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교단에 계신 선생님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시 구절이다. 좋은 수업을 하고 아이들 지도를 잘 하려고 고민하는 선생님들이 서로 아픔을 나누면서 눈시울을 적시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만의 빛깔을 가진 수업을 하고, 아이들이 의미 있는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끝없이 고민하면서 애쓰고 있다.
교직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선망되는 직업 중 하나이다. 신분이 안정되어 있고 보수도 상당 폭 현실화되어 있다. 하지만 교사에 대한 학생, 학부모, 사회의 인식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책상에 엎드려 있는 학생을 일으켜 세웠다고 벌금형을 받은 최근(2021.02)의 일은 단적인 사례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다. 교실은 우리의 삶을 바꾸어가는 공간이다. 선생님들은 성적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에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일탈하지 않는다. 말 한 마디에 마음을 담아 아이들에게 준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지켜주기 위해 오늘도 묵묵하게 버텨내고 있다.
선생님과 함께 배우는 학생들은 하나하나가 낯선 행성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만큼이나 우리 아이들은 빨리 변한다. 선생님들이 다루는 학습내용은 인류가 발명한 현재까지의 지식을 가지고 다가오는 ‘미래’를 다루는 일이다. 따라서 선생님들은 흔들리고 상처받으면서도 끊임없이 고뇌하고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는 노력을 한다.
우리 선생님들은 설렘 속에 열정으로 아이들을 지도하다가도 어느 순간 먹먹해지고 무력감이 찾아오기도 한다. 교실에서 혼자 수업하는 선생님은 도대체 외로운 존재이다. 선생님들이 힘들고 외로운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모든 문제와 성장을 전적으로 책임질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다만 이 순간을 붙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 교사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의 학습과 성장의 촉진자(facilitator)이다.
선생님들이 겪는 어려움과 아픔은 외부로 드러내기도 어렵고 전문가의 도움으로 해결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동료 선생님들과 내면의 감정을 나누면서 이겨낼 수 있는 위로와 힘을 얻는다. 학습동아리 등을 통해 아픔과 경험을 공유하고 치유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아픔과 상처가 너무도 클 때는 심리상담이나 정신과의 도움이 필요하다. 전북교육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교원상처치유시스템은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면서 선생님들의 치유를 지원하는 선구적인 제도이다.
교직은 많은 전문직 중에서도 전문직의 특성을 가장 많이 지니고 있다. 전문직은 직무수행에 있어 주로 ‘지식’을 생성하고 활용한다. 선생님은 하나하나의 학급, 학생에게 적합한 지도방법을 구안하고 실행한다. 끝없이 ‘지식’을 생성하고 활용하는 우리 사회 최고의 전문직이다.
대표적 전문직인 교직 수행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와 지지이다. 선생님들의 창의적 지도방법은 부분적인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 학생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고 학부모에게 민원이 될 수도 있다. 이 때 절대 필요한 것이 선생님에 대한 무한의 신뢰와 지지이다.
우리 사회와 교육당국은 선생님들을 신뢰하고 선생님들의 교육적 판단과 지도를 존중해야 한다. 최선을 다한 교육적 지도가 민원이 될 경우 교육당국은 선생님들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있다.
선생님에 대한 신뢰와 지지는 교사와 학생 간 교육적 관계를 복원한다. 학생들은 학습자세를 다잡고, 선생님은 좋은 수업을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선생님을 가진 우리는 세계 최고의 교육력에 빛나게 될 것이다.
/황호진(전 전라북도 부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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