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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시간 성장동력을 만들다 ⑬ 공동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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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관한 용머리여의주마을 주민공동이용시설.                                                       조현욱기자

도시재생으로 얻은 결실, 주민들이 이끄는 공동체 문화

우리나라의 도시 재생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0년대 중반부터다. 정부가 주도하는 도시재생사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업의 이름과 규모가 달라졌지만, 시간은 10년 가까운 여정이다. 덕분에 광역과 기초단체를 막론하고 국가가 주도해온 도시재생사업은 공간과 환경을 크게 변화시켰다. 마무리됐거나 진행 중인 재생 사업의 성과를 가늠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 도시가 공통적으로 안게 된 결실이 있다. 주민 공동체의 등장(?)이다. 특히 재생 사업을 계기로 만들어진 대부분의 주민 공동체는 사업이 끝나고도 살아남아 재생 공간의 운영 주체가 되거나 새로운 공동체 문화 환경을 열어가고 있다.

도시재생은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한 밑거름이다. 전국 도시들이 재생 사업에 '주민 공동체 활성화''주민 역량 강화'를 앞세우는 이유다.

전북에서도 주민공동체의 역량을 돋보이는 도시재생 현장이 많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문을 연 전주시 용머리여의주마을 주민공동이용시설과 2019년 문을 연 중앙동 커뮤니티플랫폼 둥근숲은 전국적으로 주목을 모으고 있는 공간이다. 지속 가능한 활동을 위해 공동체의 자생력을 키우고 있는 전주의 오래된 마을과 공간을 찾았다.

△완산동 용머리 여의주마을 주민공동이용시설

전주의 남쪽에 자리한 완산동에는 야트막한 두 개의 산이 있다. 완산과 다가산이다. 그 사이에 남북을 가로지르는 용머리 고개가 있다. 김제 쪽에서 전주 구도심으로 들어오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 고개를 안고 있는 오래된 마을이 여의주 마을이다.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채 옛 모습을 오랫동안 유지해온 용머리 여의주마을의 환경이 바뀌게 된 것은 지난 2018년 국토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되면서다. 마을 중심의 도시재생 사업은 대부분 기반시설 개선이나 확충이 중심이지만 이 마을의 도시재생 사업은 달랐다. 마을 입구부터 좁은 도로와 가파른 오르막길, 비좁은 골목 골목이 이어지는 주거 중심의 지형적 특성으로 기반시설 개선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동네살리기>를 내세운 재생사업의 목표는 자연스럽게  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정주 여건 개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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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머리여의주마을의 정원에 설치된 공간.                                                                          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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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공동이용시설 2층에 입주한 전철수 화가의 작업실      조현욱기자

용머리 여의주마을은 도시재생 사업은 국토부의 뉴딜사업에 선정돼 2018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진행됐다. 도로와 골목길을 정비하고 텃밭을 만드는 기반시설 개선사업과 함께 주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주민공동이용시설 건립이 중심 사업이었다.

주민공동이용시설은 20206월 공사를 시작했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주택을 중심으로 20여 채를 매입해 허문 자리에 2층짜리 아담한 건물과 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이었다. 공사 기간만 2. 지난해 12월 용머리여의주마을 주민공동이용시설은 문을 열었다. 건물 1층에는 카페 <유기공장>과 협동조합 사무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이, 사무실 공간으로 조성한 2층에는 임대 공간인 사진 스튜디오, 상담센터, 미술관, 방짜유기 전시관 등 개인 작업실과 교육장 등이 들어섰다. 건물 뒤쪽에는 원예치료 등 식물을 활용한 치유 공간과 함께 공동텃밭·치유 정원도 조성됐다.

시설의 운영과 관리는 용머리여의주마을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최동완)이 위탁을 받았다.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은 도시재생 사업의 시작부터 함께해온 주민협의체가 지난 20219월 설립 인가를 받고 출범한 단체다. 협동조합 조합원들의 연령대는 50대부터 70대까지. 마을 주민들의 연령대가 높은 만큼 조합원들의 평균 연령도 높다. 조합원은 21. 모두 출자한 주체지만 공간 운영과 관리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참여한다. 아직 시작 단계여서 숫자가 많지 않지만, 점차 조합원을 늘려갈 계획이다.

공간을 운영하는 재정은 2층 사무실 임대료와 공간 사용료, 그리고 1층 카페에서 얻는 수입으로 충당한다. 그래봤자 100만 원 남짓한 수입이지만 공간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인력이 필요한 일은 조합원들의 봉사로 해결하고 있는 덕분이다. 조합의 실질적인 운영을 도맡아 거의 매일 출근하는 송호숙 사무국장과 이은자 조직국장도 임금 없이 일하는 봉사자다. 웬만한 일손은 봉사로 해결하는 덕분에 작은 소득으로도 마을 주민들을 초청해 식사를 하거나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올해는 원예 전문가인 마을 주민이 강사가 되어 원예치료와 공예 교육, 스마트폰 활용 교육 등을 진행했다. 내년에는 주민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늘리고 마을 축제도 만들어볼 계획이다.

