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남해군은 섬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가진 곳이 유독 많다. 그래서인지 바다에 온전히 갇혀 있는 섬이지만 거주하는 인구가 많았다. 1960년대만 해도 인구는 13만 5천 명을 웃돌았다. 그러다 점점 줄기 시작해 1985년 9만 명 이하로 떨어진 이후 더 급속히 줄어 지금은 4만 1천 명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인근 대도시로 나가고 노인들만 남은 결과다. 그러나 남해는 다른 도시들과 사뭇 다르다. 남해는 외지인이 늘 들고 난다. 10여 년 전부터는 들어오는 외지인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데, 특히 도시재생을 주목하는 젊은 세대의 유입이 눈에 띈다.
관광객은 늘어나는데 쇠락해가는 원도심
남해는 관광산업으로 이름을 알린 곳이다. 지금도 농업과 어업이 바탕에 있지만, 주산업은 관광이다. 남해군은 오래전부터 자연 유산에만 기대지 않고 관광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대표적인 것이 2001년 조성한 독일마을이다. 1960년대, 산업역군으로 독일에 파견됐던 독일 거주 교포들이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지를 제공하고 독일의 이국 문화를 경험하는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한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서 남해군은 외국마을 조성 사업을 지역 활성화의 큰 축으로 삼았다.
그러나 오래된 도시들이 그렇듯 남해군의 고민은 따로 있었다. 관광객은 증가하지만, 원도심은 쇠락하는 상황. 인구 감소도 그렇지만 남해군 전역에 관광 명소들이 흩어져 있다 보니 관광객들 읍 소재지 권역을 지나치는 것이 원인이었다. 남해군이 아예 도시재생 대상 지역을 읍소재지로 집중한 이유다.
주민 삶의 질 높이고 관광객들 이끌 <창생플랫폼>
남해군의 도시재생이 본격화된 것은 2019년부터다. 남해군은 2018년, 중심시가지형 사업 <재생에서 창생으로 ‘보물섬 남해 오시다’>로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됐다. 민간 차원의 도시재생은 이전부터 활발했지만, 군이 본격적으로 주도하는 재생사업은 이것이 시작이었다. 남해군의 뉴딜사업을 이끄는 남해군도시재생지원센터(센터장 안재락)는 2019년 4월 문을 열었다. 시점으로만 본다면 후발주자다. 남해는 도시재생 사업 방향을 관광중심형으로 삼았다. 관광중심형 사업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선택한 유형이다. 사업 대상지도 남해읍에 집중시켰다. 스쳐 지나가는 남해읍 중심지를 남해관광의 전진기지로 만들어 퇴락하는 원도심을 살려보겠다는 취지였다.
뉴딜사업이 시작된 지 5년째, 원도심 거리는 관광특화 가로 사업과 무장애통학로 사업으로 새롭게 바뀌었다. 오래된 한옥과 떡공장은 청년센터와 청년학교로 변했으며 주민들이 쉬고 즐길 수 있는 야외정원도 만들어졌다. 올해 말에는 ‘창생플랫폼’과 ‘관광창업 아카데미’가 들어선다. 창생플랫폼과 관광창업 아카데미는 뉴딜사업으로 만들어지는 가장 큰 건축물이다. 옛 여의도나이트 부지에 신축하는 <창생플랫폼>과 폐업한 장수장 여관을 개축하는 <관광창업아카데미>를 유기적으로 통합해 남해군의 새로운 거점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지하 1층, 지상 4층 구조에 전체면적 2,269㎡에 이르는 규모다. 주민들의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복합문화공간이자, 관광객과 외지인들에게는 관광과 창업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류하며 남해의 관광자원을 연결하는 거점으로 활용할 <창생플랫폼>은 올 연말 완공 예정이다.
남해 관광의 시작과 끝, 기억의 예술관 <남해각> 프로젝트
바다에 둘러싸인 남해가 육로가 이어지는 곳은 사천시와 하동군. 노량해협을 건너 만나는 육지가 하동이다. 남해와 하동은 남해 노량해협을 사이에 두고 육지와 섬으로 갈린다. 지금은 남해대교와 노량대교가 놓여 남해에서 육지로 나오는 길이 활발해졌으나 다리가 없던 시절에는 배를 이용해야만 바다를 건널 수 있었다.
남해와 하동을 연결하는 남해대교가 열린 것은 1973년이다. 우리나라 최초이면서 동양에서 가장 큰 현수교였다. 2018년에는 노량대교가 개통됐다. 남해대교가 건설된 지 50년 가까이 되면서 안전성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덕분에 남해는 남해군과 하동군을 잇는 곳에 남해대교와 노량대교를 함께 품게 되었다.
하동 쪽에서 남해로 들어가는 남해대교를 건너면 처음 만나게 되는 건물이 있다. 남해대교와 연계되어 건축된 숙박과 휴게공간이었던 ‘남해각’이다. 1975년 해태관광이 짓고 운영하기 시작한 남해각은 줄곧 원래의 쓰임을 유지해오다가 2018년에 문을 닫았다.
남해 관광의 상징이자 남해 주민들에게 기억의 장소로 남아있는 이 공간을 다시 주목한 것은 남해군이다. 군은 남해각을 매입해 관광거점 시설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2021년 개관한 ‘남해 관광의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관광 플랫폼 ‘남해각’이다. 건물은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쓰임을 극대화했다.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관광 상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여행자라운지와 갤러리, 남해각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아카이브와 각종 기획전시가 열릴 수 있는 전시공간, 그리고 다목적 기능을 담은 바다도서관이 들어섰다. 앞마당에는 남해대교와 노량해협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형 음악공연장을 조성 중이다.
남해군은 지난해 남해군관광문화재단(본부장 조영호)에 남해각 운영을 위탁했다. 실질적인 관광거점 시설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선택한 전문성을 갖춘 기관과의 협업이다. 성과는 곧바로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지난봄 개최한 ‘남해 관광 거버넌스데이’는 53개 업체와 제휴를 맺는 성과를 올렸고, 관광기념품 전시·판매에는 20여 개 지역의 관련 업체의 참여를 끌어냈다. 땡큐 영수증 굿즈, 편백 펜던트 등 소비를 촉진하는 관광콘텐츠를 개발한 것도 눈에 띈다. 지난여름에는 바다도서관을 개관, 남해만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성격을 강화했다. 덕분에 남해각을 찾는 여행객들은 크게 늘고 있다.
남해군관광문화재단 조영호 본부장은 “남해각을 남해관광의 매력을 알릴 오프라인 거점 공간으로 구축하기 위해 지역 관광 거버넌스와 소통하고 교류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인구 4만 명의 작은 섬 도시 남해의 미래는 관광거점 도시다. 재생에서 ‘창생’을 꿈꾸는 도시 남해의 실험이 주목받고 있다. /김은정 선임기자, 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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