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딜레마’ 해법 찾기
교육청·지자체·지역사회 협력
소멸 위기 공동체에 새 희망을
남녘에서 꽃소식이 올라오는 시기, 학교에서는 새 학기 채비가 한창하다. 올해도 신입생 수에 촉각을 세운 학교가 적지 않다. 신입생이 아예 없는 학교가 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시대, 학교의 위기가 심각하다. 작은 학교 통폐합 문제는 1980년대 이후 줄곧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교육부가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을 추진했지만,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에 힘이 실렸다. 김승환 전 전북교육감도 작은 학교 활성화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폐교만 막았을 뿐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교육과정을 특성화해 작은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학생 수 늘리기는 한계가 분명했고, 작은 학교는 빠르게 늘었다. 여건은 더 나빠지고 있다. 작은 학교 통폐합이 지역공동체 붕괴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학교와 상관없이 지역사회는 소멸위기를 맞았다. 이제 학교가 아닌 지역 소멸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선거 당시 첫 공약으로 ‘지나치게 작은 학교를 통폐합하겠다’고 했다. 물론 학교구성원과 지역사회 공론화 과정을 전제로 했다. 경제논리를 앞세워 작은 학교 통폐합 정책을 일괄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전교생이 20명도 안 되는 ‘너무 작은 학교’에 대해서는 학생중심,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너무 작은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의사소통·공동체역량 등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기를 수 없다. 학교에서 또래 친구들과 부대끼며 사회성과 의사소통·갈등해결 능력을 길러야 하는데 여건이 안 된다. 학부모도 불안해진다. 아이가 학교에 다니는 내내 전학을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뚜렷한 지향점이나 대안도 없이 작은 학교 통폐합을 금기어로 내세운다면 위기에 처한 학교를 처방 없이 방치해 ‘대안 없는 소멸’로 이르게 할 수 있다. 수년 전까지 전북교육청이 그랬다.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이대로 가면 교육청·공동체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학교가 속출할 것이다.
이제 교육청과 지자체,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작은 학교 현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전북형 적정규모 학교 육성 모델’ 을 만들어 내야 한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학교 통합을 하면서 사실상 폐교 없이 기존 학교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미래형 초·중 통합학교’가 주목을 받는다. 초·중 통합학교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우선 초등과 중등으로 나뉘는 학교급간 교육과정 연계·통합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 또 교육청과 지자체 차원의 다각적인 지원정책도 필요하다. 지역사회 주도로 10여년 전부터 통합을 논의해 내년 3월 새로운 통합학교 개교를 앞둔 부안군 하서면의 3개 초등학교 통합추진 사례도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통폐합을 추진해야 한다면 문을 닫는 학교를 지역 학생과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교육·문화 복합공간’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교육청이 해당 지자체 및 지역사회와 협의를 통해 폐교 공간에 도서관·체육관·공원·공공보육시설 등의 교육·문화시설을 건립하는 방안이다. 교육청과 지자체의 바람직한 협치모델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작은 학교 문제는 교육계의 오랜 딜레마다. 지금도 이 의제를 꺼내 든다면 숱한 논란과 날선 공방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래도 더는 미룰 수 없는 숙제다. 지역사회 공론화 과정을 통해 혜안을 모아야 한다. 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지역공동체의 미래, 무엇보다 우리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서다. 인구 감소 지역의 교육여건 악화를 막고, 위기의 공동체에 새 희망을 안길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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