송 사무국장은 협동조합의 자생력을 위해서는 조합원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더 큰 과제가 있다고 말한다.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지금은 주민들이 생산하는 마을 상품 개발하고 카페 운영을 통해 수익을 높이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여의주마을에는 주민공동이용시설말고도 특별한 공간이 또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으로 불리는 <옛이야기 도서관>이다. 건축가 유현준 교수가 설계한 이 공간은 마을의 지형적 한계를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한 작고 아름다운 도서관이다. 이곳 또한 마을 주민들이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지만, 여의주 마을은 도시재생이 어떻게 주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오래된 마을의 변화를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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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과 요양병원으로 활용했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문을 연 청년플랫폼 <둥근숲>                     조현욱기자                                         

△중앙동 고물자골목의 <둥근숲>   

전주의 남부시장에 자리 잡은 고물자골목은 6.25 전쟁 직후 미군 부대의 구호물자와 보급품이 거래됐던 공간이다. 그러나 상권이 이동하면서 이 공간도 쇠퇴했다. 도시재생이 시작된 것은 2016년부터다. 이곳 역시 주민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함께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졌다. 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은 방치된 공간 활용방안을 찾는 것이었다.

201911월 문을 연 청년 공유공간 <둥근숲>은 그 결실이었다. 고물자골목의 재생 사업에는 다른 마을과 달리 청년들의 참여가 활발했다. 남부시장 인근에서 서점이나 식당을 운영하는 청년대표부터 청년 예술가들까지 둥근숲을 거점으로 다양한 활동을 주도했다.

고물자골목은 전주시에서 첫 번째로 도시재생 사업에 선정된 곳이다. 2016'전주, 전통문화 중심지의 도시재생' 사업으로 선정되자 2017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가 문을 열면서 본격적인 재생 사업을 시작했다. 기존 사업 기간은 2020년까지였으나 1년 연장해 2021년에 마무리됐다.

문을 연 지 4년째인 둥근숲 역시 주민협의체가 중심이 되어 창립한 협동조합이 운영을 위탁받았다. 지난 2월 총회를 통해 둥근숲사회적협동조합을 맡게 된 류영관 이사장은 원도심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의 코디네이터로 고물자골목의 재생사업을 이끌었던 활동가다. 사업이 끝나고도 이 공간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류 이사장의 열정 덕분에 둥근숲은 어려운 재정 여건에서도 청년 공유공간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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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숲 로비에 배치된 청년들의 네트워크 지형도.      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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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숲 1층에 있는 작은 서점.                                                    조현욱기자

둥근숲은 공간을 활용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가 대부분 '청년'에 맞추어져 있다. 올해는 전북형 청년마을사업에 선정돼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시설을 갖추었다. 1층은 전시, 강연, 상영회, 모임 등이 가능한 실내 라운지 공간과 공유 주방이, 2층은 코워킹 스페이스, 3층은 입주사무실이 들어섰고, 옥상정원과 마당도 새롭게 꾸몄다.

둥근숲의 전신은 여관과 요양병원이다. 여관에서 요양병원으로 바뀌면서 들여놓은 엘리베이터가 지금도 남아 있다.

둥근숲은 그동안 청년 예술가들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전시와 정기적으로 청년들이 참여하는 마켓을 열어왔다. 마켓은 청년들이 기획하고 이끄는 일종의 동네 축제다. 내년에는 새롭게 들여놓은 시설을 활용해 레지던시와 서점 등 청년들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둥근숲도 재정을 해결하는 일이 우선 과제다. 임금 없이 공간의 활성화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류 이사장은 재정도 해결하고 공간의 목표인 청년 커뮤니티플랫폼으로 자리잡기 위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조합원을 늘리는 것도 새로운 목표다. 쉽지 않지만 둥근숲을 찾아오는 청년들이 점차 늘고 있으니 조합의 규모를 키우는 것도 공간 활용을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리란 확신이 있다.

둥근숲이 주민들의 활동공간으로, 청년들이 소통하고 교류하는 플랫폼으로, 청년 예술가들의 창작 산실로 누구나가 참여하고 쉴 수 있는 숲과 같은 공간으로 자리잡는 것. 이 공간을 주목하고 있는 청년들의 바람이다. / 김은정 선임기자, 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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