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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저도 ‘우리’가 되었어요

임은진
임은진

오늘 전북특별자치도에는 30명의 소중한 인구가 늘었다. 무슨 말일까? 오늘 30명의 신생아가 전북 지역에서 태어난 것인가? 아니면 다른 지역에서 전입해서 늘어난 인구가 30명이라는 것인가? 실은 오늘 전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서 시행한 국적취득증서 수여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분들은 태어난 곳도 세계 각지이고 나이도 16세에서 71세까지 다양하다.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빗길과 궂은 날씨를 뚫고 귀화자, 국적회복자 그리고 가족 친지분들이 국적증서 수여식장에 찾아오셨다. 칭얼대는 어린 자녀를 안고 달래는 젊은 부부들,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친구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국적회복자 분들까지 좁은 회의실이 붐볐지만 새로운 출발을 앞둔 이들의 설렘으로 인한 생동감이 우울한 겨울 날씨를 이겨내는 것 같아 좋았다.

수여식은 먼저 국적취득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민교육으로 시작되었다. 교육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국적증서 수여에 앞서 국민의례가 진행되었다.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순으로 진행되었다. 어떤 행사에서건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이 의례가 오늘은 무척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애국가 1절이 조용히 울려 퍼지자 참석자들이 서투른 한국어 발음으로 애국가를 따라 부르는 것이 귓가에 느껴졌다.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애국가가 마무리될 때는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어우러지면서 발음도 더욱 선명해졌다. 이어서 참가자를 대표하여 귀화자 한 분이 국민 선서문을 한 줄씩 선창하였고 참가자분들이 다 함께 따라서 읽으면서 분위기가 고조됨을 느꼈다. 필자는 한 분씩 한 분씩 국적증서를 전달해드리면서 그들의 표정에 어린 기쁨과 설레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행사의 클라이맥스는 국적취득자 한 분이 참가자를 대표하여 국적취득 소감을 발표하면서다. 김성 씨는 오늘 있을 국적증서 수여식을 생각하면서 어젯밤 잠을 이루지 못했고 오늘 드디어 대한민국 국민이 된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다면서 그간 한국에 살면서 알게 모르게 한국 사람들이 말하는 ‘우리나라’, ‘우리 한국’ ‘우리들’의 그 많은 ‘우리’에서 소외되는 것 때문에 서운했는데 이제 드디어 그 ‘우리’에 속하게 되어서 기쁘다고 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더 열심히 살아서 우리가 함께 대한민국 발전에 이바지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맺었다. 이 말을 듣고서 어찌 울컥하지 않을 수 있을까? 출입국관리 공무원으로서 일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요즘 온갖 매체에서 각종 통계치로 인구감소와 지방 소멸의 위기를 말하는데 지방에 거주하는 필자는 이러한 암울한 전망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실감하고 있다. 그 대안으로서 이민정책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우리 사회에 정주하고 있는 이주 배경의 다양한 주민들 그들이 국적을 취득했건 그렇지 않든 간에 우리의 이웃으로서 인정하고 따뜻하게 보듬어서 더불어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앗, 오늘 국적증서 수여식 대상자는 29명이었는데 한 분이 부득이하게 불참하셨다. 어제 조금 이른 출산을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30명이다. 정말 기쁜 소식이다.

임은진 전주출입국 외국인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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