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대형마트 입점 저지 위해 협상 중단 등 총력
다섯 차례 협상 후 중소상인-이케아의 상생협약 체결
이케아“상생발전 방안 마련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사업에 적극 협력”
2013년 7월26일 광명시청에서 1차 중소상인-이케아 상생협력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상봉 가구유통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을 포함한 광명시 중소상인 대표들과 김한진 이케아 코리아 이사 등 이케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광명시에서는 배동만 재정경제국장과 신세희 기업경제과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예상대로 이날 회의는 양쪽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아울러 이케아 입점 저지 대책위원회에서 이케아 부지 매입과 관련하여 또다른 대형마트가 입점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최초로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케아는 부지를 매입할 때 LH공사에서 분할 매각할 수 없다고 해서 전체 부지를 매입했다며 부지 활용 차원에서 부지 일부에 다른 사업자가 입점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케아는 롯데쇼핑과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케아는 부지 일부를 KB자산운용주식회사에 매각했고, KB자산운용주식회사는 이 부지를 롯데쇼핑에 장기 임대하면서 예상하지 않았던 롯데프리미엄아울렛이 입점하게 된다.
1차 상생협력 회의가 끝나고 닷새 뒤, 대책위는 광명전통시장 조합사무실에서 회의를 열고 앞으로 대응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이케아 입점을 돌이킬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그러면 어떤 실익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인지 의견을 모았다.
우선 1차 상생협력 회의에서 대형마트 입점 의혹이 나온 만큼 이케아 판매시설 내 대형마트 입점 제한을 요청하기로 했다. 또한 이케아에 광명시 가구협동조합에 이케아 매장 내에 2천 평 규모의 공간을 장기 저리로 임대해줄 것과 200평 규모의 국산 가구전시 홍보관을 제공해줄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2차 상생협력 회의에서 대책위는 이케아 매장 건물 안에 영화관과 대형마트 입점 불가 입장을 강력히 밝히면서 이케아측에서 적극적으로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케아는 이케아 부지 일부를 제3자에게 매각하고, 제 3자가 롯데쇼핑과 임대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임대계약이 완료되면 대책위와 롯데쇼핑의 미팅을 주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책위는 2,000평 규모의 무상임대 요구도 했다. 이케아는 받아들일 수 없으나, 가구전시 홍보관으로 200평을 무상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케아는 전통시장과 광명 구도심 주차난 해소를 위한 주차 빌딩 건설 요구는 본사와 협의하겠다고 답변했다.
양측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하는 회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광명시의 고심은 깊어만 갔다.
2013년 8월 1일, 광명시는 결국 이케아 건축허가를 승인했다. 광명시 관계자는 고심 끝에 이케아 건축허가를 승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케아 건축허가 소식이 전해지자 대책위는 강하게 반발했다. 우선 두 차례 진행된 상생협력 회의는 중단됐다. 대책위는 2013년 8월 5일 기자회견을 열어 광명시가 이케아 건축허가를 전면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케아 건축허가를 승인한 광명시를 맹렬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광명시는 대책위와의 대화를 이어가면서 이케아와의 상생을 계속 신경썼다.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의 말을 들어보자.
“이케아 건물 착공을 앞둔 8월 6일 광명시는 이케아에 대형마트 입점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대형마트 입점이 불가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전달한 것입니다.
이는 대책위에서 이케아가 국내의 대형 유통기업인 롯데쇼핑과 MOU를 체결하고 이케아 부지에 대형쇼핑센터를 입점시킬 계획이라는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구체화되자 광명시에 대형마트 입점을 막아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이 공문은 ‘이케아 부지 내 대형마트 입점 자제 협력 요청’으로 제목은 비교적 온건하지만 내용에서 대형마트 입점을 반대하는 광명시의 강경한 입장이 확실하게 드러나 있다.
