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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강변의 달

올해 추석 휴가는 유난히 길어 전후로 며칠씩을 보태 20일간의 유럽 여행에 나섰다. 이미 많은 사람이 내 집 드나들 듯 하는 곳이지만 탈규범적인 유희성이라는 여행의 속성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자기 검열을 하고 있었다. 학술활동의 연장이 아니라 순수 놀이를 즐기는 것이 아직은 불편하고, 형제와 친족들이 성묘를 하고 제사를 준비할 시간에 공항에 운집한 1인이 된다는 게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우리 부부가 오래전에 기획한 것이고, 가족을 만나러 가는 여행이니만큼 명절의 뜻에도 부합하는 게 아닌가?첫 여행지 파리에 도착하니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2주간의 여정을 마친 작은 아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파리의 3박 4일은 아침식사가 끝나면 바로 거리로 출근하여 저녁 늦게 지친 몸을 이끌고 호텔로 퇴근하는 식이었다. 때론 함께 때론 따로 다니면서 각자가 원하는 것을 폭풍 흡입하는데, 갈 곳도 많고 볼 것도 많았다. 다만 90년 전 이곳을 찾았던 나혜석의 시선과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단발을 하고 양복을 입고 빵이나 차를 먹고 침대에서 자고 스켓치 빡스를 들고 연구소를 다니고 책상에서 불란서 말 단자(單字)를 외우고 () 실상 조선 여성으로서는 누리지 못할 경제상으로나 기분상 아모 장애되난 일이 하나도 업섯다.(나혜석, 1929)내 눈에는 담배를 손가락에 끼고 출근하는 세련된 차림의 여성들이 낯설었다. 흡연에 성별 잣대를 들이대는 우리의 문화 관행과는 달리 그녀들은 이 사소한 것으로부터 자유로워 보였다. 사소한 것이 결코 사소한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자 나혜석이 또 생각났다. 우리가 여긔서는 여자란 나부터도 할 수 없는 약자로만 생각되더니 거기 가서 보니 정치, 경제, 기타 모든 방면에 여자의 세력이 퍽 많습듸다.파리에서 기차로 1시간 남짓 거리의 베르사유 궁전은 프랑스 혁명기의 여성들이 걸어서 8시간 만에 도착한 곳이다. 빵 만들 밀가루를 달라며 루이16세를 만나러 간 대열의 선두에 섰던 당시의 파리 여성들. 그즈음 조선에서는 극심한 가뭄으로 삼남지방 백성들의 생계가 위협받자 나라에서는 진휼(賑恤)책을 마련했다. 그런데 진휼 문서에 이름이 오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 양반집 부녀들이 문밖을 나오지 않아 구제를 할 수 없다는 안타까운 보고가 올라왔다.(정조 17년 2월 20일) 가난과 굶주림을 대하는 두 여성 집단의 차이가 오늘날 두 사회의 여성 지위와 필연적인 연관이 있을 법도 하다.파리 동역에서 테제베를 타고 독일로 넘어가 거기부터는 자동차로 이동했다. 그곳에 사는 큰아들이 합류하여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체코의 여러 명승지를 찾아다녔다. 유럽의 지붕이라는 융프라우로 가며 그 길목의 베른에 잠시 머물렀다. 도시를 걷는 내내 중세기로 들어온 듯한 묘한 느낌이었다. 스위스는 독자적인 통화를 썼는데, 주차를 해놓고 동전을 구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자 마침 그곳에 있던 젊은 한 쌍이 2.5유로에 해당하는 스위스 프랑을 건넸다. 우리 쪽에서 0.5유로가 없으니 3유로를 받으라 했더니 굳이 사양하며 2유로만 달라고 한다. 아무리 애원해도 요지부동. 총총히 사라지는 남녀를 보며, 우리 돈 700원에 불과하지만 배려를 몸으로 익힌 그들이 부러웠다. 내 기억 속의 스위스는 그들과 함께 할 것이다.루체린, 인스부르크, 짤즈부르크, 비엔나, 라이프치히, 프라하 등의 도시에는 근대적 효율성을 비웃기라도 하듯 독자적인 역사적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세계 사람을 유혹하는 상품이기도 하다. 역사 사건이나 인물, 유적들을 스쳐 지나면서 동시대의 우리 역사를 되짚는 버릇은 직업병이리라. 인문풍경 자연풍경 다 다르지만 보고 걷고 만나다보면 또한 사람이고 사람 사는 곳이었다.10월 3일 개천절은 독일에서도 통일기념의 날로 휴일이었는데, 둘은 내용은 다르지만 개벽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그날 우리는 비엔나 인근 다뉴브 강가의 작은 도시 툴른에 여장을 풀고, 보름달이 비추는 다뉴브 강둑을 거닐었다. 달은 같은 달이로되 땅의 문화는 동서양이 달랐던 것인데, 만남이 가속화될수록 그 다름은 새로운 모양을 빚을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10.27 23:02

