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생태계는 참으로 오묘하다. 1935년 아서 탄스리(A.G.Tansly)는 그의 저서에서 생태계의 개념을 처음 도입하였다. 생태(生態)는 생물이 살아가는 모양을 뜻하며 계(系)는 작은 규모의 영역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전체를 유지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생태계에서는 모든 생물이 그물(web)처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생태계의 원리는 기업활동에서도 적용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협력관계를 맺고 상호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국민경제의 뿌리이자 허리이다.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기업체수 99.9%, 종사자수 80.9%를 점하고 있다. 중소제조업의 경우 생산액의 36.0%, 부가가치의 39.1%, 수출액의 39.0%를 차지하여 국민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고물가, 고금리, 저마진으로 신음하고 있다. 미·중 패권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였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21년 원재료 가격은 47.6% 오른 반면 납품대금은 10.2% 상승에 그쳤다. 이로써 중소기업 영업이익률은 7.0%에서 4.7%로 2.3%p나 감소하였다. 더욱이 고용노동부에 의하면 2023년 10월 기준으로 300인 미만 사업체 평균임금은 300인 이상 사업체 평균임금의 60.3%에 불과하여 중소기업 기피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시기에 대량 공급된 유동성에서 비롯된 고물가를 잡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고금리 정책이 지속되면서 중소기업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2021년 2.83%에서 2023년에 5.30%로 증가하자 같은 기간 연체율은 0.27%에서 0.49%로 1.8배나 증가하였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나라 창업기업의 5년 폐업률은 66.2%로 OECD평균 54.6%에 비해 11.6%p나 높다. OECD 28개국 중 포르투갈과 리투아니아에 이어 3위이다. 사업하기 힘든 환경에 폐업이 속출하면서 기업생태계가 황폐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렵다. 국민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이 무너지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첫째, 중소기업이 사업하기 좋은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금리인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2022년 5.1%에 이르던 물가상승률이 2023년 12월에 3.2%까지 낮아졌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올린 고금리이니 만큼 이제 단계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차례이다.
둘째, 중소기업과 대기업 납품단가 연동제를 적극 활성화해야 한다. 납품대금연동제는 원재료 가격 상승 시 그 상승분을 납품대금에 반영하여 중소협력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이다. 금년 1월 9일 납품대금연동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었다. 차제에 납품대금연동제 동행캠페인을 범국가적으로 전개하여 우리 사회의 기업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그러면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줄어 동반성장과 빈부격차 해소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자연에서 풀밭이 없어지면 황무지가 되고 동물이 살 수 없게 된다. 경제도 마찬가지이다. 소재와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이 사라지면 대기업도 생존하기 힘들다. 자연이나 기업이나 모두 생태계속에서 서로 협력해야 공존이 가능하다. 풀밭(중소기업)이 사라지면 호랑이(대기업)도 죽는다는 교훈을 깊히 새겨볼 일이다.
/한종관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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