“귀사에서는 전통시장과 중소상인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대형마트의 입점이 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하여 주실 것을 당부드리며, 향후 우리 시의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 입점을 추진한다면 우리 시에서는 중소상인단체와 공동으로 입점 저지를 위해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임을 알려드리니 귀사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 공문에서 일부 내용 발췌
건축허가를 받은 이케아는 2013년 8월 20일,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이케아는 착공에 앞서 8월 6일에 기공식을 열어 이케아 한국 입점을 대외적으로 알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책위의 격앙된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은 기공식을 하면 중소상인들의 반발로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날 것을 우려, 이케아에 기공식 취소를 요청했다. 이틀 뒤인 8월 8일, 김한진 이케아 코리아 이사는 광명시의 조언을 받아들여 기공식을 취소하고 기공식 비용을 광명시 사회공헌사업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알려왔다.
광명시의 진심이 통했던 것일까. 대책위는 2013년 9월 2일 대책회의를 열고 이케아 입점 저지 활동을 지속하는 한편, 이케아 건축허가 승인 이후 잠정 중단됐던 중소상인-이케아 상생협력 회의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이 자리에서 대책위는 이케아에 요구할 상생협상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리한다. 이케아 부지 내 2천 평을 가구협회에 무상임대, 광명 구도심권에 국내 가구점과 전통시장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주차장 건립 지원, 이케아 부지 내 영화관 및 대형마트 입점 반대 등이었다.
2013년 12월 19일, 3차 상생협력 회의가 열렸다. 대책위는 이케아가 2,000평 무상임대 요구를 거부하자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규모를 축소해 가구 상설전시관으로 1,000평을 요구했다. 이케아는 200평을 가구유통사업협동조합에 5년 단위로 무상임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가구유통사업협동조합은 5년 단위 재계약을 통한 임대를 반대하면서 규모를 500평으로 조정하도록 했다. 밀고 당기는 협상을 거쳐 이케아는 가구유통사업협동조합에 350평 규모의 가구홍보전시관을 무상임대하기로 했다. 임대기간은 5년이지만 이후 다시 연장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대책위는 대형마트와 영화관 입점은 절대로 안 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이케아에 이를 수용해줄 것을 요구했다.
대책위와 이케아는 여러 차례 의견 조율을 거친 끝에 2014년 4월 1일에 열린 4차 상생협력 회의에서 의견 차이를 확 좁힐 수 있었다. 그리고 4월 21일에 열린 제5차 상생협력 회의에서 상생협력 방안을 확정했다. 드디어 9개월에 걸친 긴 협상 줄다리기가 마무리된 것이다.
2014년 4월 29일 광명시청 중회의실에서 광명시 중소상인들과 이케아의 상생협약 체결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을 비롯한 광명시 공무원들과 패트릭 슈뤼프 이케아 코리아 대표, 이상봉-안경애-김남현-박재철 이케아 입점 저지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등이 참석했다.
중소상인과 이케아의 상생협약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이케아 코리아는 광명시 관내 중소유통시장의 안정과 중소상인 지원을 위해 이케아 광명점 일부를 공동전시-판매장으로 제공함으로써 공동의 이익이 창출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한다.
2. 광명시와 이케아 코리아는 구도심권 활성화를 위하여 대책위원회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상생발전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사업에 적극 협력한다.
3. 이케아 코리아는 직원 채용 시 광명시민을 우선 채용하고 고용안정을 위해 적극 노력하며 지역사회 소외계층이나 사회복지 사업에 대한 봉사활동 등 사회공헌 사업에 적극 참여한다.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을 포함한 광명시 공무원들은 누구보다도 중소상인과 이케아의 상생협약 체결을 기뻐했다. 이제 광명시가 중소상인들을 위해 코스트코와 이케아가 상생협약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관리감독하는 일만 남았다.
중소상인과 대형유통기업이 윈-윈하는 모델이 탄생하는 상황이어서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의 감회도 남달랐다. /양기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광명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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