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리더스 아카데미 11기 2학기 1강 개강
'나의 삶과 문학' 주제로 소설가의 삶 풀어내
"유명한 평론가로부터 '한국 소설은 <문신> 이전, 이후로 나뉜다.'는 말을 들었어요. 혼신의 힘으로 쓴 책이 이런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감사했죠."
지난 24일 오후 7시 전북일보사 2층 우석대 공자아카데미 중국문화관 화하관에서 리더스 아카데미 11기 2학기가 개강한 가운데 윤흥길 소설가가 '나의 삶, 나의 문학'을 주제로 강연했다.
대하소설 <문신>을 빼놓고 윤 소설가의 삶을 논할 수 없다. 원고지 6500매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초대형 장편소설이다. 집필부터 탈고까지 25년이 걸렸다.
그는 "25년간의 시간이 흘렀지만 집중한 시간은 10년 정도 된다. 10년 동안에도 건강이 나빠지고 문예지 폐간으로 작품이 연재 중단되기도 했다. 단어 하나를 생각하다가 밤새 몇 줄 쓰기로 끝낸 적도 많았다"고 밝다. 노력 끝에 나온 <문신>은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문신>을 비롯한 윤 소설가의 작품은 찾는 재미가 있다. 작품 시대의 현실·풍자와 해학·낯선 언어 등 곳곳에 재미있는 요소가 숨겨져 있어서다. 이는 윤 소설가의 철저한 계산으로 숨겨진 요소들이다.
그는 "1980년도 생각이 난다. 합동수사본부에 끌려갔다가 중앙정보부로 넘겨져 조용한 산골에서 잠깐 살았던 적이 있다. 그때 느낀 모멸감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자존심이 상하고 스스로 너무나 무력했다. 그런 것들이 나를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면서 "어떻게 하면 엿 먹일 수 있을까, 그들을 우스꽝스러운 존재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 붙잡은 게 풍자와 해학이다"고 이야기했다.
윤 소설가의 작품에서는 낯선 토속어와 사투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한글대사전을 옆에 두고 자주 봤다. 교사가 되고서도 바지 뒷주머니에 작은 한글사전을 가지고 다니면서 시간 있을 때마다 아무 페이지나 열어서 같은 자극을 되풀이했다.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윤 소설가는 본인 문학을 가출·고백의 문학으로 나눠 이야기했다. 어릴 적 가출을 못해서 상상력을 통해 가출하는 행위가 '가출의 문학', 옛 곡비의 역할을 작가가 대신하는 '고백의 문학'으로 분류했다.
그는 "직접 체험의 세계를 가출의 문학으로 풀어 쓴 작품이 많이 있다. 소재가 떨어지면 간접 체험을 썼다. 고백의 문학은 기독교인들이 내가 죄인이라는 것을 고백하는 것만이 아니라 나의 속마음, 감정 상태를 바깥으로 표출하면 그것도 고백이다. 남들이 고백하는 것, 내가 고백하고 싶은 것 등도 포함이다. 이러한 절차로 독자들이 감동한다면 아주 성공적인 삶을 사는 작가가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전보다 독서가 부족한 현 상황을 걱정했다. 윤 소설가는 "독서하지 않는 세대, 긴 글을 못 읽는 세대, 어려운 글을 기피하는 세대, 이런 세대들이 장차 어른이 돼서 사회에서 리더가 될 때 분명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녀 세대에게 독서를 시키는 것은 부모의 당연한 의무다. 영상은 그 자리에서 웃고 울다 끝날지 몰라도 종이책을 통한 접촉은 읽으면서 계속 생각할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한다. 강제로라도 독서시켜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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