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제 393회 전라북도 도의회 15일 간 임시회가 끝났다. 모든 게 낯설었다. 시간도 장소도 용어도 사람도 주변의 모든 게 새로웠다. 그도 그럴 것이 군대 3년, 대학 4년을 제외하고 50년 동안 우물 정읍(井邑)을 우주로 알고 지냈다. 30년 동안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것을 천직으로 알고 살았다. 20년 동안 수영과 마라톤에 빠져 살아온 필자에게 선출직 공무원은 몰라도 너무 모르고 달라도 너무 다른 세상이다.
동료이자 선배인 임승식 의원과 모닝커피를 마시며 도란도란 출근길이 재밌다. 의원 전용 주차장이 있어 주차하느라 애쓰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 출근하면 406호 사무실에 의정활동과 관련된 보도자료와 일정이 책상 위에 올려져 있어 감동이었다. 오메~살다살다 이런 융숭한 대접은 처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무엇이 되기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하기위하여 정치를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져 시의원 경력도 없는 초선임에 불구하고 전북도의원 중 최다득표(2만 4370)를 했기 때문이다.
“의원님~천변 자전거도로 운동기구가 부족합니다.” 이제는 빤스 바람에 달리는 자유인이 아니라 걸어 다니는 민원해결사가 되었다. 가는 곳마다 인사말을 해야 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민원을 받아야 했다. 그 압박과 책임감에 흰머리가 더 희어지고 작은 키가 더 쪼그라진 듯하다.
‘12대 의회에서 전북특별자치도를 반드시 실현하여 전라북도 르네상스 시대를 만들어냅시다.‘라는 주제로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5분 발언’을 했다. 그런데 당선자 설명회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박수가 없다. 난감했다. 의원회관은 권위와 의전의 전당이 아니라 열정의 토론장이자 배려의 공간이어야 하는데 분위기가 너무 무거웠고 삭막했다.
“지난 지방선거 때 모 캠프에서 활동한 자치경찰위원은 공직자로서 명백히 중립성을 어겼는데 법적판단을 받기 전에 자체적으로 거취를 결정해야 하지 않나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업무보고를 받고 추경 심의를 했다. 막막했다.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고 그렇다고 배우고 싶지도 않았다. 원칙의 힌트를 건넨 전문위원의 팁(?)만으로 충분했다. 실전이 최고의 경험이고 현장이 최적의 수업이라는 지론 탓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정치는 초짜지만 눈치는 9단이라는 근자감에 어깨너머 배울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인지 모른다.
실제로 행정자치위원회 의원 한 분 한 분이 살아있는 교과서였다. 평소엔 은은한 미소가 매력인 송승용 의원의 날카로움, ‘시부럴’ 육두문자를 입에 달고 다니는 박정규 의원의 인간다움, 전혀 초선답지 않는 야무진 김성수 의원, 백전노장의 김정수 의원의 노련함, 맏형답게 따뜻함과 노숙함이 묻어나는 강태창 의원, 필자보다 더 민주당스러운 정의당의 오현숙 의원, 조화와 균형감각이 몸에 밴 걸어 다니는 패션모델 김이재 위원장, 모두가 의정활동의 롤모델이었다.
모든 게 낯설다. 하지만 재밌다. 평소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며 ‘정치란 관계의 미학’이라는 신념이 체화되어서인지 모른다. 아니면 혁신과 변화를 바라는 동료의원들의 싹수에 ‘바꿔져야 하는 것은 바꿀 수 있겠다.’는 기대와 확신에서인지 모르겠다. 박수 받기 원한다면 박수 칠 줄 아는 12대 전북도의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염영선 전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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