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갑! 그가 이루고자 하는 글귀인가. 밑도 끝도 없이 엽서에 기록한 글귀가 눈에 띈다.
평중견기 정중견동(平中見奇 靜中見動)이 바로 그것이다. 즉 ‘평범한 가운데 기이함을 찾고, 정적인 가운데 움직임을 구한다’ 이다.
그림을 보고 반대편으로 나가니 아담한 정원의 잔디밭에 의자들이 놓여있고 재떨이까지 준비된 곳에 앉아서 담배에 불을 붙히고 있노라니 짧은 머리에 구릿빛의 얼굴인 무슨 운동 감독이나 될법한 사람이 나타났다.
작가가 관장이라 소개한다. 미술관장? 아닌 거 같은데?
외양으로도 느껴지는 카리스마는 운동 감독이어야 하는 데라는 생각은 여전했다.
옆자리에 앉아있었기에 '오모크(omoke)'의 뜻을 물으니 "꼭 만나야 할 사람"이라는 뜻이라며 남극의 펭귄 이야기를 한다. 펭귄은 수컷이 부화하는데, 부화할 때 바다로 떠나있던 암컷이 돌아와 새끼를 찾는 과정이라며 사전에는 없는 말이라 한다. 과연 없었다.
나중에는 대구의 코다리 집에서 뒷풀이하는데 나중에 합류한 울산 분 중 첼리스트 절세미인이 아내라는 울산의 라상덕 작가가 자기의 목걸이를 나한테 걸어주었고, 내가 왔다는 소리에 한달음에 달려온 대구의 서세승 작가를 반갑게 만나는 등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나 갈 길이 바쁜 사람들은 아쉽지만, 도중에 일어서야 했다.
하루만 더 묵으라는 여러분들의 만류가 있었지만 나도 내일을 위해 정에 매달리지 않고 일어섰다. 오는 길에 운전을 해준 사람은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10여 년 이상의 유학을 하고 지금은 대학에서 강의한다는, 완주가 좋고 집값이 싸다는 이유로 눌러앉아 인연을 만났다는 김민경 작곡가와 그녀의 인연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니 자정이 넘어 있었다.
오는 길엔 그녀가 작곡했다는 온갖 장르의 음악을 들으면서 오다 보니 긴 시간임에도 지루함은 없었다.
그리고 중요했던 것은 김민경 작곡가와의 오늘의 만남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1~2년 전쯤에 내 강의를 들은 일이 있으니, 구면이라는 것이었다.
아무튼 ‘콧등에 바람을 쏘이러’ 갔던 그날의 여행은 보람 있었고 재미도 있었다.
자기의 전시지만 즐겁게 여행시켜 준 박종갑 작가는 현재 경희대 미대 학장으로 5년째 봉직하고 있으며 나와의 인연은 내가 중등에 있을 때, 그가 다닌 중학교의 교사였으니 이 또한 청출어람이다. 그의 아내 윤 대라는 역시 작가로 평소에는 명랑 쾌활하지만 그림 작업에 임할 때는 무섭도록 진지해지고 상상력이 풍부한 대라 궁의 마님이고 개인적으로 내가 "그림이 정말 좋다"라는 느낌이 드는 몇 안 되는 작가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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