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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시간, 성장동력을 만들다] ① 쇠퇴하는 오래된 도시, 재생의 가치를 주목하라

도시재생의 성과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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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구도심 전경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 도시들

대한민국의 지방 도시들이 사라진다. 2021년 7월, 감사원이 발표한 ‘인구구조변화 대응 실태’ 보고서에 따른 예측이다. 2017년 기준 대한민국 인구는 5,132만 명. 100년 전인 1917년 인구 1,697만 명(조선총독부의 통계연보)의 3배가 넘지만 우리나라 인구는 줄곧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100년 후인 2117년에 우리나라 인구가 1,510만 명으로 급감한다는 분석도 있다. 감소세도 그렇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인구 감소에 따라 소멸할 위기에 처한 도시들의 숫자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 시군구들이 30년 후부터 소멸위험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전국 229개 시·군·구 중 2047년에는 157개, 2067년 216개, 2117년 221개가 ‘소멸 고위험지역’에 몰려 있다. ‘지방소멸위험지수’를 적용한 분석이다.

‘지방소멸위험지수’는 ‘한 지역의 20~39세 여성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이다. 이 지수가 0.5 이하면 인구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한다. 이 지수를 적용하면 인구가 몰려 있는 서울조차도 100년 뒤에는 인구수가 지금의 30%에도 못 미친다는 전망이 있고, 부산 대구 광주 대전을 비롯한 대도시의 상황도 다르지 않으니 지방 중소도시들의 상황은 말할 것도 없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오래된 도시들은 대부분 성장을 멈추어 이미 쇠퇴의 길에 들어선 지 오래다. 쇠퇴에 놓인 그 도시들이 이제 인구 감소로 소멸의 위기에까지 몰리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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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되고 쇠퇴한 지역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오래된 도시들의 과제다.

도시재생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구하라

그렇다면 소멸위기에 놓인 도시들을 쇠퇴하는 환경에서 구할 수는 없을까. 정부가 모색한 해법이 있다. 이른바 도시재생 사업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도시 재생은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추진되어온 지속사업이다.

도시재생 정책이 본격적으로 부상한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이다. 당시, 재개발을 전면에 내세운 이명박 정부의 '도시재생' 정책은 부산이 진원지였다. 뉴타운 공약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뉴타운돌이(?)'들이 사업 추진이 어렵게되자 2011년부터 국토해양부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새로운 정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일명 '커뮤니티 뉴딜'이다. 뉴타운 사업은 물 건너갔으니 마을만들기사업을 뉴딜사업처럼 하자는 전략이었다. 이 사업을 지원하는 특별법 제정까지 추진됐다. 특별회계를 만들어 쓰기 위한 목적이었다. 특별법 제정은 무산됐지만, 이명박 정부 후기에 도시재생이 큰 이슈로 등장했던 배경이다. 물론 이들이 추진했던 재생의 바탕은 '재개발'이었다.

보다 적극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된 것은 문재인 정부 때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발표하고 2018년부터 실행에 나섰다. 5년 동안 해마다 10조 원씩 50조 원을 투자하는 도시재생 뉴딜정책의 목표는 전국 500개 지역을 재생시키는 것. 전면개발 대신 도시재생으로 지역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도시정책이었다.

 

도시의 확장에만 골몰해온 후유증

이제 도시재생은 시대적 화두가 되었다. 낡은 공간과 낙후되고 쇠퇴한 지역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 오래된 도시들의 절박한 과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에 만들어진 신도시들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대부분 도시는 오래된 도시다. 기능으로는 ’발전과 쇠퇴를 반복해오면서 특정한 지역 산업을 갖게 된 도시’이고, 그 도시만의 ‘두드러진 향토색을 가진 도시’다. 어느 쪽이든 이 도시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가 있다. 그중 하나가 구도심 활성화다. 수십 년 동안 ’확장‘의 가치를 앞세운 도시발전 정책으로 신시가지 개발을 도구로 삼았던 우리나라의 오래된 도시들은 그 결과, 너나 할 것 없이 구도시와 신도시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도시의 확장에 환호했던 시기도 잠시, 신도시 건설에만 집중하는 그사이 구도심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확장’에만 골몰한 결과는 또 있다. 신시가지가 개발되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덤으로 따라온 난개발 후유증이다. 개발에만 집중해 인간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는데 실패한 적지 않은 도시들이 미래를 위협받고 있는 현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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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력발전소에서 미술관으로 변신한 영국 테이트 모던. 

