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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왕국 가야, 그 정체성을 전북에서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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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호 전북연구원 원장

지난 2023년 개최된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가야고분군'이 우리나라에서 16번째 세계유산으로 당당히 등재되었다. 우리 전북자치도에서는 고창 고인돌유적(2000년), 백제 역사유적지구(2015년), 한국의 서원(2019년), 한국의 갯벌(2021년)에 이은 다섯 번째 쾌거이다.

‘가야고분군’은 1~6세기 한반도 남부에 존재했던 7개의 고분군으로 이루어진 연속유산으로, 우리 전북의 남원시 아영면·인월면에 위치한 '두락리와 유곡리 고분군'이 당당히 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미 우리에게 친숙하게 알려진 경북 고령의 지산동 고분군, 경남 김해의 대성동고분군 등 영남지역 가야고분군에 비하여 그 대중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전북의 가야고분군이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영남지역의 가야 고분군에 비해 결코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세계유산 등재기준인 OUV에서 명시하고 있는 '"주변국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정치체계를 유지하며 동아시아 고대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와 가장 부합되는 곳이 바로 두락리와 유곡리 고분군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혹은 '가장 큰 규모' 등의 이유를 들어 우리 전북이 거론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세계유산 가야고분군의 올곧은 역사성과 진정성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역사교육에서 고대의 정치체인 ‘가야’를 수식하는 표현에는 100% ‘철’이 등장한다. 가야를 ‘철의 나라 혹은 철의 왕국’이라고 표현하는 이유이다. 이는 그동안 이어진 가야고분군 발굴조사를 통해 수많은 철제 농공구와 무기류, 마구 등이 출토되면서, 고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자, 당시 사회의 하이테크 기술이었던 철 문화를 바탕으로 가야가 성장 발전했을 것이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철의 왕국 가야’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낸 철 생산 유적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었던 걸까?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남원 두락리와 유곡리 고분군이 위치한 전북 동부 산악지대에서 수많은 제철 유적의 존재가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우리 전북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각종 학술조사를 통해 전북 동부 산악지대에서 확인된 제철유적(철 생산유적)의 수만 300여 개소에 달한다. 그 유적은 철 성분이 매장된 백두대간, 금남정맥, 금남호남정맥 산줄기를 따라 분포하며, 전국 어느 곳보다 그 밀집도가 높다. 철광석을 채광하여 철기를 생산했던 전 공정이 한 유적 내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도 하다. 아직까지 제철유적에 대한 발굴조사가 미진하여 가야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밝히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최근 장수 대적골 제철유적을 비롯한 다수 유적에서 가야토기를 비롯한 삼국시대 토기편이 출토된 바 있기에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이처럼 전북 동부산악지대는 고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자. 국력의 기반이었던 철이 매장되었던 지하자원의 메카였다. 삼국시대 가야, 신라, 백제가 각축을 벌였던 이유도 바로 철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 추측된다. 

향후, 세계유산 가야고분군을 이끌어 나가는 지역은 가야라는 정치체가 지닌 진정한 정체성과 역사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곳은 철의 왕국 가야의 DNA를 가장 풍부하게 간직하고 있는 우리 전북자치도가 되어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지역에 소재한 제철 유적을 모두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그 첫 번째 단계로는 가야와 철을 주제로 하는 박물관이나 전시관 건립이 주효할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교육과정, 축제 등의 대중화 행사, 홍보체계 마련 등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통해서 전북이 가진 가야의 정체성, DNA를 알릴 필요가 있다. ‘철의 왕국 가야, 그 발원지는 전북이다.

/이남호 전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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