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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전북애향본부가 진정한 애향의 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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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호 시인                           

몇십 년 전이었으리라. 이른 새벽에 경남여객 버스를 타고 전주에서 고향인 남원으로 가고 있었는데, 승객이 고작 대여섯 명쯤 되었다. 그 버스의 행선지는 진주나 부산쯤으로 기억된다. 필자의 옆자리에는 70세가 넘어 보이는 노부부가 타고 있었다. 두 분 대화가 경상도 말씨라서, 아니, 이처럼 이른 새벽에 무슨 중요한 일이 있다고 일찍 서둘러 출동하는 것일가 하는 등의 호기심이 발동해서,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전북을, 전북 사람을 어찌 생각하느냐’는 단도직입적 질문이었다. 그 노인은 서슴없이 금방 질문에 응답했다. 전북 사람들은 한반도 내에서 가장 으뜸 양반들이라고 했다. 자신은 광복 전 일제 시대부터 전국 남한 북한을 안 다녀본 데가 없이 여행했었고, 모든 고장 사람들 다 겪어 보았는데, 그중에 전북(전주) 사람들의 인간성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예절 바르고, 인심이 후하고, 남 배려심이 매우 극진하며 객지인 대접이 가장 융숭하다며 치하에 침이 마르지 않았다. 특히 못사는 사람들이 객지를 떠돌며 살 곳을 찾아 헤매다가 마지막 찾아든 전북에서는 결국 뿌리 내리고 터 잡아 살길 찾더란다. 전북 사람들은 배운데 있는 사람들이라고도 했다. 학문이 뛰어나다는 뜻은 아니고 조백이 남다르다는 의미였다. 

자기는 금산사 밑 어느 작은 종교에 빠져 일제 때부터 연년세세 전북을 찾았다고 했다. 타향을 하나 골라라 한다면 자기는 전북을 제2 고향으로 여기고 싶다고 했다. 그는 탁월한 지식인답지는 않았지만 슬기로운 인생 경험은 출중나다 싶었다. 전북인들은 자연을 섬기기를 조상 섬기듯 한다고도 했다. 전북인들은 순정적이고 순종의 미덕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도 했다. 여리고 감성적이고 남의 일에 잘 울어주기도 하며....그는 또 전북 여성들 칭찬에는 웅변이 되고 있었다. 전북 여성들은 문자 그대로 양반집 규수들이란다. 얌전하고 다소곳하며 순종 그 자체이며, 옷 매무새는 또 어떻고, 음식 다루는 일 하며, 특히 김치 잘 담는 손맛은 조선에서 으뜸이란다. 

그 노인은 우리네 일상을 거울 보듯이 잘 살펴 그려내고 있었다. 전라도 폄하의 발언은 자기 앞에서는 누구든 용납될 수 없었다고 했다. 우리가 찾고 있었던 전북의 정신이 열거되는 대화였다. 그런데 정작 전북인들은 자기 장점, 자기 정신을 모른단다. 정말이지 모르고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런 중한 일을 찾아 나서는 중후한 단체가 있으니 이름하여 ‘전북애향본부’인 것이다. 전북 중흥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전북의 정신이며, ‘행동하는 애향’을 외치며 함성을 터뜨리는 애향의 기수들....바른 정신은 구현되어야 한다. 옳은 신념은 실천되어야 한다고 부르짖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새만금 예산 삭감을 정부에 성토하기 위해 버스 100대에 5000 명 전북인을 분발시켜 서울을 점령하고 국회의사당을 함성으로 뒤덮었다. 전북애향본부가 해낸 것이었다. 해방 이래 전북인의 분발, 전북의 분노를 이렇게 폭발시킨 때가 있었던가? 또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이모저모 모색하는 대토론회를 몇 차례나 벌렸다. 그래 순종이 미덕이라며 온순 이미지로만 치장하며 오늘에 이르러서는 마냥 낙후의 쓴맛을 보는 우리 자신에게 성찰과 자각의 대 전기를 마련하는 공동선이 아니고 무엇이랴? 애향, 이는 자신의 혁파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애향은 우리가 찾아 나서는 행동 철학이며, 우리에게로 회귀하는 우리다움의 정려인 것이다.

/소재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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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소재호 #전북애향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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