치밀하고 미래지향적 전략이 가져온 성과

그러나 도시재생을 정책으로 실현한 국가와 도시 중에는 낡은 공간들을 동력으로 삼아 힘을 잃어가던 도시를 살려낸 사례가 많다. 무조건 확장하고 새로 짓는 개발 논리에 빠지지 않고 ‘재생’의 가치와 의미를 주목한 성과다. 공동화되어가던 옛 도심이 생기를 되찾아 사람을 부르고, 환경쓰레기로 오염되어가던 강이 살아나 다시 도시의 동맥이 됐다. 낡고 오래되어 방치되었던 건물을 고쳐 창조적인 상상력으로 새로운 옷을 입힌 공간을 가진 도시들은 다른 모든 도시들에 선망의 대상이다.

도시재생을 먼저 시행한 나라는 영국과 독일이다. 19세기를 주도했던 영국은 특히 도시재생의 모범적 나라로 꼽힌다. ‘문화’와 ‘공간’을 중심에 두어 도시재생을 성공시킨 사례가 많은 덕분이다.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도시재생으로 성공한 대부분이 치밀하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20년 이상 방치됐던 화력발전소에서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변신한 <테이트 모던>도 영국 정부가 추진했던 <밀레니엄 프로젝트>로 추진한 사업이었다. <밀레니엄 프로젝트>는 대처 수상의 뒤를 이은 존 메이저 수상이 1995년 영국의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며 선언한 도시정책 프로젝트다. 세계 관광객들을 불러온 <그리니치빌리지 밀레니엄 돔>, 세계의 최대 회전 그네인 <런던아이>, 템즈강의 보행자 전용다리인 <밀레니엄 브릿지>, 그리고 낙후된 템즈강 남부의 재활성화가 이 프로젝트의 주요 사업이었다.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가장 성공적인 ‘테이트 모던’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랜 연구 끝에 만들어진 도시정책의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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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구도심 거리

재생은 새로운 시대로 나갈 수 있는 기회

우리나라의 도시들도 너나없이 재생을 성장 동력으로 내세운 길을 실천하거나 모색하고 있다. 전북의 각 시군에서도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됐다. 외형적으로만 보자면 개선된 주거환경의 변화가 눈에 띄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도시재생의 영역은 그 스펙트럼이 넓다. 그중에서도 재개발을 통한 도시재생은 필요하지만 경계해야 할 부분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무분별한 난개발의 또 다른 실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뉴타운이나 재개발 건축 사업들은 가능한 프로젝트를 크게 만들어 큰 규모의 건설회사들이 독식하게 된다.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만들지 않으니 중소규모의 건설회사나 설계사무소 등 관계가 있는 업종의 작은 업체들이 일감을 맡을 기회는 줄어든다. 불균형한 구조의 악순환이 지속되면 경제민주화의 실현 또한 멀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도 최근 주목되는 움직임이 있다. 도시재생 사업 방식의 변화다. 이미 한 시대를 점철했던 재개발과 재건축이 되살아날 기미다. 물론 규제 완화나 철폐가 전제되어 있다.

그렇다면 재건축 재개발만이 오래된 도시의 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일까. 답을 주는 도시들이 있다.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순간’을 철저히 경계하며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든 오래된 도시들의 지혜와 선택이다.

재생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지 10여 년, 우리의 도시 환경은 큰 폭으로 변했다. 재생사업의 성과가 도시에 스며들면서다. 그러나 어느 사업이든 공과 과가 있는 것이어서 성과와 함께 새롭게 안게 된 문제도 적지 않다.

새로 시작하는 ‘도시의 시간, 성장 동력을 만들다’는 도시재생의 성과와 과제를 진단하는 기획이다. 그동안 추진해온 도시재생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분석하고 공유해 도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려는 것이 취지다. 우리보다 앞서 도시재생을 시작한 일본의 도시와 국내외 도시 사례분석,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도시의 발전을 견인해나갈 도시재생의 성과와 과제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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