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3일 전북도민의 삶의 질을 알 수 있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격년으로 발표하는 <전북 사회조사> 결과, 2023년 삶의 질은 6.55로 2021년 대비 0.05 높아졌다. 지역 생활이나 행복 또한 비슷하다. 멀리서나마 보는 기분 좋은 뉴스였다.
그러나 전북의 상황은 그다지 좋은 것 같지 않다. 같은 조사에서 ‘10년 후에도 전북에서 살겠다’는 답이 77.9%로 지난 조사보다 2.3% 늘었으나, 전북 인구는 하루가 다르게 줄고 있다. 2023년 12월 기준 175만명. 전북은 이미 소멸위험 지역이다. 전주만 주의 단계에 있을 뿐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펴낸 인구변화를 보면, 50년 뒤인 2073년 전북 인구는 45만 명으로 줄 것이고 최악의 경우 100년 뒤엔 4만 명에 불과할 것이라 말한다. 충격적인 예측이다.
사실 인구문제는 전북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0.6으로 떨어진 합계출산율로 우리나라는 심각한 소멸위기를 겪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2023년 12월 2일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했고, <마이니치신문>은 ‘한국 국가소멸위기감’을 다룬 바 있다. 캘리포니아대학 조앤 윌리엄 교수가 ‘한국 망했네’라고 통탄할 정도다. 이런 인구감소를 멈출 방법이 있을까?
여야를 막론하고 출산 정책에 나섰다.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인천은 아이를 낳으면 1억 원을 준다 했고, 서울은 1.8조원을 투입하여 아이 탄생을 응원한다 했다. 전북도 인구정책종합계획(23~27)을 세워 대응하며 여러 비용을 지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떤 주장에 따르면 지금껏 우리나라가 출산율에 쓴 예산이 무려 280조라 한다. 그러나 인구는 여전히 줄고 있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은 자기가 사는 공간에 먹이가 없을 것이라 예상되면 모든 동물은 개체 수를 감소시킨다라고 말한다. 출산 여건도 그렇지만, 엄청난 경쟁률과 높은 노동시간, 미래가 보이지 않는 여건과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지구환경 변화는 아이 낳길 주저하게 만든다. 여기에 나 혼자라도 행복하게 살겠다는 ‘나혼산’ 문화는 출산의 가능성을 확연히 떨어뜨린다.
지금에 출산을 늘리는 건 한계가 있다. 인구변화는 복지, 노동, 문화, 환경 등 모든 정책의 결과일 뿐, 출산율 정책 하나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선 출산율 자체를 자극하기보다 출산하고 싶은 욕망을 만드는 환경 창출이 중요하다. 인구감소에 맞는 적절한 지역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MIT대 브랜드 라이언 교수는 디트로이트 등 미국의 쇠퇴한 공업도시를 연구하며 쇠퇴기의 도시전략으로 ‘완화적 도시계획’을 주장한 바 있다. 쇠퇴하는 도시 여건에 맞춰 축소를 완화하고 축소에도 지역에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만 도시는 유지되고 재발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우리 도시는 성장기에 건립된 도시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건물을 높게 세우고, 도로를 넓게 만들었다. 이런 도시론 인구가 감소하는 축소사회에 대응하기 어렵다.
스마트한 축소전략이 필요하다. 인구감소로 여유가 생긴 만큼 좀 더 인간적인 도시, 문화적이고 친환경적 도시로 만들고, 여기에 다양한 교류와 기회가 펼쳐지는 도시를 만들 필요가 있다. 요컨대 출산의 욕망을 자극하는, 미래가 있는 도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심각한 위기에 서 있는 전라북도, 스마트한 축소전략을 기대한다.
/라도삼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문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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