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철도망 전북은 철저히 소외
집권했어도 지역발전 기회 놓쳐
정치력 역대 최약체…직 걸어야
요즘 전북 정치권을 보면 한숨과 실망이 절로 나온다. 역대 최약체로 평가받는 데다 집권 여당임에도 지역발전의 호기를 줄줄이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전북의 정치 리더로서 역할과 능력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지난달 말 정부에서 확정 발표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 전북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전주~김천 동서횡단철도와 국가식품클러스터 산업선, 새만금~목포 철도 건설 등 6개 사업을 요구했지만 모두 제외되고 말았다. 오는 2030년까지 92조 원을 투입, 전국 44곳의 국가철도망 구축사업에서 전북의 독자노선은 단 한 건도 반영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 꼭 반영될 것으로 장담했던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산업선마저도 누락됐다. 그런데도 김성주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은 SNS에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환영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도민들로부터 빈축만 샀다. 전북 정치권의 현실 인식 수준이 이 정도이니 전라북도만 패싱 당하는 게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국회의원들이 힘을 합해도 수적 열세로 역부족인 상황에서 내년 지방선거 선출직 공직자평가위 구성을 놓고 감투싸움이나 벌이고 있으니 한심할 지경이다.
이러한 최악의 결과를 우려해서 언론은 지난해부터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대한 치밀한 대응을 주문해왔다. 타 자치단체와 정치권이 어떻게 뛰고 있고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시시각각 전하면서 전북 정치권의 분발을 촉구했다. 전라북도에서도 연구용역과 경제성 분석 용역 등을 통해 전북권 철도노선의 타당성과 명분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17개 광역 자치단체 중 전라북도만 철도사업이 반영되지 않았다. 계속사업인 새만금 인입철도와 전북을 통과하는 전라선 고속화, 그리고 장수 남원 순창을 경유하는 광주~대구 달빛내륙철도로 위안을 삼아야 하는 정도다. 실망한 전북도민의 반발이 거세자 정부는 전주~김천 철도 노선에 대한 사전타당성 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라북도는 전주~김천 노선의 사실상 현실화라고 에둘러 밝혔지만 장담은 금물이다.
철도는 21세기 산업과 교통물류 SOC로서 각광받고 있다.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한때 뒷전으로 밀려났지만 고속철의 등장으로 운송시간 단축과 안전성 편리성으로 인해 필수 교통물류 SOC로 자리 잡았다. 나아가 대륙과 대륙을 연결하는 유라시아 철도망 구축프로젝트 추진 등 글로벌 경제 발전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10년 내 100조 원 가까이 투자해서 국가철도망 구축에 나선 이유다. 하지만 전북만 국가철도망에서 철저히 소외되면서 교통물류 경쟁에서 뒤처지고 지역 소멸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다음 달에는 정부에서 제5차 국도·국지도 계획을 발표한다. 전북은 부안~고창을 연결하는 노을대교와 정읍~남원을 잇는 동부내륙권 도로 등 20개 사업의 반영을 요구해놓고 있다. 우리는 지난 20년 동안 3400억짜리 노을대교 하나 연결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이웃 전남은 섬과 해안을 교량과 도로로 연결하는 15조 원 규모의 ‘2030 전남기반시설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1조700억 원이 투입된 이순신 대교를 비롯해 노을대교 같은 교량을 60여 곳이나 세웠고 현재 12곳에서 교량 연결공사가 진행 중이다. 신안군 압해도를 연결한 천사대교는 개통과 함께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지역 경제를 살리고 있다.
정부의 이번 국도·국지도 계획 발표 때에는 국가철도망에서 소외된 몫까지 받아내야 한다. 소멸 위기에 처한 전북이 살아남으려면 교통물류망 구축이 급선무다. 정치권에선 노을대교가 될 것처럼 떠벌리지만 교량 하나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경제성 타당성 운운하며 핑곗거리를 찾아서도 안 된다. 이제 직(職)을 걸고 뛰어야 한다. 그리 아니하면 도민들로부터 “정치 왜 하나”라는 물음에 직면하게 된다. /권순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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