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애플(Big Apple), 세계적인 대도시이자 세계의 경제, 문화, 패션의 중심지인 뉴욕의 별명이자 브랜드이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 즉, 거대한 나무에 열린 가장 탐스러운 열매라는 뜻으로 20세기 초반부터 사용되다가 1970년대 뉴욕 관광국의 관광 브랜드화 정책에 의해 ‘뉴욕 = 빅 애플’이라는 등식이 상용화되었다. 그리고 현대의 우리는 빅 애플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뉴욕이 가지고 있는 탁월함과 매력을 올곧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지역의 브랜드화 정책은 생소한 것이 아니다. 지역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브랜드는 ‘빛의 도시(La Ville Lumiere), 파리’,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 ‘황금의 도시, 두바이’ 등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역사적인 실존 인물과 도시를 연계시켜서 도시브랜드를 제고시키는 방식은 그 선호도가 매우 높다. 투입되는 예산과 시간에 비해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른바 가성비가 좋아서 매력적인 것이다.
아르헨티나에는 건국의 아버지이자 페루, 칠레 독립의 영웅 ‘호세 데 산 마르틴 (San Martin)’이 있다. 그의 이름을 딴 ‘산 마르틴 거리’, ‘산 마르틴 공원’, ‘산 마르틴 광장’ 등이 즐비하다. 산 마르틴을 가성비 높게 브랜드화 한 것이다. 국제적인 도시 워싱턴 (정식명칭은 워싱턴 컬럼비아 특별구, Washington, District of Columbia)은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신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이름에서 유래하였다. 뿐만인가. 미국의 보물창고이자 그야말로 가성비의 대명사인 알래스카에는 이 땅을 러시아로부터 매입한 윌리엄 슈어드 (William Seward)의 이름을 딴 도시, 도로, 다리 등 공공 시설물이 차고 넘친다.
우리 지역에는 조선의 건국자 태조 이성계가 있다. 조선왕조실록 첫 장에는 “이성계는 전주의 대성 (大姓)이다”고 기록하고 있고, 조선왕조는 이후 전북을 ‘풍패지관’으로 존중했다. 진안 마이산 (몽금척), 장수 뜬봉샘 (봉황), 임실 상이암 (성수만세) 등에는 조선의 건국 신화가 전해지고 있다. 태조 이성계는 남원 황산에서 대첩을 거두었고, 전주 오목대에서 승전잔치를 벌였다. 군산과 익산에는 진포대첩이, 순창에는 만일사 (고추장)가 있다. 완주 태조암, 부안 성계폭포에도 그에 대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 태조 이성계 관련 유적의 약 76%를 보유하고 있는 전북이다.
‘전주성 이성계 스타디움’으로 이름이 바뀐 전주 월드컵 경기장. 국내외 프로축구 경기가 전파를 타고 국내외로 실려 나가고, 전주의 관문에서 ‘태조 이성계’를 마주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그에 뒤따르는 효과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실제로 터키의 명문 구단이자 김민재 선수가 활약했던 갈라타사라이 홈구장은 ‘아타튀르크 스타디움’으로, 터키의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이름을 따고 있다. 우리가 김민재의 이름을 연호하며 아타튀르크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을지.
'전주성 이성계 스타디움' 뿐만이 아니다. 향후 건립 예정인 전주의 신역사(驛舍)와 전주 컨벤션센터, 조선 황실의 땅에 지어진 전북대 국제컨벤션센터 등을 ‘전주 이성계역 (驛)’, ‘전주 이성계 컨벤션센터’, ‘전북대 이성계 국제컨벤션센터’까지! 뉴욕의 빅 애플을 넘어서는 전북의 빅 애플, 태조 이성계로 물든 전북특별자치도를 기대해 본다.
/이남호 전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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