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풀에서 시작된다
바람 끝이 닿을 때
맺혔던 이슬이 떨어질 때
풀잎은 비올라의 현이 된다
귀를 열고 청력의 볼륨을 높이면
저 신의 음률을 들을 수 있다
신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무관심한 저 풀잎에 있다
거기서 노래를 만들고 있다
/문효치
△봄꽃 지고 나면, 강아지풀과 수크령을 바라보며 여름과 가을을 지난다. 변변한 줄기도 없이 기도하는 고개뿐인 풀들이다. 바람 속에서 기도하는 저들의 목선은 어떤 미인의 목선도 단번에 압도할 만큼 부드럽고 온유하다. 저물 무렵 노을을 등에 지고 비탈밭에 모여 기도하는 수크령의 풍경은 밀레의 만종보다 아름답다. 바람에게 등을 내어준 채, 까끄라기마다 바람의 울림을 정직하게 받아쓰는 수크령은 황야의 사자보다 더 근엄하다. 이럴 때는 신이 수크령의 현을 켜고 있는 게 틀림없다. 음악은 풀에서 시작되는 게 틀림없다. /김제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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