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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공간의 문화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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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기 군산대 건축공학과 교수

일상의 삶이 이루어지는 도시 공간은 그 익숙함으로 인해 어떤 특별한 가치를 갖는 공간으로 인식하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 특히, 시간이 더디 가는 것처럼 보이는 구도심의 좁은 길과 낡은 건물로 이루어진 공간은 하루빨리 현대식 건축물로 대체되어야 할 쓸모없는 공간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고도성장기를 거쳐오는 동안 우리는 구도심에서 별다른 가치를 찾지 못했고 시원하게 넓은 자동차 도로와 반듯하게 정돈된 아파트 단지로 대표되는 신도심의 편리성과 기능성에 높은 가치를 두고 살아왔다.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가까운 과거에 형성된 도시 공간에 대해 어떤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최근까지 쉽사리 공감하기 어려운 얘기였다. 서울 사대문 안의 조선시대 궁궐이나 전주 경기전처럼 문화재로서의 역사적 가치가 명확한 공간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론이 없지만 근, 현대기에 조성된 도시 공간이 갖는 가치는 그동안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충분하게 인식되지 못하였다. 최근에야 가까운 과거에 조성된 도시 공간이 갖는 가치에 대한 관심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낡고 침체된 도심에서 일정 영역의 도시 공간이 갖는 유·무형의 자산을 활용하여 도시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도시재생을 통해 근대기에 형성된 도시 공간이 갖는 잠재적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10여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기능적 편리성과 단기간의 부동산 가치 상승의 효과는 있으나 도시 공간이 갖는 누적된 시간의 흔적을 지워버리는 전면 철거 후 재개발에 비해 도시재생은 보다 다양한 가치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도시 공간에 대한 인식 변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근대기에 형성된 도시 공간에서 우리 민족 문화의 자랑스럽고 찬란한 정수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공간에는 변화무쌍했던 근대기의 시간을 지나면서 만들어진 그 지역 공동체의 다양한 생활 문화가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그것은 별로 자랑할 만한 것이 아닌 어쩌면 부끄럽고, 감추고 싶고, 잊고 싶은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가까운 과거 그 시간을 살아온 적나라한 우리 모습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도시 공간에 남은 흔적은 지역 공동체가 갖고 있는 누적된 생활 문화의 일부이다.

국토교통부의 ‘건축자산진흥구역’이나 문화재청의 ‘근대역사문화공간’도 도시 공간의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는 정책이다. 여러 정부 부처에서 도시 공간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에 주목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도시재생사업은 도시 공간의 고유한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조급하고 천편일률적인 사업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또한 국토교통부의 건축자산진흥구역은 예산 투입이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지고 문화재청의 근대역사문화공간은 여전히 개별 문화재 중심의 활성화 사업으로 진행되는 한계점을 갖고 있다.

도시 공간이 갖는 다양한 가치에 관심을 가진지 이제 10년 정도 지났다. 여러 정부 부처에서 관련된 정책과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나 현실적인 문제점이나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 있다. 그러나 우리가 오랫동안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던 도시 공간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주목하게 하고 이를 보전하고 활성화하려는 정책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이 올바르게 자리 잡고 더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만큼 우리 주변의 도시 공간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

/송석기 군산대 건축공학과 교수

△송석기 교수는 근대도시건축연구회 부회장, 한국예총 군산지회 부회장,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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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기 #문화마주보기 #도시공간의 문화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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