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작별의 인사를 하고 10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영결식에는 미국 역대 대통령 부부가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추모했다. 고인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밝은 얼굴로 고인을 보내는 이 자리는 슬픔이 가득한 조문의 자리라기보다는 아름다운 작별의 인사를 나누는 유쾌한 자리였다. 그의 최대 정적이라 일컬어지던 포드 전 대통령이 사망하기 전에 미리 작성하였던 추도사는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추도사에는 ‘평화와 연민이라는 카터의 유산은 시대를 초월해 독보적인 존재로 남을 것’이라며 카터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표현되어 있었다. 땅콩농부의 아들로 태어나서 여러 실패를 경험한 대통령이었지만 ‘가장 뛰어난 미국의 전임 대통령 카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삶을 시종일관 이끌었던 성실한 자세였다.
카터 대통령의 일생을 회고해 보면 ‘보통 사람’으로 살기 위해 평생토록 애썼던 ‘특별한 사람’의 노력이 우리에게 신선한 감동을 준다. 우선 그는 ‘인생의 성공은 대통령이라는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노력을 통해 마무리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얼핏 ‘미국 대통령보다 명예스러운 자리가 있을까?’ 싶지만 성대한 취임식 후, 재임기간동안 냉정한 평가가 있었고 실제로 임기를 마치면서 ‘성공적인 대통령’이란 칭찬을 듣는 미국 대통령은 그리 많지 않았다. 카터는 1977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후, 사회 정의, 평등을 실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시대의 정황은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경제문제, 대사관 인질 문제 등으로 1980년 대통령 선거에서 로널드 레이건 후보에게 패배하며 단임으로 임기를 마치고 고향집으로 돌아갔을 땐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명칭 외에는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었다. 정책 실패에 따른 국민의 불만이 커졌고 재임에도 실패하며 ‘도덕적으로는 훌륭하지만, 실질적인 정책 집행에는 부족했던 대통령’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대통령 퇴임 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위해 카터 센터를 설립하고 인권, 민주주의 등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 세계 각국의 위험한 분쟁지역을 찾아다니며 평화와 타협을 이끌어 갔던 세계 평화대사로서의 역할은 그의 명성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생 2막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지금, 카터 대통령이 겪고 이겨낸 실패와 새로운 노력은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두 번째, 카터의 일생을 뒷받침하고 있는 가치 기준으로 ‘겸손, 겸허, 검소’와 같은 단어가 있다.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그에게 남은 것은 침실 2개가 있는 평범한 주택과 상당한 채무였다. 신탁에 맡겨놓았던 땅콩농장은 심각한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다른 전임 대통령들처럼 임기 이후 강연, 기업의 자문 등을 통해 큰돈을 벌 수 있는 수많은 제의가 있었지만 그는 그러한 제의들을 철저히 거절했다. 자신의 연금을 절약하고 33권의 책을 쓰는 등 오로지 본인의 노력으로 빚을 갚아 나갔다. 또한 본인을 선택된 특별한 사람이 아닌 ‘보통 사람’으로 여겼고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을 거절했다. 자신의 생활을 절제하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연금, 경호, 예우 등을 위한 관리 비용을 다른 전임 대통령들보다 절반 가까운 금액을 절약하는 모습을 보였다. 90세가 넘은 나이에도 교회 주일학교의 성실한 교사로서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고, 일등석이 아닌 이코노미석의 비행기를 타고다니며 전 세계 가난한 마을의 궁핍한 이들을 위해서 집을 지어주었다. 그는 지난 1월 9일, 조지아주 고향마을의 교회에서 치러진 장례식 후 연못이 있는 버드나무 옆, 인생의 동반자였던 아내 로잘린 여사 곁에 묻혔다. 부부가 일생동안 함께 살았던 집은 본인이 죽은 이후 국립공원 관리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사전에 기부했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겸허한 모습이다.
타인에게 감동을 주려고 노력하지도 않았고 스스로 그렇게 사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카터 대통령의 아름다운 뒷모습은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의 삶을 살펴보면서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 부르는 ‘행복’이라는 노래의 가사가 떠오른다.
‘화려하지 않아도 정결하게 사는 삶, 가진 것이 적어도 감사하며 사는 삶 내게 주신 작은 힘 나눠주며 사는 삶, 이것이 나의 삶의 행복이라오.’
행복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렇게 살았던 카터 대통령은 행복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아름다운 작별의 인사를 하였다. 100세 시대에 카터 대통령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필자도 그가 걸어갔던 행복한 삶의 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이를 본받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필자도 ‘보통 사람’으로서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자 한다.
오덕성 우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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