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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참패, 전북정치권 뼈에 새겨야

잇따른 실정 도덕성 문제 민심이반
전북현안 대통령 약속 이행 공염불
청년 인구 유출 대안 부재 큰 문제

권순택 논설위원
권순택 논설위원

이번 서울과 부산시장 재·보선 결과를 보면 민주당으로선 참담할 정도로 패배했다. 국민의힘 텃밭인 부산시장 선거는 기대난망이었더라도 서울시장 선거마저 25개 자치구 가운데 단 한 곳도 더불어민주당이 앞서지 못한 채 참패한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지난 제7회 지방선거에서 서초구를 빼곤 24개 구청장자리를 독식했었다. 지난해 4월 치러진 21대 총선 때는 강남·서초·송파와 용산 등 4곳을 제외하곤 서울 지역구 49석 가운데 41석을 싹쓸이했다. 그렇지만 불과 1년 만에 서울민심이 싸늘하게 돌아섰다.

촛불 정국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개혁을 기치로 한때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안희정 충남지사에 이어 오거돈 부산시장,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문이 이어지면서 진보세력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입시문제가 불거지면서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공평과 공정, 정의는 실종되고 반칙과 특권 없는 나라는 빛이 바랬다. 25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지만 뒷북만 쳤고 풍선효과로 지방까지 투기장으로 변질된 데다 급기야 LH직원 땅투기 문제가 터지면서 국민적 분노가 폭발했다. 그런데도 개혁과 적폐 청산만 계속 외치니 내로남불이라는 비난만 자초했다.

한번 신뢰를 잃으면 회복하기는 어렵다. 민주당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한다고 하지만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청와대도 총리를 비롯한 개각과 참모진 개편을 앞두고 있지만 한번 이반된 민심을 되돌리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20·30대가 민주당에 등을 돌린 것이 문제다. 그동안 젊은 층은 진보진영의 지지기반이었지만 이번 재·보선에선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데다 불평등·불공정과 젠더 이슈 등이 겹치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정권 심판으로 이어졌다.

전북정치권은 이번 재·보선 결과를 서울의 특수한 상황으로만 인식하면 오산이다. 전북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실정이 이어지면 전북도민은 언제든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 지난 20대 총선 때 민주당이 전북에서 참패한 것은 텃밭 정서에만 기댄 채 무기력과 무능을 보여 온 탓이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전북을 다시 석권할 수 있었던 것은 후보 개개인의 역량과 인물론보다는 대안 세력 부재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전북 발전을 염원하는 도민들의 선택이었다.

그렇지만 지난 1년 동안 전북정치권의 역할과 역량이 도민들의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 물론 힘 있는 다선·중진 의원의 부재도 있지만 정치적 구심력과 투지도 약해 보인다. 대통령이 약속한 제3금융중심지 지정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은 사실상 공염불이 됐는데도 누구 하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없다. 광주·전남의 숙원인 한전공대법은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지만 폐교된 서남대 의대 몫으로 부지까지 마련한 남원 공공의대법은 여태껏 오리무중이다. 새만금과 그린뉴딜, 국가예산 확보 등에서 나름 선전했다고 내세우지만 타 시·도와의 차별성은 별로 없다.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와 관련, 지방의원에 대한 전수조사 요구가 거세지만 전북지역 시·군의회는 응답이 없다. 일부 도의원의 투기 의혹 보도가 잇따르면서 전주시의회와 전북도의회가 전수조사에 응하기로 했으나 의원 개개인의 동의 절차는 부진한 실정이다.

인구 180만 명 붕괴가 현실화하고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등지는 20·30대가 매년 1만여 명에 달하지만 청년 일자리 해결엔 뾰족한 대안이 없다. 이대로 가면 시·군 소멸은 물론 전북마저 존폐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정치권과 자치단체는 여전히 뜬구름 잡는 얘기만 내놓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북정치권은 이번 재·보선 결과를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 텃밭이라 해서 안이한 생각과 자만에 빠지면 다시 도민의 심판대에 설 수밖에 없다. /권순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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