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육 이원화, 사회적 갈등
인구위기 전북, 시범사업 ‘최적’
교육청·지자체 협치…성과 기대
# 완주군 동상면에서는 2021년 10월 작지만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완주군 공립 동상어린이집 개원식이다. 여느 농촌에서처럼 동상면에서도 공공보육시설 설립은 주민들의 숙원이었다. 완주군은 병설유치원이 있어 급식실 등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동상초등학교 내에 공공어립이집을 설립하기로 하고, 전북교육청에 거듭 협조를 요청했지만 끝내 거절당했다. 결국 완주군은 모 기업의 지원을 통해 학교 인근에 시설을 건립했다.
# 장수군 산서면에서는 2020년 1월 하나뿐인 어린이집이 원아부족으로 폐원 위기에 몰리자 학부모들이 나섰다. ‘폐원만은 막아달라’는 학부모들의 절박한 호소에 결국 장수군이 인건비를 지원하면서 어린이집은 가까스로 정상 운영될 수 있었다.
# 2016년 6월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누리과정(만 3~5세 공통보육‧교육과정) 예산편성을 요구하는 어린이집 관계자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정부가 2012년 시행령을 개정해 어린이집 무상보육 예산을 시‧도교육청이 편성토록 했지만, 전북교육청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에만 교부금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 교육감은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예산편성 주체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에 있다’면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고, 갈등은 커졌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실질적으로 아이들의 보육과 교육을 함께 맡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관련 법률에 따라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유치원은 교육부와 교육청 관할로 이원화돼 교사 양성과 시설기준, 지원 및 운영 정책 등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그리고 이 같은 차이는 지역사회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갈등은 특히 전북에서 심했다. 김승환 전 교육감이 교육과 보육을 엄격히 구분지으면서 논란을 키웠다. 저출산‧고령화로 지역사회 보육 및 교육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리해석과 논리다툼에 치중한 데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
윤석열 정부가 우리 사회 30년 난제인 ‘유보통합’을 본격 추진하고 나섰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나뉜 영유아 보육·교육 관리체계를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으로 일원화하는 것이다. 여전히 논란이 있고, 쟁점이 많아 2025년 본격 시행까지 험로가 예상되지만 가야 할 길이다.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서도 시급한 과제다. 교육부는 올 초 유보통합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했다. 그리고 그 첫걸음으로 ‘유보통합 선도교육청’ 운영계획을 내놓고, 지난달 각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신청을 받았다. 시·도교육청과 지자체가 협업하여 아이들의 격차 없는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과제를 발굴‧시행하겠다는 취지다.
민선8기 교육협치에 뜻을 모은 전북교육청과 전북도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최근에는 교육행정협의회를 열고, 전북형 유보통합 선도모델 구축을 위해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했다. 주민이 안심할 수 있는 국가 책임교육‧돌봄이 시급한 곳은 공동체 소멸 위기에 놓인 전북이다. 당장 자녀 보육 및 교육 문제로 농어촌을 떠나는 젊은이들이 부지기수다. 지역공동체 붕괴 위기 속에서 돌봄·교육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절감해온 만큼 시급한 과제를 발굴하고, 효율적인 해법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농어촌지역의 열악한 보육환경은 인구 유출을 부추기고 결국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작은 학교 폐교로 이어질 것이다. 영유아 돌봄 및 교육 환경이 열악한 곳에 청년들이 살 수 없고, 그 지역은 소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지역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교육기관이 함께 나서 지역사회 돌봄‧교육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 국가 현안인 유보통합 시범사업을 전북에서 추진해 지역 중심의 선도과제를 발굴·시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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