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특히 거짓말인데도 진실인 것처럼 말하거나, 공정치 않은 일을 뻔뻔스럽게 처리하는 사람, 못된 일을 하면서도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코스프레(Cosplay)하거나, 악당이면서 기억력이 좋아 말로 사람을 홀리는 것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2020년 총선 전 어느 후보의 선거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는 필자에게 준비해간 자료는 옆으로 밀어 놓고, 선거에 이기려면 조직력 확장이라며 도움을 청했다. 아주 당연한 말이었지만 상대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그가 안타까웠다. 사실 그는 듣던 대로 달변가였다. 자신의 주장에 거침이 없었다. 그 이유일까. 집에 돌아오며 문득 혀 짧은 소리에 말을 더듬었던 처칠과 쉰 목소리와 산골 사투리를 고민했다던 링컨이 떠올랐다. 그들은 말엔 서툴렀지만, 진실한 지도자로 헌신했다. 그들 또한 선거판에서 경쟁자인 상대 후보를 몰아붙이며 싸웠지만, 국민을 존중하므로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필자는 그런 후보를 발견하지 못했다. 나이 탓도 있겠지만, 스스로 구태의연한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요즘 선거 밥상이 그 나물에 그 밥처럼 식상해 보여, 마치 축 늘어진 테이프를 반복해 틀어 놓는 것 같아 지겹다.
왜, 필자는 그 진주(후보자)를 발견하지 못할까. 변명 같지만, 무능하고 구린내 나는 후보가 지능적으로 겉 포장지에 가려져 있어 잘 모르겠다. 또한 후보자가 지연·학연·혈연 등으로 접근해오기 때문에 더욱 혼란스럽다. 여기다 대외적으로 선거사범에 대한 일벌백계가 이뤄지지 않거나, 한 자리씩 꿰차려는 유권자가 줄을 서서 시야를 막기 때문에 선거판은 요지경속이다. 따라서 과감한 선거제도 개선과 단체장 등의 권력을 대폭 축소하지 않는 한, 그들은 계속 잿밥에만 관심을 두는 사이 도민의 살림살이는 계속 쇠퇴할거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래도 선거철이니 묻고 싶다. 정말 후보자인 당신은 애국자인가? 유권자를 위해 최소한의 양심을 지킬 수 있는가. 준비된 공약을 지키고,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는가. 진정 당신이 당선되어야 할 확실한 당위성이 있는가. 그리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모든 사람 앞에서 떳떳하고 당당한가. 또한 권력의 시녀를 배척할 각오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밀실정치를 타파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로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는가. 알량한 자존심으로 아집에 빠지지 않겠다고 다짐하겠는가. 서민의 작은 소리를 크게 듣고 그들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진정 도(군)민을 주인처럼 섬기겠는가. 만약 이 물음이 진부한 얘기로 들린다면 당신은 후보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알고도 지키지 못하는 무능한 사람이다.
정치는 말(입)로 하는 게 아니다. 몸이 함께해야 좋은 정치가 된다. 여기다 사람의 됨됨이와 당당함으로 미래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겸비되었다면 더 좋은 지도자가 되는 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하게 처칠과 링컨과 같은 지도자가 아니어도 좋다. 오르지 서민과 함께 동고동락 하겠다는 마음으로 손해(희생)를 감수하면 된다. 그래야 전북 낙후의 원인을 발견할 것이다. 그래야 전북경제를 살릴 수 있으며, 100년 뒤 전북의 인구가 48여만 명이 될 거라는 예측을 받아들이고, 이에 철저한 그랜드 디자인을 하게 될 것이다.
/이한교 수필가·전 폴리텍김제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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