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림과학원이 그동안 한지에 대해 연구한 내용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한지의 원료가 되는 닥나무에 대한 기본 연구조차 하지 않으면서 전통한지 제지 기술에 대한 연구에만 집중하고 있다. 연구 내용은 학문 발전과 관계가 멀고 심지어 연구 윤리까지 심대하게 훼손하고 있어 연구자들로부터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확인해보니 실상은 이러하다.
먼저 태지를 재현했다. 연구자들은 연구에 앞서 선행 연구자 J교수를 만났고 그를 통해 태지에 대한 연구 내용을 자문 받았다. 서지학자 J교수는 1991년 연구 논문을 통해 태지의 역사와 더불어 원료가 되는 해캄의 존재에 대해 규명했다. 그럼에도 산림과학원 연구 보고서에는 단 한 줄도 선행 연구자의 논문을 인용하지 않았고 심지어 참고 문헌에서조차 누락하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한국 최초로 태지의 원료가 해캄이었음을 밝혔다고 하면서 100년 전에 사라진 태지를 복원하는데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연구 업적을 부풀려 홍보하는데 열을 올렸다. 언론은 이들의 거짓 정보에 발을 맞추듯 자체 검증 없이 복사 보도했다. 100년만에 재현에 성공했다는 태지는 지금도 한지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인사동에서 얼마든지 살 수 있다.
다음 시지를 재현했다고 주장한다. 조선시대 과거 시험 답안지는 응시자가 준비한다. 이 종이는 크기와 품질이 규격에 맞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시지는 두껍고 질이 좋으며 표면이 매끄럽다. 조선시대에 시지는 과거 시험이 폐지된 1894년까지 생산되었다. 산림과학원은 이 종이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933년 다트헌터가 은평(지금의 신영동)에서 장판지 뜨는 광경의 사진을 유일한 근거자료로 제시하고 있다. 또 세검정 장판지 기술이 의령의 장판지 기술과 출발이 다름에도 억지로 연결시켜 마치 의령식 장판지 제지기술이 시지 기술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산림 과학원은 사진을 오독했고 사실을 심대하게 왜곡했다. 그들이 재현한 것은 1970년대 의령지방을 중심으로 발달한 장판지였을 뿐 시지는 아니었다. 시지와 장판지는 재료와 초지법이 다르고 제조 공정이 다르다. 특히 시지는 인쇄 적합성에서 매우 우수한 종이로 장판지와 완전히 다른 종이이다.
세 번째 감지를 재현했다. 감지는 쪽물을 들여 완성하는 종이이다. 이 감청색 염색지는 고려 조선시대에 주로 불교 경전을 사경하거나 변상도를 그리는데 사용해 왔다. 지금까지 짙은 청색의 감지를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영역이고 연구의 대상이다.
감지는 완성된 한지에 염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선 종이의 섬유가 강한 잿물 성분을 감당하지 못하여 내절강도나 인장강도가 현저히 약화된다.
감지 재현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을 보면 재현 과정이나 절차 그리고 완성도에 문제가 많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은 감지를 재현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이 용역에 참여하여 자신이 이미 완성한 기술을 복수로 이용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는 점이다. 이런 일은 학자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학문 연구는 자료와 사실을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접근해야한다. 연구 성과는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과 앞으로 해결해야 할 연구 과제 등에 이르기까지 서술해야 한다.
그럼에도 산림과학원 한지 연구자들은 연구 성과를 훔치고 왜곡했다. 그리고 역사적 사실조차 곡해했고 기 발표한 연구조차 중복 수행했다. 거짓과 속임수에 국민을 속이고 있다. 국가기관의 연구자의 연구윤리가 이정도면 도려내야 하는 것 아닌가?
/김호석 수묵화가·전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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