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와 10분 거리지만 오가는 시내버스가 작아 자동차가 없으면 식료품조차 제때 사기 어려운 동네에 일주일에 한 번 오는 만물 장수 트럭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 비싸지 않은 돈으로 밥상이 푸짐해지니 동네 어르신들이 기다릴만하다. 한 주라도 빠지면 시내에 나가는 사람한테 심부름 거리가 많아진다. 전에는 그래도 버스가 여러 대 다니더니 요즘은 작은 마을버스마저도 뜸하다. 구도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른 저녁이면 벌써 사람들 발걸음이 사라지고 적막하기까지 하니 말이다. 근처에 신도시라도 생기면 그나마 있던 편의시설, 복지시설은 신도시로 옮겨 간다.
지방의 혁신도시에는 공공기관이 이전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감이 컷던 인구 유입 효과는 미미하며 빈 상가만 넘쳐나는 실정이다. 공공기관 이전만으로는 젊은 층의 증가를 기대할 수 없으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젊은층이 선호하는 오피스텔이나 작은 평형의 주거시설을 공급하고 민간기업의 이전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인구 유입은 당장 지역의 힘을 넘어선 미래성장의 중요한 요소이고 반대의 경우 국가예산편성 과정에서 타지역에 비해 상대적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성장 동력의 확보를 위해서는 구도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노후한 생활 필수설비 교체와 재가설을 통해 구도심 활성화와 지역주민 일자리 창출, 지역 상품권 등을 이용한 골목상권 살리기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지역주민의 소득을 증대시키고 지역경제를 발전시키며 지역개발을 활성화하고 촉진하는 데 이바지 할 수 있는 사업과 공정한 경쟁과 적당한 보상이 실현되는 시장경제 질서의 회복이 필요하며 과거 대기업 중심 경제성장 전략의 한계 극복과 지속할 수 있는 경제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이 요구된다.
한 사회에 속한 모든 이들은 경제의 주체이다. 중소기업, 대기업 두 성장의 주역에게 성장의 혜택 및 결과가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음으로 중소기업에는 정당한 경쟁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생존을 위한 출혈 경쟁을 해나가고 있다. 공공분야 담당자나 발주처들이 명확한 기준 없이 부대 업무를 강요하는 문화는 정부의 노동환경 개선 정책과 반대되는 일이며 업계 종사자들의 밤낮 없는 일 중독의 삶을 부추기게 된다. 단순하게 중소기업이나 경제적 약자의 보호를 위한 정책을 넘어서며 왜곡된 시장경제의 규칙을 바로잡아 일한 만큼의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고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 가능한 경제 구조를 만들어 경제의 성장기반을 단단히 할 수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발전하면서 나타난 불평등과 빈부격차, 환경파괴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등장하는데 이윤의 극대화가 최고의 가치인 시장경제와는 달리 사람의 가치를 우위에 두는 경제활동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본질인 혁신을 통해 사람에 많은 투자를 하고 사회 간접 시설과 비즈니스에 투자하여 지역과 민간 부문 수출 증진에 이바지해야 한다. 합리적인 소비, 공유로 세상과 소통하는 경험, 바람직한 나눔의 형태를 통해 정치이념이 아닌 지역민들의 행복한 삶의 질을 높이고 서로 협력해 갈 수 있는 이상적인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
경제는 개별 명제들의 논증 타당성을 따지는 사고실험이 아니라 이 땅에 발 딛고 선 이들의 목숨줄이니 근본적으로 우리 몸의 전신을 순환하며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옮기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
만물 장수 트럭이 오는 날을 기쁘게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마음으로 지자체의 명약을 기대해본다.
* 이길환 길종합건축사사무소 ENG대표는 제27대 전라북도건축사회 회장, 전주대교수, 고등법원조정위원 등을 지냈다.
/ 이길환 길종합건축사사무소 ENG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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