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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인물] 조준호 새만금도민회의 대표 “새만금, ESG 실현 최적화된 공간”

해수유통 실현, 민관거버넌스 조직, 마스터플랜 변경 목표
높아진 ‘민도’…이해당사자인 주민 참여, 새만금 갈등 해결
그린뉴딜 1번지 새만금, 환경·사회적 관점 ‘ESG’운동 전개

새만금도민회의 조준호 상임대표가 새만금이 ESG 실현에 최적화된 공간이라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기업들의 이전과 투자이 이어져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 = 오세림 기자
새만금도민회의 조준호 상임대표가 새만금이 ESG 실현에 최적화된 공간이라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기업들의 이전과 투자이 이어져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 = 오세림 기자

새만금 사업이 1991년 11월 16일 첫삽을 뜨고 30년이 지났지만, 개발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로 인한 전북도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을 때, 정부는 새만금을 ‘그린뉴딜과 신산업 중심지’로 변모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새만금에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와 국내 최초 RE100 산업단지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새만금 수변도시도 조성해 새만금 사업에 대한 국민적 체감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이와 맞물려 새만금을 ‘ESG 대표 모델’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 선두에 조준호(63) 새만금도민회의 대표가 있다. 새만금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그가 말하는 ‘새만금 ESG 운동’의 비전과 과제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말이다.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 구조 개선 등을 고려해야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2018년 새만금도민회의 출범부터 현재까지 함께하셨습니다. 새만금도민회의 출범 배경을 말씀해주신다면.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며 고향인 군산에 내려와 보니 지역의 가장 큰 문제가 새만금이었습니다. 새만금은 사업을 처음 기획한 노태우 정권을 빼도 6개 정권이 관여한 대규모 국책사업입니다. 하지만 30년이 지나며 새만금은 전북도민에게 희망이 아닌 애물단지가 돼 있었습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고향을 위해 내 역할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뒤, 새만금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들었습니다. 도민들은 새만금 개발을 기다리며 지쳐 있었고, 서로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었습니다. 그럼 나라도 목소리를 내자고 생각했습니다. 의견을 모아보니 동의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렇게 단체나 활동가 중심이 아닌, 이해당사자인 도민 중심으로 ‘새만금도민회의’란 조직을 꾸리게 됐습니다.”

 

-그동안 성과도 있었죠.

“새만금도민회의의 목표는 세 가지였습니다. 새만금 해수유통 실현과 민관 거버넌스 조직, 마스터플랜 변경입니다. 해수유통은 새만금의 친환경적 개발, 전북 수산업의 회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당시 해수유통에 대해 말하면 일부에선 ‘새만금 개발을 하지 말자는 얘기냐’고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많은 인식 변화가 생겼습니다. 새만금을 신재생에너지 메카로 만드는 새만금 마스터플랜 변경 등도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됐듯 새만금 해수유통과 관련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올해 새만금위원회는 새만금 해수유통 결론을 3년 뒤로 미뤘습니다. 이 결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그럼에도 새만금을 담수화해 인근 농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한다는 당초 계획을 수정함으로써, 사실상 담수화를 포기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새만금은 수질문제가 심각합니다. 새만금호 수질 개선을 위해 4조 원 넘게 투입했으나, 수질은 최하위인 5~6등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새만금호는 시화호보다 7배 큰 규모로 썩기 시작하면 정화하기가 훨씬 힘듭니다. 도시용수는 최소 3급수, 농업용수는 최소 4급수가 돼야 합니다. 지금은 농업용수로도 못 쓰는 물인 셈입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3년간 해수유통 확대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지하터널식 해수유통, 조력발전을 통한 해수유통 등 다양한 대안이 있습니다.”

 

-새만금은 해수유통, 행정구역 문제 등 ‘갈등’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새만금 문제는 소통,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새만금 갈등 해결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조심스럽지만, 단체장이던 국회의원이던 정치인은 유권자를 의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합리적·대승적 양보나 타협을 위해선 ‘민관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합니다. 이해당사자인 주민이 참여해야 합니다. 일각에선 ‘시민이 참여하면 (사업) 진행이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세상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앞에 선 사람이 높은 민도에 의해 밀려가는 형국입니다. 새만금 행정구역 문제도 군산·김제·부안지역 주민이 참여해 논의해야 합니다. 일례로 화성·안산·시흥지역은 시화호 민관 거버넌스인 ‘시화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만들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협의회의 전제조건은 열린 협의로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만장일치제로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반대 인사를 반드시 참여시킵니다.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주민들의 현장성을 토대로 갈등을 해결하고,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최근 산업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ESG’ 경영입니다. 새만금 또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새만금과 ESG 경영, 어떻게 보십니까.

“새만금이 ESG의 모델이 되길 바랍니다. ESG 경영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환경(Environment)’ 부문입니다. 이와 관련 ‘RE100 운동’은 2050년까지 기업에 필요한 전력 100%를 신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겠다는 국제 캠페인으로 SK, LG 등 국내 대기업들도 속속 참여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새만금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지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청년 녹색 일자리를 창출해야 합니다. 또 갈등구조를 해결해 새로운 사회 공동체를, 민관 거버넌스를 도입해 기업의 새로운 지배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공간이 새만금입니다. 새만금에서 ESG 운동의 모범 모델이 나왔으면 합니다. 새만금이 변하면 대한민국이 바뀝니다.”

 

-끝으로 도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전북은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입니다. 그동안 도민들은 잘 참고 견뎌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주인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내년 3월엔 대통령선거, 6월엔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도민들이 ‘ESG’ 관점에서 후보를 검증하고 선택해야 합니다. 전북은 우리 자손이 대대손손 살 보물 같은 땅입니다. 도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전북의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습니다.”

 

△ 조준호는

1958년 전북 군산 출생. 노동운동가, 정치인 출신 시민사회운동가.

군산초, 군산북중, 군산제일고를 졸업했다. 화성 기아자동차에서 일했다. 전국구속수배해고노동자투쟁위원회(전해투) 위원장, 전국자동차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전국금속산업연맹 수석부위원장, 민주노총 위원장 등을 지냈다.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화성시 갑 지역구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2012년 통합진보당의 공동대표로 선임됐다. 같은 해 노회찬, 심상정, 유시민 등과 함께 통합진보당을 탈당했다. 노회찬과 함께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를 맡았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의당 소속으로 군산시 지역구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2018년 새만금도민회의를 출범하고 현재까지 대표를 맡고 있다.

선친은 조용술(1920~2004) 목사이다. 조용술 목사는 문익환 목사와 함께 한국 교단을 대표하는 원로목사로 민주통일운동 선구자이기도 하다. 그의 형은 평화통일운동가인 조성범(1956~2021) 겨레살림공동체 운영위원장이다.

/육경근 · 문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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