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멍군은 장기에서, 두 사람이 서로 대립해서 승부를 가리기 어려움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기려고 장을 치면 막아내고 멍을 부르니 승부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비는 농사에 필수적이다. 농촌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생활에 절대로 중요하다. 바라던 비가 오면 좋고, 바라지 않던 비가 내리면 싫다. 일기 예보도 잘 맞지 않는 소낙비는 느닷없이 내리기 때문에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 때가 많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는 소낙비는 두렵다. 소나기구름은 여름철 달궈진 지면의 따뜻한 공기 덩어리 아래 찬 공기 덩어리가 파고들면, 따뜻한 공기 덩어리로 상승할 때 만들어진다.
그 속에 숨어있던 작은 물방울이 점점 크게 응축되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는 물방울이 소나기다. 갑자기 순간적으로 쏟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여행자나 나그넷길엔 곤욕을 준다. 소나기라는 말은 농작물이 타들어 가는 걸 애태우면서, 몰려오는 저 구름에 '비가 온다. 안 온다.' 하며 농부들이 '소 내기'를 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는 유머가 있다. 소낙비가 내릴 때면, 재담 좋았던 선배가 들려준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장군, 멍군식 대화가 생각난다.
며느리가 이웃 마을 잔칫집에 입고 나가신 시아버지의 모시 적삼을 잘 빨아 말려서 풀 먹여 곱게 다려드렸는데 행여라도 비가 와서 비나 맞지 않을까 하고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토방에서 쏟아지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던 며느리가 소낙비를 흠뻑 맞고 대문을 들어서는 시아버지를 보고 '아버님! 어디서부터 비를 맞았어요?' 하며 반갑게 맞았다. 그런데 비 맞은 장닭 신세가 된 시아버지가 화가 잔뜩 나서 '어디서부터 맞았겠냐? 상투 끝에서부터 맞았지.' 하시며 방으로 들어갔다.
스스럼없이 위로의 말을 올렸는 어이없게도 한 방 먹었다. 그 뒤로 마음이 개운치 않아 기회를 보고 있었다. 청명한 가을이었다. 마당에 멍석을 펴고 벼를 널어 말리는데 시아버지께서 외출하며 "새아가! 낮에 볕이 뜨거우면 벼를 뒤집어 널어라" 하고 일렀다. 기회라 생각한 며느리가 "내버려 두세요. 뜨거우면 자기들이 되돌아 누울 테죠." 하고서 부엌으로 들어갔다. 시아버지는 '장'을 쳤으니 '멍'으로 받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말없이 대문을 나갔단다. 실수를 인정한 시아버지의 며느리 사랑 이야기였다.
장기를 좋아하는 두 사람이 있었다. 밥 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하루 종일 장기를 두었다. 얼마만큼 두고 나면 싫증도 날 텐데, 장기판을 떠나질 않는다. 그 두 사람은 바로 장인, 장모였다. 둘 다 연세가 70을 넘어 특별한 소일거리도 없으니, 심심풀이로 장기를 두었다.
어쩌다 사위 내외가 서울 처가를 방문하면 아파트 현관까지 장기를 내려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두 분이 어떻게 하고계신가? 하고, 문을 살그머니 열고 들어갔다. 장인어른은 사위가 온 줄도 모르고 장모님에게 버럭 소리를 지른다. 소리 지르시는 대부분의 이유는 ‘한 수만 물러달라’는 것이다. 그러면 장모는 “아니, 사내대장부가 무슨 장기를 두면서 물러달라고 하느냐?”면서 물러주질 않았다.
그러면 장인 입에서 늘 나오는 말은 ‘치사하다’였다. 장기 실력은 두 분이 비슷비슷한데 장모는 총기가 좋아서 실수하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장인은 성격이 급해 서두르다 꼭 코너에 몰려 장모님이 ‘장군이오!’ 하고 나오는데, ‘멍군’으로 대응할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늘 소리를 지르는 분은 장인어른이셨다. 사위는 두 분이 서로 알콩달콩하면서 장기를 두는 모습이 그렇게 정겹고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도 늙으면 아내와 장기를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내가 절대로 물려주지 않아 오히려 싸움거리가 되었다.
△신팔복 수필가는 <대한문학> 수필로 등단했다. 전북문인협회, 진안문인협회, 전북수필문학회, 행촌수필문학, 영호남수필문학회, 은빛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필집 <마이산 메아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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