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부동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해 왔다. 그래서일까? 예나 지금이나 일관된 질문은 ‘요즈음 거래가 활발 한 가요’부터 시작해서, ‘빚내서라도 집을 사야 되는 건지, 아니면 앞으로 시세가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여 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손절매(損切賣)가 오히려 나은가요’ 등류(等類)들이 대세를 이룬다.
앞날의 운수(運數) 길흉(吉凶) 따위를 미리 판단하는 일인 점(占) 집 점쟁이나 사주팔자(四柱八字) 명리(命理) 전문가쯤으로 아시는 모양이다.
사주 명리가 출생 년·월·일·시에 사주를 근거로 인생 예측을 풀어내는 것이라면 공인 중개사에게 부동산을 감정하고 값어치의 변동과 거래의 변화를 예견해 달라는 주문은 서로 비슷한 면이 있기는 하다.
더구나 둘 다 고정 불변적이지 않고 시시각각 변화 무쌍하다는 점, 그래서 각 시기 증폭과 폭락의 극점인 최고점과 최하점의 크기와 주기(週期) 등이 너무 돌발적이고 다양하다는 특성,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복병의 지뢰밭인 난제를 안고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비과학적인 점(占)과 부동산 경기의 과학적인 예측이 어쩌면 함께 앞을 내다보며 가는 동행기처럼 보이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점(占)이든 부동산 예측이든, 세상 모든 자연과 사회 현상들의 각각의 부분의 모습과 관계 속에서 자기 유사성과 순환성이 본질적으로 관통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이러한 유사성 때문에 비슷 비슷하고, 순환성으로 인하여 돌고도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 경기 또한 유사성과 순환성을 벗어날 수 없다. 필연이다. 일(事件)이란 때와 장소, 인간이라는 세 요소의 만남으로 생성된다. 즉 하늘(天)과 땅(地), 그리고 인간과 절묘한 결합으로 생기는 이벤트(event)이다.
첫째, 부동산 매매도 경제활동에 한 부분이어서 경제순환성이라는 규칙성을 벗어날 수 없으며, 예전보다 많이 복잡해진 부동산 경기만으로 시기를 규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정부의 규제정책, 금융, 수요와 공급, 가수요, 늘어나는 가구수, 글로벌 경제 등 수많은 변수를 고려하고 지나온 자취를 점검하면서 과학적으로 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종합적인 사고와 선택이 중요 한 만큼 다양한 잣대로 평가하고, 세심한 주의와 함께 빅데이터 접근을 지향해야 한다.
둘째, 부동산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검토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동성 없는 토지일지라도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가치 변동의 질과 폭이 좌우되는 것이다. 도심의 땅과 낙도(落島)나 오지(奧地)에 땅이 같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부동산이 안고있는 위험한 권리분석은 물론이고, 임장활동을 통한 입지분석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게 없지 않는가. 그래서 우리는 부동산을 응용기술을 개척하는 종합 응용과학이라 한다.
셋째 사람들과 관계를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사회는 독자적으로 일이 성립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더구나 매매를 하는 경우는 상대가 있어야 비로소 성립된다.
계약자 또는 안내자는 신뢰가 있는 사람이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도 ‘묻지 마’ 투자의 원조인 기획 부동산에서는 상식에 반하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웃지 못할 일들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불나방 같은 무자격자, 자격증 대여 업자, 컨설팅까지 이들이 가격 폭등은 물론 교란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때다.
토지든 주택이든 부동산 중개업은 아는 것만으로 일했던 지식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단순 지식보다는 변화 속에서 선견지명(先見之明)으로 미래를 진단하고, 도덕적이고 지혜로운 사람을 시대는 요구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아는 것보다는 신뢰가 바탕이 되는 매매가 되도록 마음을 쏟는 자세가 필요하다.
/노동식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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