이탈리아 베로나 축제 '아이다' 주역 소프라노 임세경 "세월 갈수록 더 빛나는 가수로 롱런하는 게 꿈이죠"

2015년 여름,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오페라 축제 아레나 디 베로나에 한국인 소프라노가 주역으로 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00년이 넘는 베로나 축제 역사상 한국인 소프라노가 주역을 맡는 것은 처음. 당연히 그 주인공에 관심이 쏠렸다. 전주 출신 소프라노 임세경씨(42). 그 이전부터 유럽의 오페라 무대에서 그의 존재는 빛났었지만 베로나 축제 발탁은 놀랍고도 새로웠다. 베로나의 아레나 원형극장은 모든 오페라 가수들에게 언젠가는 꼭 서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그런 영광이 쉽게 주어지는 것도 아니거니와 극장의 특성 상 웬만큼 성량을 갖춘 성악가라도 무대 자체가 두려움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크지 않은 키에 몸집도 작은 한국인 리릭 소프라노의 등장은 그래서 더 관심을 모았다.그해 리릭 소프라노로는 한국인 최초로 주역을 맡아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비엔나 빈 슈타츠 오퍼 극장의 나비부인 오페라 공연으로 최고의 호평을 받아 다음 시즌 초청까지 받았던 그의 노래는 1만5천석이 넘는 아레나 원형 극장에서 더 빛났다. 거대한 공간에 울려 퍼지는 아름다우면서도 전율을 느끼게 하는 압도적인 성량, 타고난 소리에 배인 서정적 감성과 탁월한 연기의 조화는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오페라의 여름밤을 선사했다.유럽과 아시아 오페라 무대를 종횡무진, 타고난 소리와 노력으로 빚어낸 아름다운 노래로 그 자신의 이름 뿐 아니라 한국을 알리고 있는 그를 만났다. 전북대 개교 70주년 기념 공연에 초대된 그는 하루 전날 전주에 왔다.10여년 만에 고향을 찾았다는 그는 밝고 소탈했으며 겸손했다. 2008년부터 꾸준히 국내 무대에도 서왔지만 아쉽게도 고향 무대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었다는 그는 어느 무대보다도 더 설레고 조심스럽다고 말했다.인터뷰를 하는 동안 특별한 그의 목소리에 마음을 빼앗겼다. 타고난 목소리의 울림은 그만큼 인상적이었다. 울림을 품은 그 소리는 치열한 훈련으로 얻은 공력을 만나 그를 세계적인 성악가로 이끌었을 것이다.처절할 정도로 가난한 시절을 딛고 일어섰다는 그의 유학생활은 그래서 더 궁금했다.-전주는 오랜만에 오신건가요.10년도 넘은 것 같아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동생들도 서울로 오면서 아예 이사를 했거든요. 이모들이 계시는데 아무래도 오고 가는 일이 줄어들더군요. 외국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는 더 어렵게 되었고요.-그래도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어서 남다른 그리움이 있지 않나요.물론이지요. 밀라노에 살고 있는데 늘 어릴 때 먹던 음식이 생각나요. 특히 학교 앞에 있던 베테랑 칼국수가 먹고 싶었어요. 제가 성심여중을 다녀서 학교 앞에 있던 그 분식집 단골이었거든요.(웃음)-오페라 아이다 공연이 10월 말과 12월에 있던데요.경남오페라단이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들과 함께 아이다를 공연하는데 창원과 서울에서 무대를 올립니다. 이정원 이아경 손혜수 씨 등 활발한 활동을 하는 가수들과 한 무대에 서는 것도 즐겁지만 의미가 각별한 것 같아요.- 아이다는 나비부인 못지않게 인연이 깊은 것 같습니다.나비부인은 작품의 특성 상 동양인 가수를 선호하는 경향 때문에 자주 서게 되는데 아이다는 좀 다른 면이 있죠. 개인적으로는 베로나 아레나 극장에서의 아이다 역을 맡은 이후로 아이다와 더 가깝게 된 것 같아요. 이번 무대는 야외 원형극장인 아레나와는 전혀 다른 조건이어서 성량 보다는 극중 인물에 집중하고 소리도 더 섬세하게 표현하고 싶습니다.-놀라운 성량을 갖고 있다는 평을 받는데, 성량은 타고나는 것 아닌가요.아무래도 바탕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겠지만 훈련으로도 어느 정도는 갖출 수 있지 않을까요. 어쨌든 저는 어릴 때부터 목소리가 크긴 컸어요.(웃음)-어릴 때 노래 잘한다는 소리도 많이 들으셨겠네요.