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은 여성 지인과 술을 마시게 되었다. 의뢰인과 지인은 술자리를 옮기며, 지인의 집에서 함께 술을 더 마셨다. 의뢰인은 지인의 집에서 자게 되었고, 각자 잠자리에 들던 중 의뢰인은 지인에게 두세 차례 스킨십을 시도했다. 하지만 지인이 완강히 거절하여 포기하고 잠이 들었다. 얼마 후 지인은 의뢰인을 강간미수로 고소하였다. 의뢰인은 자신의 행위가 범죄인 것인지 물어왔다.
세월이 변해가며 법적 감수성 또한 변해간다. 필자의 사무실이 시골에 있다 보니, 시골의 어르신들이 음주운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인생의 유일한 낙은 음주로 읍내에서 대리기사를 부를 수 없어도 반주는 포기할 수 없다. 음주운전이 적발되더라도 벌금 정도라 생각하지만, 음주운전은 큰 범죄다. 전과가 있으면 구속까지 될 수 있다. 어르신들에게 이런 법적 감수성의 변화를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음주운전 외에 이러한 변화가 큰 영역은 성범죄이다. 남녀가 술을 매개로 만나고, 사귐과 잠자리에 대한 요청과 거절 사이에 남녀 관계가 싹트곤 했다. 하지만 이제 만남과 잠자리가 그렇게 낭만적 영역이 아니다. 오랜 지인, 여성의 집, 음주량과 기억, 즐거운 술자리, 같은 공간의 잠자리와 합의 추정 등의 말은 성범죄의 성립에 별 영향이 없다.
대부분 술에 취해 기억이 없는 경우도 잦고, 기억이 있더라도 좋아하는 줄 알았기에 스킨십을 시도한 것뿐이라고 말한다. 기억이 없다거나 동의가 있는 줄 알았다는 말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추행과 성행위의 시도가 있었다면, 강간미수라는 어마어마한 범죄에 해당하게 될 가능성이 너무나도 높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무죄 사례가 많기에 알아서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길 기대하지만, 고소 이후에는 수사, 기소, 재판이라는 긴 사법 절차가 남게 된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기소될 것이고, 유죄 판결이 나올 것이다.
통상의 연애라며 억울해하는 의뢰인을 두고, 불기소, 무죄, 구속 가능성을 설명하며, 무거운 범죄임을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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