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영남 무투표 당선자 256명
유권자 선거권 빼앗는 정당 독점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해법
6·1 지방선거에서 선거운동을 할 필요도 없이 무투표 당선된 후보가 전북에서만 51명에 달한다. 도의원 22명과 시·군의원 29명에 이른다. 후보들은 행운을 얻었지만 유권자들은 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유권자들이 판단하고 선택할 기회도 없이 더불어민주당이 이들 도의원과 시·군의원을 임명한 결과가 됐다.
무투표 당선은 특정 정당의 지역 독점 정치구조가 빚어낸 결과다. 6·1 지방선거의 전국 무투표 당선자는 494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을 넘는 256명(51.8%)이 영남과 호남지역 당선자다. 전북 51명을 비롯해 광주·전남 68명, 대구·경북 75명, 부산·울산·경남 62명 등이다. 이들 모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이다.
숫자로 보면 영남이 137명으로 호남의 119명보다 많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호남의 무투표 당선은 민주당이 싹쓸이 했지만, 영남에서는 12명의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에서 골고루 민주당 소속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영남과 호남의 무투표 당선자 256명 가운데 민주당이 131명, 국민의힘이 125명이다. 영남에 비해 호남의 특정 정당 독점 현상이 훨씬 견고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투표 당선의 문제점을 정당에만 책임지울 수는 없다. 그러나 정당이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국민들의 세금을 보조금으로 지원받는 정당이 후보를 내지 않아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들의 선거권 박탈을 야기한 것은 큰 문제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237억원, 국민의힘은 210억원의 지방선거 보조금을 선관위로 부터 지원받았다.
무투표 당선은 차치하고 6월 1일 개표 결과에 따라 호남과 영남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몇 명의 당선자를 낼 수 있을 지 궁금하다. 지방선거가 이처럼 극단의 양상으로 흐르니 정당정치가 지방자치 발전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특정 정당의 독점적 정치구조 개선을 위한 정당공천 폐지 요구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정당공천 폐지 찬성 여론이 국민 과반을 넘었고, 당시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 폐지를 논의했지만 결론내지 못했다. 이후에도 지방선거 때마다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당공천 폐지는 과반이 넘는 국민들이 찬성해 왔지만 제도 개선은 제자리다.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 요구는 지방자치를 국회의원들이 쥐락펴락 하지 말고 주민들에게 돌려달라는 요구다. 국회의원들의 보이지 않는 공천권 행사와 이로 인한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 공천이 당선으로 이어지는 독점적 정당구조 고착, 정책과 인물중심 선거 실종 등 지방선거 때마다 제기되는 논란을 종식시켜 달라는 것이다.
무투표 당선과 함께 무소속 단체장 후보의 대거 출마는 정당공천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달리던 유력 후보들이 경선에 참여할 기회도 얻지 못한채 컷오프되면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 후보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2년 뒤 치러질 총선을 생각한 일부 국회의원들의 입김이 공천에 영향을 미쳤다는 소문은 지역 정가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국회도 필요성을 인정하고 개선을 논의해온 사안이지만 10년 가까이 제자리다. 지역에 기반한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국민보다 자신들의 안위와 영달 만을 생각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선거 때마다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색칠되는 대한민국 지도 앞에서 망국적 지역주의를 한탄하면서도 정작 국민들을 편가르지 않는 정치개혁을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는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풀뿌리 민주주의는 4년 주기의 지방선거 때마다 진통을 겪고 있다. 이제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시점이다.
/강인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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