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대학교 교양대학 권혜수 석좌교수(서울발레시어터 대표·한국전통문화예술원 대표)가 역사 속 그림을 통해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당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에 대하여 산책하며 이야기하듯 쉽고 편안하게 풀어드립니다.
그림 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메타포들이 숨어 있어서 그림만 제대로 해석해도 그림 속 주인공이 살았던 시대, 그려진 사람의 성향, 그린 사람의 의도까지 알 수 있습니다.
복식사와 색채학을 전공한 권 교수는 미술사 도서 자료를 바탕으로 공부한 내용을 딱딱한 글이 아닌 증거가 되는 그림을 보이며 전북일보 독자들과 함께 나눌 것입니다.
첫 번째는 목숨을 위협받던 소년에서 태양왕이 된 루이 14세의 이야기를 4회로 나누어 연재합니다.
△특명! 철가면을 쓴 죄수, 그 누구와도 이야기 못하게 하라.
알프스 고지 요새의 피네롤 감옥, 1667년 간수장이었던 생마르스는 편지 한 통을 받는다. 발신인은 루이 14세(Louis XIV, 1643~1715)의 최측근인 루부아(1641~1691) 장관이었다.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죄수에게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왕실에서 지불할 것이다. 철가면을 쓴 죄수를 독방에 가두되, 왕족 대하듯 극진하게 모시고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어라. 가구, 음식, 의복은 최고의 것으로 제공하라. 그러나 그가 그 누구와도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어길 시, 모두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4번을 이감되면서도 34년간 철가면을 벗지 못했던 사나이는 바스티유 감옥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나서야 비로소 가면을 벗는다.
그러나 그가 죽은 직후, 죄수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훼손하고 매장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이쯤 되면 그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그의 얼굴이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힐 만큼 누군가와 닮아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배후가 루이 14세라면⋯. 철가면을 쓴 사나이와 왕이 친족이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을 것이다.
철가면을 이야기는 호사가들을 통해 오랜 세월 다양한 소문이 있었지만, 그의 정체에 대해서 다음 두 가지 주장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먼저, 공식적으로 그를 처음 언급한 사람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계몽주의 철학가 볼테르(1694~1778)로 그는 철가면을 쓴 죄수가 루이 14세의 친형이었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영국의 역사가 휴 로스 윌리엄슨은 그를 루이 14세의 대리부로 추정하였다. 실제로 루이 14세의 부친인 루이 13세(1601~1643)가 여성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내와 합의 하에, 대리부를 들여 임신하였고 이 문제로 자신의 왕권이 위협받을 것을 걱정한 루이 14세가 친부(대리부)를 감옥에 가두고 극진한 대접을 했다는 입장이다.
△“루이13세가 친부가 아닐 수 있다고? 그럼, 이 꼬마를 어떡하지?”
프롱드의 난*(La Fronde 1648-1653), 루이 13세가 사망한 후, 귀족 반란군이 파리로 몰려들어 왕실 가족들을 잡아들였다. 루이 14세의 모친, 안 도트리슈(1601~1666)와 재상인 마자랭(1602~1661)추기경은 파리를 빠져 나갔지만, 미처 피신하지 못한 루이 14세는 귀족들에게 포로로 잡혔다. 귀족 반란군은 그가 루이 13세의 친자가 아니고, 왕비가 마자랭과의 불륜으로 낳은 아들이라며 루이 14세를 죽이려 들었다. 그러나 이 순간, 아무 힘이 없는 어린 왕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두 눈을 꼭 감은 채, 자는 척 하는것 뿐!
귀족들의 반란은 진압되었다. 그러나 귀족들이 어린 왕자에게 쏟아낸 모욕적인 발언과 생명을 위협하는 행동은 분명 그에게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이다.
* 프롱드의 난
프롱드의 난은 프랑스 부르봉 왕조에 반감을 가진 귀족 세력이 일으킨 내란이다. 프롱드의 뜻은 파리의 어린이들이 관의 세력에 저항하여 돌을 던지는 놀이에서 사용한 투석기에서 유래된 말이다. 1차는 고등법원의 프롱드, 2차는 귀족의 프롱드이다. 어린 루이 14세를 대신하여 섭정을 펼친 재상 마자랭이 귀족들의 기득권을 과도하게 빼앗고 왕권 강화에 박차를 가하자, 위기를 느낀 귀족 세력들이 반기를 들었으나 결국 반란군은 제압 된다. 프롱드의 난은 프랑스 왕권에 대한 귀족층 최후의 반란으로 기록된다.
/권혜수 우석대 교양대학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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