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양기대 광명시장 취임 후 어떻게 해야 사계절 내내 황량한 바람이 부는 KTX광명역세권을 개발할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했다. 광명시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찾았다.
2011년 4월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광명이 지역구인 백재현, 전재희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광명역세권 활성화 범시민대책위원회와 경기개발연구원이 주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KTX광명역세권 활성화 및 연계교통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토론회’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KTX광명역세권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된 것은 백화점이나 아울렛 같은 대형 유통판매시설 유치였다. KTX광명역의 특성을 살리면서 유동인구를 자연스럽게 유인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와 별개로 광명시는 2011년 5월에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광명시민들을 대상으로 KTX광명역세권 활성화를 위해 어떤 시설을 유치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지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정책토론회와 같았다. 여론조사에 응한 광명시민 50.1%가 1순위로 백화점이나 아울렛과 같은 대형 유통판매시설을 꼽았다.
양기대 시장과 공무원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대형 유통판매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국내 대형유통기업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 달리 신통치 않았다.
당시 미래전략실에서 KTX광명역세권 활성화 업무를 담당했던 최봉섭 광명시 테마개발과장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국내 유통기업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KTX광명역세권 투자유치를 권유했다.
“그때는 부동산 경기가 상당히 침체됐던 시기였습니다. 국내 유통 대기업이 KTX 광명역세권에 들어오기만 하면 역세권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대기업을 찾아갔지만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어요. 그 어떤 기업도 광명역세권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나쁜 데다 광명역세권은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었던 거죠. 국내 기업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대안으로 외국기업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외국기업인 코스트코와 이케아로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코스트코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 최대의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8개 나라에 7백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코스트코 회원은 전 세계에 대략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 코스트코는 수도권에 새로 점포를 낼 계획으로 부지를 물색하고 있었다. 그 정보를 입수한 양기대 시장은 공무원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코스트코 유치에 나섰다. KTX 광명역세권에 입점하는 코스트코 광명점은 전국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양기대 시장은 코스트코 코리아와 협상을 통해 서울 양평동에 있는 코스트코 코리아 본사를 광명시로 이전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본사가 오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 외에도 광명시 세 수입이 연간 13억 원 이상 늘어난다. 양기대 시장이 적극적으로 본사를 유치한 이유다.
2011년 12월 6일, 양기대 시장과 코스트코 코리아 대표는 이런 내용이 포함된 상호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를 위해 앞선 2011년 9월 30일 코스트코는 광명시 주택과에서 건축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10월 17일 대규모 점포(대형마트) 등록을 마쳤다. 결국 코스트코 코리아는 약속대로 2013년 1월 1일, 본사를 서울 양평동에서 광명시로 이전했다.
코스트코 유치는 KTX 광명역세권 활성화 외에도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면에서도 상당히 많은 기여를 했다. 양기대 시장은 특히 일자리 창출에 주목했다. 코스트코는 광명점을 신규 개점하면서 300여 명에 이르는 정규직원을 채용할 계획이었다.
양기대 시장은 코스트코와의 협의를 통해 신규 채용 직원 300여 명 중 160명 이상을 광명시민으로 우선 채용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것도 정규직으로. 여러 차례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얻어낸 수확이었다. 코스트코 코리아는 약속을 지켰다. 2012년 12월, 코스트코 광명점은 신규직원 360명을 채용하면서 광명시민 160명을 채용했다.
코스트코 광명점 부지 면적은 210,306㎡이며, 매장 면적은 13,736㎡으로 250억 원의 건축비를 들여 지어졌다. 코스트코 광명점은 차량 727대를 주차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100% 직영으로 운영됐다. 코스트코 광명점은 2012년 12월 15일 영업을 시작했다.
광명시는 KTX 광명역세권에 코스트코 한국본사 광명점을 유치한 데 이어 세계적인 가구전문기업인 이케아도 유치했다. 양기대 시장이 처음부터 이케아를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케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광명역세권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관련부서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하기 전이었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이케아에 대해 모르고 있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런데 광명시는 어떻게 존재조차 모르던 이케아를 KTX 광명역세권에 유치할 수 있었을까? 양기대 시장의 말을 들어보자.
“이케아가 어떤 회사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케아라는 회사가 있다는 것도, 세계적인 가구전문기업이라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과거 근무했던 언론사 후배를 통해 이케아라는 회사가 한국 진출을 준비하면서 수도권에 매장을 내려고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된 거죠. 이케아에 대해서 알아보니 세계적인 대기업인 데다가 엄청나게 많은 마니아층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광명시에 한국 최초로 이케아를 유치한다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KTX광명역세권으로 몰려들어 우리가 뜻한 대로 역세권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스웨덴 알름훌트에 본사를 둔 이케아는 말 그대로 글로벌 기업이었다. 2010년 당시 이케아의 연간 매출액은 37조 원에 이르렀으며, 브랜드 가치는 세계 31위였다. 전 세계 이케아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15만 명이나 되었다. 이때 이미 이케아는 중국과 일본에 진출한 상태였다. 2011년에 일본에서는 6개의 매장이, 중국에서는 11개의 매장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KTX 광명역세권 개발을 담당했던 최봉섭 과장의 말을 들어보자.
