공론화 과정도 없이 에코시티로의 이전 대상 학교로 전라중을 선정한 전북교육청은 지난해 10월 학교 이전 제안 설명회에 이어 학생과 교직원·학부모를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 84.6%의 찬성으로 전라중 이전을 결정하고 이를 발표했다. 교육청은 설명회를 통해 학교 이전 전후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과 함께 전주교육지원청 이전 등 현 전라중 부지 활용계획을 역점 홍보했다. 반면 학교 이전 논의에 당연히 검토 대상이 돼야했을 2300여 세대의 대규모 아파트단지 조성계획은 어디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전라중학교 일원은 이미 지난 2006년 7월에 주택재개발정비 예정구역으로 지정 고시됐고, 학교 이전 찬반투표를 한 시점인 지난해 10월 전후에는 정비구역 지정 주민의견 청취 및 공람, 주민설명회 등의 절차가 잇따라 진행됐다. 전북교육청이 이전·통폐합 대상 작은 학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전주시와 사전에 협의했거나 주민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제대로 거쳤다면 당시 이슈가 됐던 재개발사업이 분명 거론됐을 것이고, 전라중 이전 결정이 그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되지는 않았을 터이다. 물론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학교 수 증가를 억제하면서 사실상 학교 신설과 작은 학교 통폐합을 연계하고 있는 교육부와 하루빨리 학교를 세워달라고 요구하는 신도심 주민들 사이에서 애를 태워 온 전북교육청의 고충도 이해한다.
하지만 결과를 떠나 민주적인 토론과 절차의 정당성은 지켜져야 한다. 조직 내 전담부서까지 신설하면서 민주시민교육을 부쩍 강조하고 있는 전북교육청의 최근 행보에 비춰보면 아쉬움이 크다. 적어도 전주시와는 사전에 긴밀한 협의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 전주시와 전주교육지원청이 최근 교류와 소통을 강화하면서 교육협치의 새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지역사회에서 학교의 위상은 단순한 교육시설에 그치지 않는다. 특정 지역의 정주여건을 가늠하는 지표이며, 지역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공간이다. 특히 공동체 도시를 지향하면서 도시재생·주거지 재생 전략을 역점 추진하고 있는 전주시의 경우 원도심 공간에서의 학교의 의미는 더욱 특별하다.
학령인구 감소를 넘어 지방소멸의 위기를 맞은 현실에서 신도심으로의 학교 이전, 농어촌 작은 학교 통폐합 등 지역사회 학교 재배치의 필요성을 이제 외면할 수는 없게 됐다. 당장 전라중 사례와 같은 도시 소규모 학교 이전(통폐합) 사업이 전북교육청의 당면 과제로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학교의 설치·이전 및 폐지는 교육감이 관장하는 사무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의 학교의 위상과 역할을 고려하면,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이전·통폐합 대상 학교를 정하는 탁상행정은 이제 없어야 한다. 교육기관과 자치단체, 그리고 지역사회가 학교 재배치 방식과 대상 학교 선정 및 절차 등에 대해 혜안을 나눌 수 있는 공론의 장부터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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