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협치 통한 도·농 상생 실현
‘농촌유학’ 실태조사·성과분석
농촌 학생·지역사회 중심으로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맞는 우리 농촌에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이제 햅쌀을 수확해야 하는데 창고에는 재고가 천장까지 가득하고, 쌀값은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값진 땀방울로 풍년 농사를 지으면 오히려 공급과잉 문제로 애를 태워야 한다.
윤석열정부는 출범과 함께 ‘어디서나 살기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그 ‘어디서나’에 농촌이 예외일 수 없다. 그런데 지금 농촌은 삶의 토대인 영농을 할 수 없는, 그래서 ‘살기 좋은’이 아니라 ‘살 수 없는’곳이 되고 있다. ‘농촌 없는 도시, 농업 없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농업·농촌의 위기가 임계점에 달했다.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면 인구절벽 시대, 지방소멸의 비극은 농촌에서 시작될 게 뻔하다. 이 ‘상실의 땅’에서 힘겹게 버텨온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인구감소로 지역공동체가 흔들리면서 어떤 노력으로도 학교의 소멸을 막을 수 없는 출구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위기의 시대, ‘농촌 학교와 지역을 살리는 대안’으로 최근 ‘농촌유학’이 다시 부각됐다. 전북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 재경전북도민회가 ‘농촌유학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실 농촌유학은 전북에서 태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섬진강변 작은 학교인 임실 덕치초에서 2006년 도시 학생들이 전학와서 공부하고 돌아가는 ‘섬진강 참 좋은 학교 프로젝트’를 실시했고, 2007년에는 한 시민활동가가 완주 봉동초 양화분교 인근에 고산산촌유학센터를 설립해 농촌유학의 새 모델을 정립했다. 전북도에서도 2012년 ‘농촌유학 1번지’를 선포한 뒤 전국 최초로 ‘농산어촌유학 지원 조례’를 제정했고, 곧바로 농촌유학지원센터를 설립해 대응했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서울시교육청과 협약을 맺고 도시 학생들을 조직적으로 유치한 전남지역과 달리 지역 교육기관에서 적극 나서지 않은 것도 그 이유다.
그렇다고 농촌유학이 장밋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가족이 아닌 학생만 단기간 전학 오는 형태의 농촌유학은 자칫 농촌 학생들에게 심리적 불안정과 상대적 박탈감만 줄 수 있다. 부모와 떨어져 농촌유학센터나 농가에서 생활하는 초·중학생 안전 관리에 허점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의 농촌유학이 서울 아이들이 아닌, 농촌과 지역의 작은학교에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각도로 조명해야 한다. 당초 취지대로 농촌 작은학교는 물론 소멸위기의 마을과 지역을 살리는 도·농 상생의 정책으로 자리잡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더 살피고 분석해야 한다.
‘농촌유학’은 용어 자체에서부터 주체가 도시 아이들이다. 농촌유학에 대한 체계적인 실태조사 및 연구도 서울시교육청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도적으로 수행했다. 자연스럽게 농촌유학을 다녀온 서울 학생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통해 성과를 분석하고, 활성화 방안을 담았다. 철저하게 서울 중심의 접근이다. 한 두 학기 낯선 학교에 전학왔다가 원적학교로 어김없이 돌아가는 도시 친구들을 떠나보내는 일에 익숙해져야 하는 지역학생들은 관심 밖이다. ‘교육을 통한 귀촌’을 슬로건으로 내걸었지만 귀농·귀촌이 고대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귀향’만큼이나 어려워진 수도권공화국에서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농촌학교가 ‘자연 속에서 뛰놀며 더불어사는 삶을 배우는’ 대안교육기관이나 체험학습장으로 인식될까 걱정이다.
협약에 따라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전북도와 전북교육청에서도 농촌유학에 참여하는 서울 학생과 가족에게 적지 않은 유학경비를 지원한다. 당연히 전북도와 전북교육청도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교육협치를 통한 도시와 농촌의 공존과 상생’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먼저 농촌 작은학교와 지역 학생, 그리고 지역공동체에 온전히 초점을 맞춰 농촌유학의 실태와 성과, 문제점과 과제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김종표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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