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던 파리에서 개최된 제33회 세계 올림픽대회를 보게 되자 필자의 뇌리에는 여러 생각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대 철학자 헤겔의 새로운 역사철학 ‘자유’(自由)에 대해서 쓰는 것도 이와 관계가 있다. 또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 받는 ‘파리 올림픽’을 보면서 연일 계속되는 폭염을 잘 이겨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큰 시차에 시달리면서도 재미있는 경기를 보는 중에는 자주 내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들이 있었다.
그 하나는 우리 선수들이 기대와는 달리 선전하여 많은 금메달을 따는 순간이었고, 다음으로는 유학시절과 교수가 된 후에 두 번에 걸쳐 걸어 올라간 에펠탑이 나타나 지난날의 추억이 떠오를 때였다. 마지막으로는, 칼뱅 파 신교도인 ‘위그노들’이 가톨릭 귀족들에 의해서 파리에서만 6000여 명이 살해되어 센강에 버려졌고 센강 물이 붉게 물들어 흘러갔는데(바르톨로메오 축일 대학살 사건, 필자의 저서 <유럽의 종교개혁과 신학논쟁> 참고), 세상이 많이 발전·변화되어 바로 그 강물에서 세계의 수영선수들이 세찬 물살을 가르는 모습이었다.
그러면 이 정도로 혁명·올림픽과 관련된 파리에 대한 서론을 접고, 젊은 헤겔이 프랑스혁명을 보면서 생각해 낸 이 글의 주재 ‘자유(自由)의 개념과 속성’에 대해서 심도 있게 고찰하고자 한다. 프랑스혁명의 3대 슬로건이 자유(Liberté)·평등(Égalité)·박애(Fraternité)였는데, 프랑스혁명에 크게 감격한 젊은 헤겔은 인간의 역사를 한마디로 ‘자유의 증대과정’이고 이성화의 과정이라고 했다. 헤겔은 세계사의 주요 모티브가 자유의 세계화와 사회화이고, 이것은 국가와 사회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았다. 환언하면 역사는 정치·사회면에서 지속적으로 자유의 발전이 실현되는 것을 말하며, 여러 단계의 ‘과정(過程)을 거치는 것’으로 생각했다. 즉, 역사의 과정은 현재의 인간 공동체상을 극복하여 자신을 넘어선 적절한 자유 형태의 실현이며, 국가적·개인적인 것의 ‘보편성(普遍性)에로의 극복’은 동시적으로가 아니라 통시적으로 이루지는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헤겔은 역사의 보편성을 개개 민족정신을 초월하는 ‘세계정신’(Weltgeist)이라고 결론지었다. 또한 자유는 실재가 과정을 통해서 계속해서 동화해야 하는 본질 개념이 아니라 개념이 실재적 과정에서 비로소 ‘성장하는 것’으로 여겼다. 보다 구체적으로, 역사의 목적이 자유라면 그 곳에로의 길은 자연 규정의 중단 없는 전개가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거치도록 되어 있으며, ‘독자적 구성 원리’를 가지고 있는 제 단계는 당해 전개가 지나기 전에 그리고 보다 높은 단계가 보이기 전에 ‘완전한 전개’가 이루어져야 하고, 시간 단축은 가능하지만 여러 단계 가운데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으며 뛰어넘을 수도 없다 라는 것이다(때문에 우리의 경우 기술·산업수준은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지만 정치는 매우 낮은 수준임. 이 외에도 헤겔은 인류의 보다 큰 발전이 제 문화·민족의 변화 과정에서 완성되는 것으로 보았다. 그에 따르면 매 단계의 보다 높은 모습은 세계사의 현 시점을 대변하는 한 민족에 구현되어 있으며(그리스·로마·서유럽을 거쳐 지금은 미국이며, 중국이 그 지리를 노리고 있음), 다음 단계의 보다 높은 모습은 현 대표민족의 몰락으로 세계무대에서 물러나고 그 지배권을 타에 양도했을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간략한 맺음말로서, 북한 동포들이 인간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자유’를 모르는 가운데 제대로 해외나들이 한번 못하고 평생 규제와 통제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 매우 서글픈 일이고, 우리 남한은 많은 자유가 주어져 있어 매우 행복하지만, 아카데미커의 양산으로 취업이 어려워 사회가 불안정하고, 단계의 시간을 줄이지 못하는 정치계가 후진성을 극복하지 못함으로써 국민을 몹시 불쾌하고 불안케 하고 있다. 이것의 극복을 위해서는 즉시 대립과 투쟁을 멈추고 통 큰 소통·화합·협력이 요구된다.
/ 이규하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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