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혁명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설 때 탄핵당한 세력이 5년 만에 재집권할 것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이번 대선에서 전북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82.98%인 압도적인 표를 몰아주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14.42%의 표를 얻었다. 하지만 0.73% 근소한 차이로 전북도민의 열망과는 다르게 이재명 후보는 패배했다. 선거 패배 원인으로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무기력. 부동산 폭등. 내로남불. 후보와 가족의 리스크 등 다양한 해석이 회자된다.
모든 선거에는 승패가 있다. 중요한 것은 선거 패배 결과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성찰, 뼈를 깎는 반성을 바탕으로 새롭게 출발하며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의 모습은 어떠한가? 해괴하다. 당대표와 최고위원이 일괄 사퇴하며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했는데 민주당 사상 최대 의석을 가지고도 무기력과 무능의 극치를 보이며 세금을 축내고 있다는 오명을 안은 선거 패배에 큰 책임이 있는 윤호중 원내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기가 찰 일이다. 정책위원장도 친문 주류 핵심이다. 젊은 인사 몇을 기용하는 것으로 비대위 구성을 끝내 버렸다. 마치 선거 승리 정당의 모습 같다. 선거 패배를 인정하기 싫어 애써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꾸미는 것일까? 의문이 들 정도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오만과 방자함이 극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든다. 유권자인 시민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전북 도민은 선거 결과를 곱씹으며 서로 말을 아끼고 있다. 잘못 건들면 상처를 생채기 내기 때문에 접촉도 삼가고 있다. 차가운 겨울 시민의 힘으로 탄핵을 이끌어내고 스스로 촛불 혁명 계승을 자처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 가졌던 희망과 가슴 벅차오름이 옛 일이 되었다. 해체에 가까운 변화된 행동으로 유권자인 시민을 위로해야 할 민주당의 모습은 전혀 없다. 선거 패배는 국민의힘이 잘해서가 아니다. 집권 민주당이 스스로 자멸해서 이루어진 결과이다. 민주당이 선거 패배의 1등 공신(?)이다.
전북의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정치인 하나 제대로 사과조차 없다. 근소한 표차의 아쉬움만 강조한다. 안호영. 김윤덕 의원이 기자회견을 한다기에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도지사 후보를 사퇴하나 순간 착각을 했다. 역시나 아니었다. 도지사 후보 등록을 위해 당협위원장을 사퇴하는 것이었다. 이번 대선에서 전국적인 표를 모으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고 선거 패배에 대해 진정한 사과와 반성으로 도민을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잿밥에만 관심 있다. 지역 정치의 지도자를 자임하며 인물 없음을 한탄하여 염치 불고하고 3선에 도전한다는 송 지사도 이렇다 말이 없다.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 개혁 공천의 밀알이 되기 위해 3선 출마 포기 선언을 하며 후배들에게 길을 터 주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생각일까? 민주당 전북도당 김성주 위원장도 마찬가지이다. 공개적인 사과를 통해 몰표를 주고도 패배의 아픔을 온몸으로 감내하고 있는 전북도민을 위로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밖에 없다.”며 도당위원장을 사퇴하는 모습은 없다. 벌써부터 지방 선거 입지자 자격을 심사한다고 요란을 떨고 있다. 진정 자격이 없는 사람은 누구인지 되물어야 한다. 선거꾼들의 놀이터인 권리당원 제도 아니면 당선 근처에 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나? 공천제도 변화 없는 민주당은 회생은커녕 호남을 볼모로 골목대장이나 마름 정치에 안주할 것이다. 잘못한 일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반성하지 않는 것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국회 180여 석에 안주하고 있다. 현재의 모습으로 일관하면 지방선거에서도 패배할 것이 분명하다. 패배와 실패에 책임지는 정치인이 많아야 민주당이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민주당의 확실한 변화와 혁신 없이 전북의 미래는 없다. 전북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책임 정치의 모범을 보여야 내일이 희망으로 다가올 것이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지방자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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