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택 신용보증기금 호남영업본부장
기업 경영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다. 과거에도 중소기업은 이름만 다를 뿐 끊임없이 등장하는 새로운 위기들을 겪었다. 그러나 매번 슬기롭게 대처했고,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우리 중소기업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코로나로 촉발된 위기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훨씬 큰 ‘역대급’이다. 현장에서 마주치는 기업인들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해 보인다. 최근 주가 상승, 수출 호조, 고용지표 개선, 성장율 전망치 상향 등 거시 지표의 긍정적 신호와는 달리 중소기업의 체감 수준은 이와 현저히 다르다.
벌써 위드코로나를 이야기하고 긴축정책 우선의 목소리도 들린다. 미국은 테이퍼링을 가시화했고 금리 인상이 뒤따를 것이다. 우리는 이미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시장충격을 걱정하고 있다. 또한, 자산버블 문제, 인플레이션 논란 등 모든 것이 중소기업 환경에 비우호적이다. 중기중앙회가 발표하는 경기전망지수의 지속적인 하락은 이를 방증한다.
위기관리 능력의 시험대에 오른 중소기업은 당국 중심의 수호천사나 구원투수 정책에만 의존할 수도 없다. 만약 사업성과 기술력을 고려한 옥석가리기 이슈까지 나오면 어찌하겠는가? 대·중견기업에 비해 열악한 중소기업은 생존과 성장을 위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위기는 잘만 활용하면 기회가 된다.
먼저, 부채 관리를 통해 재무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기업이 망할 때 최후의 일격은 부채다. 그런데 그간 유래 없는 유동성 공급과 저금리가 맞물려 중기 대출 잔액이 사상 최대 규모이다. 이 대출이 레버리지효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생존 수단으로만 사용되었다면 더 큰 부담이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조속히 대출기간별, 자금종류별로 시나리오 상황을 설정하여 정교한 대응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원가·비용 절감, 운영 효율성 제고 등 자체 구조조정 방안도 염두에 두며 옥석가리기에 대비해야 한다.
다음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코로나 후에는 산업 구조 재편이 예상된다. 코로나 장기화로 비대면 거래가 자연스레 정착되는 분위기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이해도와 중요도가 높아져 이를 고려한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구조를 개편하여 경영목표와 전략과제 등 경영체계를 혁신하고, 일하는 방식의 개선과 기업문화 혁신을 이루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경영은 CEO 1인에 의한 원맨쇼라고 한다. 그 쇼에 직원이 움직이고 고객이 반응하며 사업의 성패가 좌우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선 기업가정신이 많이 쇠퇴하고 트렌드 변화에 뒤쳐지는 경우를 종종 본다. 피터 드러커는 기업가정신을 “변화를 탐색하고, 변화에 대응하고, 변화를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라 했다.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구성원의 공감을 이끌어 내야 성과 창출이 가능한 것이다. 최근에는 5060세대 CEO와 MZ세대 직원간 감정의 공유나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인의식을 갖게끔 소통하는 것도 리더의 몫이다.
‘위기가 기회다’라는 진부한 말을 했는데, 만약 아직 준비를 못해 걱정이 큰 기업인에게 드릴 수 있는 또 다른 진부한 말이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그간 숱한 위기를 이겨내며 우리 경제의 근간 역할을 해온 중소기업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오재택 신용보증기금 호남영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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