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마음을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정확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사랑인 것이 분명하다. 난데없이 사랑 고백을 하는 대상은 콩나물이다.
나는 콩나물이 정말 좋다. 콩나물과 관련된 이야기도 좋아하고, 수없이 많은 콩나물을 이용한 레시피도 즐겨 따라 했다. 너무나 좋아해서 나와 콩나물을 다룬 이야기를 101가지 정도는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중에서도 상당수는 콩나물국밥과 관련된 이야기일 것이다. 해산물을 먹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면 전주를 방문하는 모든 손님에게 콩나물국밥을 선보였다. 누구 하나 실망하게 한 적 없이 늘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고, 콩나물국밥 가게에서라면 얼마든지 콩나물 이야기를 실컷 할 수 있어 즐거웠다. 이런 이야기만 대충 세더라도 50가지는 될 것이다.
무엇보다 전주 사람이라면 저마다 가슴에 품은 콩나물국밥 한 그릇은 가지고 있기 마련 아닌가. 그래서 막연하게 누군가는 콩나물을 지독하게 사랑한 이야기를 쓴 것이 있지 않을까 언제나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이보현의 『오늘 또 미가옥』이었다. 이 책은 저자가 오랫동안 콩나물국밥을 사랑하며 쓴 기록의 모음이다. 콩나물국밥에 대한 사랑은 나도 넘치게 갖고 있었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 반, 기세등등한 마음 반을 가지고 책을 폈다.
“미가옥의 콩나물국밥을 사랑한다. 너무 사랑해서 맨날 맨날 가고 싶다. 너무 사랑해서 매일 매일 먹고 싶다. 너무 사랑해서 계속 계속 이야기하고 싶다.” (『오늘 또 미가옥』 中)
책의 서문부터 저자의 두서없는 사랑 고백이 시작된다. 가장 사랑했던 가게가 사라졌기 때문에 이 책에 등장하는 것은 저자의 추억 속 공간이다. 그래서 그는 책 속에서 그곳을 미가옥 사랑점이라고 부른다. 엄청난 기세의 사랑 고백에 나는 초장부터 의기소침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도 콩나물국밥을 사랑한다고 말해왔지만, 나의 사랑은 이 정도로 절절한 고백은 아니었던 것 같다.
비단 콩나물국밥을 향한 사랑 고백과 찬가로만 가득 찬 글은 아니다. 콩나물국밥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되고 확장된다. 엄마가 해주던 어릴 적 떡국 이야기, 사랑점의 사장님과 종업원 간의 미묘한 관계, 콩나물국밥을 좋아하지 않는 친구와의 일, 전주의 수많은 콩나물국밥 가게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콩나물국밥을 먹어보겠다는 포부까지. 저자의 말을 따라 콩나물국밥을 떠올리며 침을 삼키다 보면 어느새 그의 주변을 빼곡하게 둘러보게 된다. 사랑하는 일을 이렇게나 꼼꼼하고 치열하게 기록해 본 적 있는가 하면 쉽사리 대답하기 어렵다. ‘좋다’ ‘굉장하다’ 말만 늘어놓았을 뿐, 그것을 세계의 중심에 두고 주변을 둘러본 적은 없었다.
“계속 콩나물국밥을 생각하고, 먹고, 이야기할 테니 ‘오늘은 어디에서 콩나물국밥을 먹을까’를 언젠가 쓰겠다고 다짐한다. 그때까지 세상의 콩나물국밥을 마음껏 사랑하겠다.” (『오늘 또 미가옥』 中)
나의 콩나물국밥 세계는 한없이 좁고 보수적이었다. 나만의 사랑점을 두고 다른 가게로 눈을 돌려볼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나의 세계를 넓혀볼 참이다. 이 세상의 모든 콩나물국밥을 먹기 위해서!
최아현 소설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아침대화>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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