“이케아가 한국 진출을 준비하면서 5개 정도의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연제만 역세권개발팀장과 함께 들은 정보였는데, 우리가 이케아를 유치하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케아가 어떤 회사인지, 광명역세권에 유치해도 되는지 나름대로 분석을 했죠. 저도 처음에는 이케아라는 회사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게 없었거든요. 이 회사가 엄청나게 유명한 회사였어요. 그 정도라면 광명역세권에 유치해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양기대 시장은 관련 부서 공무원들과 수차례의 토론과 회의를 거쳐 이케아 유치를 결정하고 ‘이케아 유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적극적인 유치 전략을 세웠다.
최봉섭 과장과 연제만 팀장 등은 본격적으로 이케아 코리아와 접촉을 시도했다. 당시 이케아 코리아 한국 사무실은 서울 용산에 있었다. 이들은 이케아 코리아 임원들과 여러 차례 만나 KTX 광명역세권의 우수한 입지적 조건과 발전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적극적인 유치활동을 벌였다.
2011년 6월에는 이케아 코리아 임원들이 광명시를 방문했다. 광명시 관계자들은 그들과 만난 자리에서 구체적인 매장 설립 계획서를 요구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야 유치 협상과 유치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양기대 시장은 공무원들과 함께 이케아와 유치 협상을 진행하는 한편, 중국 상하이에 있는 이케아 매장을 방문했다. 2011년 8월 28일이다. 중국 상하이에는 이케아 매장 2개가 있었다. 2006년에 입점한 상하이 슈후이 매장과 2011년 6월 23일에 문을 연 상하이 베이차이 매장이다. 건축 연면적은 두 매장이 비슷하다. 슈후이 매장이 46,000㎡, 베이차이 매장은 49,000㎡이다. 2011년 6월 23일에 개점한 베이차이 매장을 찾아갔다. 그들은 매장을 둘러본 뒤, 이케아가 KTX 광명역세권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아울러 국내기업과의 상생을 이끌어낼 아이디어도 얻었다.
이케아 상하이 베이차이 매장 옆 건물에는 중국기업인 홍싱메이카룽이 들어와 있다. 매장 면적은 120,000㎡으로 이케아 매장보다 2배 이상 넓다. 이곳에서는 고가의 중국 명품 가구들을 전시, 판매하면서 이케아와 차별화된 판매 전략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중국 정부는 이케아와 같은 외국기업을 유치할 때 입점지역에 자국 기업이 먼저 영업하면서 경쟁력과 자생력을 키울 수 있게 지원하고 있었다.
양기대 시장은 중국 방문이 이케아 유치를 결정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케아 상하이 매장 옆에 중국 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가구매장이 들어와 있는 것을 봤습니다. 그곳을 방문해 이케아에서 팔지 않는 것을 이곳에서 팔면서 이케아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이케아를 우리 광명시에 유치한다면 KTX 광명역세권이 확실하게 활성화될 수 있고, 광명시 관내의 가구업체들과 상생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돌아온 양기대 시장 일행은 이케아 유치를 더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지 않고 직접 스웨덴 본사를 방문해 아예 유치 문제를 매듭지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이케아 투자유치단’을 꾸려 스웨덴으로 향했다.
2011년 12월 14일 양기대 시장과 공무원 등 광명시 이케아 투자유치단은 2박 5일 일정으로 인천공항에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투자유치를 위한 짧지만 긴장감 넘치는 대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12월 14일 오후 9시 인천공항을 출발한 이들 투자유치단이 중동의 두바이를 경유하고 덴마크 코펜하겐을 거쳐 이케아 본사가 있는 스웨덴 알름훌트에 도착한 것은 15일인 다음날 오후 3시였다. 시차까지 포함해 꼬박 27시간을 쉬지 않고 이동한 강행군이었다. 양시장 일행은 곧장 이케아 생산 공장을 견학했고, 이어서 노엘 위지즈만 총괄 부사장이 포함된 이케아 경영진과 만나 투자의견을 교환했다.
12월 16일 투자유치단은 이케아 그룹 최고 경영자인 미카엘 올슨 총괄 사장을 만나 이케아 한국 1호점 유치를 성사시켰다. 미카엘 올슨 총괄 사장이 한국인을 만난 것은 광명시 공무원들이 처음이라고 했다.
양기대 시장은 미차엘 올슨 총괄사장에게 KTX 광명역세권 도면을 펼쳐 놓고 직접 광명역세권의 입지조건과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 이런 열정이 그들에게 전해진 것일까? 미카엘 올슨 사장은 그 자리에서 광명시 입점을 확정했다. 오히려 그는 KTX 광명역세권의 교통, 주차문제 등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린 것은 광명시 투자유치단이 이케아 본사를 방문하는 열정을 보이면서 이케아 경영진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2박 5일이라는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원하던 성과를 거둬 마음이 뿌듯했기 때문이다. 2011년 12월 27일, 양기대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KTX 광명역세권에 한국 최초로 이케아 매장을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무척 무거웠다. KTX 광명역세권 활성화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외국기업들을 연이어 유치했지만, 그 때문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중소상인들 생각에 가슴이 짓눌렀다. /양기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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