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도시에서 단순하게 살아보기
최근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특이한 두 개의 장면이 있다. 하나는 길거리에서 본 장면인데,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의 걷는 모습이다. 젊은이들은 이어폰을 끼고 여유 있게 걷고 있는 반면, 제법 나이가 들어 보이는 분들은 어딘가를 향해 분주하게 가고 있는 모습이다. 다른 하나는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에서 목격한 두 세대의 모습이다. 젊은 세대들은 핸드폰에 있는 앱을 통해 표를 구입하고 시간에 맞춰 대합실에 도착하는 반면, 나이 든 분들은 과거에 하던 방식대로 일찍 와서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승차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이 두 장면은 평균적인 시선으로 표현된 것이지만, 다분히 역설적이다. 두 세대의 다른 모습에 주목한 것은 젊은 세대들은 바쁘게 살아야 하고 시간적 여유가 많은 시니어들은 상대적으로 더 여유 있게 살 것이라는 필자의 고정관념 탓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대면접촉을 중시하고 사회적 관계에 익숙한 기성세대와 관계의 불편함과 다름을 피할 방어적 개인주의에 익숙한 MZ세대들의 일상을 대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사는 방식과 태도인 아비투스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람은 언제, 어디서 태어났느냐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기성세대들은 분업과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사회에서 성장한 반면, MZ세대들은 소셜미디어가 보편화된 디지털 사회에서 성장했다. 이것은 두 세대가 다른 사회적 맥락과 문화 속에서 살아왔음을 의미한다. 같은 시대를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두 세대의 일상이 다른 소이이다. 어쨌든 우리는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급격하게 이루어지면서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고, 살기 위해 과거보다 더 숨 가쁜 일상을 보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의 보편화로 사회적 고립과 스트레스가 증가한다고 말하고 있다. 미래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미래 사회는 유사성을 지닌 것과는 과잉으로 접속하고 차이가 나거나 다른 것에는 관계를 차단하는 단속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세대 간의 차이와 차별, 공동체 의식의 약화가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비관적인 미래 전망에 지혜롭게 대응하는 방안은 없을까? 다양한 해법이 있겠으나, 필자는 단순하게 살아보기, 이른바 심플라이프를 권하고 싶다. IT 기술의 발달은 우리에게 빠르면서도 느리게 살아야 하는 이중적 삶을 요구한다. 빠름은 생활의 편리와 효율을 주지만, 우리를 지치게 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 나은 삶을 위한 보상적 느림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산다>의 저자 샤를 바그네르는 단순함을 인간다운 삶의 특징으로 규정하고, 유전되는 생물학적 능력이 아니라 끈질긴 노력의 결과로 보고 있다.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위해서는 단순하게 생각하고 말하는 동시에 의무와 욕구를 단순화하고 단순함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거절하지 못하게 하는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묻어둔 묵은 감정과 과거의 미련을 떨쳐내는 것도 심플라이프의 핵심이다. 우리를 지치게 하는 것과 이별하는 방법으로 농촌에서 살아보기와 여행을 권하고 싶다. 시골은 감성을 깨우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목가적인 전원생활을 체험하는 느림의 공간이자 쉼터이며, 여행은 우리를 지치게 하는 일상의 피로를 덜고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자 위로다. 조금 있으면 여름 휴가철이다. 우리의 삶을 더욱 분주하게 만들고 사회적 고립과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지금, 우리의 멋진 시골로 여행을 떠나보자. /서순탁(서울시립대학교 교수, 前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