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피는 꽃이 하도 번지르르해 봄이 온 줄 알았다
입만 가지고 떠드는 꽃이 넘쳐나
어제는 옆집 김 씨 내외가 놀이터에 나와
피 터지게 싸우고 돌아가더니
오늘은 길 건너 담뱃집 모녀가 나와
한바탕 소동을 피우고 들어간다
하다못해 떠돌이 개들까지 모여 어슬렁거리며 으르렁거리다가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네가 흔들리고 시소가 뒤뚱거린다
노을을 깔고 앉아 실없이 떠드는 말들이 가득하다
동네를 아무리 둘러봐도 싸우기에 이만하게 좋은 데가 없다
그대로의 야생野生이다
△사람이 사는 곳에 시가 존재한다. 시는 사람의 목소리와 행동에 민감해서 사람 닮은 시를 밖으로 내놓는다. <시의 소굴>이 그렇다. 팽나무 그늘에서 시간을 멈추고 공간을 뒤척이며 동네 한 바퀴 돈 풍경화를 언어로 엮었으니 참 재밌다. “그대로의 야생”을 흔들리는 그네에 태워보면 “한바탕 소동”과 “피 터지게 싸우”는 동네가 아름답다고 말할 것이다. 야생의 속성은 자연을 거부하지 않은 거친 풍경을 볼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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