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막물 <철새>가 당선되고 희곡작가로서 등단, 새 얼굴을 내민 지 60여 년을 헤아린다. 그동안 나름대로 나는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우직하게 극작품을 생산해 왔다. 희곡작품 40여 편. 낼모레 미수(米壽)를 바라보는 나이에, 내 고향 전라도/ 남원 땅을 배경으로 한 소재의 극작품들을 손꼽아보니 모두 9편에 이른다. 춘향골 남원의 4편과 전북 2, 광주 전남 3. 그래도 적지 않은 숫자라고 생각하니까, 조금은 덜 미안하고 고향에 대한 고마움과 은혜, 스스로 위안을 받고 있다는다는 생각이다.
남원의 소재는 <달집>(1971)과 <소작지>(1979) <만인의총>(1986)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2011), 전북은 <정읍사>(1982)와 <징게맹개 너른들>(1994), 광주 전남은 <江건너 너부실로>(1986) <서울 가는 길>(1995) <찬란한 슬픔>(2002) 등. ‘서울 가는 길’과 ‘찬란한 슬픔’은 1980년 광주민주항쟁의 역사적 참상과 비극을 묘사한 작품이다.
여기서 주목하고픈 작품은 ‘달집’이다. 일제 강점기와 8.15와 6.25 한국전쟁의 지리산 빨치산까지, 산골마을에서 할머니와 며느리, 손자며느리 등 사회적 역사적 수난(受難)의 여인 3대를 그리고 있다. 이 작품(국립극단 제61회/ 임영웅 연출/ 백성희 주연)은 그해에 ‘백상예술대상’의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연출상 희곡상 등 4관왕을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리고 오늘날 ‘달집’ 작품은 유치진 <소>(1930년대), 차범석<산불>(1960년대)과 함께 한국 리얼리즘연극의 3대 대표작(傑作) 중의 하나로 평가받는다. 또한 그후에도 ‘정읍사’와 ‘江건너 너부실로’ 역시 나는 그해의 백상예술대상 ‘희곡상’을 세 번째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작품 ‘징게맹개 너른들’(뮤지컬)은 한국 근대화의 분수령이 된 전봉준 장군의 「동학농민혁명」이 그 소재이다. “새야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간다 ⋯⋯” 1994년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기념공연으로 서울의 예술의전당 오페라대극장(극단 서울예술단/ 김효경 연출)에서 팡파레의 첫막이 올랐다. 그해는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으로 여러 곳에서 기념공연들이 올랐었다. 그런데 이 작품이 가장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하여 제주 등 여러 지방에서 초청공연이 있었는데, 전북은 군산과 전주에서 였다. 전주공연은 때마침 『전북일보』의 창간44주년 기념으로 당해 언론사가 직접 초대를 요청하였으며, 대공연이 성사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새삼스레 오늘의 신문 [타향에서] 즐거운 추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다. 때에 본사 문화부의 담당기자 김은정씨의 노력이 가상(嘉尙)하였으리라.
춘향골 남원 땅의 역사 유적지를 소재로 한 <만인의총>(萬人義塚) 작품은 국방부의 육군본부 정훈감실의 청탁을 받아 집필한 것이다. 16세기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의 조선침략은 미증유의 7년국난(國難). 전쟁의 막바지 정유재란(丁酉再亂 1597년) 때는 호남의 요충지 남원성(城)이 함락 초토화되고, 민관군 1만여 명이 옥쇄(玉碎)하는 참극을 맞이한다. (이하 다음 기회로 생략한다)
/노경식 극작가∙대학로연극인광장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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