그것은 아닌데, 합창단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내가 노래를 좀 하는구나 알게 되었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 친구가 전주KBS어린이합창단 모집에 신청했는데 함께 가자는 거예요. 그래서 따라갔는데, 기다리다 잠이 들었나봐요. 선생님이 지나가시다가 너는 뭐 하러 왔냐고 물어보셔서 친구 따라 왔다고 했더니 너도 한번 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별 생각 없이 불렀는데 친구는 떨어지고 저만 된 거예요. 민망한 상황이었어요.-어린이합창단 활동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군요.4학년 초부터 시작해 졸업할 때까지 활동했는데, 당시 합창단을 지도했던 강승구 선생님이 성악의 기본을 참 잘 가르쳐주셨던 것 같아요. 그때 공연을 많이 다녔었는데 어린 마음에 참 신나는 일이었어요.-성악을 전공하게 된 것도 합창단 활동 덕분이겠습니다.당시는 예술중학교나 고등학교도 없었고, 딱히 주위에 음악을 전공하는 분도 없어 더 이상 공부를 지속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고 3때 옆집에 사는 오빠가 서울대 성악과에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된 거예요. 방학 때마다 집에 와서 연습을 했거든요. 하루는 무작정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갔어요. 노래를 어떻게 하느냐고 가르쳐달라고 했죠. 자기도 잘 모르니까 일단 서울로 와보라고 하더라고요. 일주일에 한번 서울대로 지도를 받으러 갔었는데 그때 그 오빠가 동아리 친구들과 상의를 해서 저를 가르쳤어요. 엄마랑 고속버스 타고 올라가 2~3시간 공부하고 되짚어서 오는 생활을 6개월 정도 했죠. -여러 명이 한사람을 가르치는 특별한 개인지도였군요.지금 생각하면 그때 가르쳐준 분들이 정말 좋은 스승이었던 것 같아요. 발음이 틀리면 사전까지 찾아서 바로 잡아 주었거든요. 다행히 한양대에 합격했지만 기초 없이 대학을 간 셈이 됐죠. 그러니 다른 사람보다 더 노력했어야 했는데 아버지 사업이 잘못되면서 형편이 어려워져 서울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어요. 게다가 아버지가 저를 보러 서울에 오시다가 교통사고를 당하셨는데 2년을 꼬박 병원에 계시다가 돌아가신 것이 대학 4학년 때였어요. 집안 형편이 더 어려워지니 대학원 진학이나 유학은 엄두도 나지 않았죠. 음악에 대한 열정도 없었고, 그저 아르바이트로 대학생활을 지탱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예술가로 성장해온 과정이 더 궁금해집니다.우연한 기회에 이태리 여행을 갔는데 음악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여행에서 돌아와 곧바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죠. 피아노 학원에서 한 달에 80만원을 받았는데 한 푼도 안 쓰고 천만 원을 모아 유학을 떠났습니다.-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환경이었겠습니다.경제적 부담이 가장 컸는데, 밀라노에 오자마자 어학원부터 등록했어요. 제가 가진 전 재산의 대부분을 수업료로 내야 했으니 두렵기도 했지만 언어가 우선이더라고요. 언어가 해결되지 않으면 일상이 불편해지고 누구에겐가 도움을 청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언어를 먼저 해결해 스스로 자립할 수 있을 때 레슨을 받자고 마음먹었지요. 6개월 동안 전문가 과정 9급까지 마치고 통역사 자격까지 땄습니다. 시에서 운영하는 무료 강습까지 병행해 언어를 해결하고 나니 두려울 것이 없더라고요.-선택이 탁월했던 것 같습니다.그만큼 절박한 상황이어서 가능했던 일 같아요. 유학을 오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언어부터 해결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배우는 일도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어야 제대로 자기 것이 될 수 있으니까요.-생활은 어땠습니까.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생활이었어요. 어학원에서 소개한 지하 방에서 지냈는데 난방이 안 되어 외투를 입고 자야했죠. 화장실도 밖에 있는. 노숙자가 따로 없었어요.-세계적인 소프라노의 화려한 무대 뒤에 그런 시절이 있었군요. 베르디 국립 음악원을 졸업하고 스칼라 아카데미에 들어가셨는데 그때부터는 생활이 조금 나아졌습니까.그런 셈이죠. 스칼라 아카데미가 원래는 2년 과정인데 저는 3년을 다녔어요. 학비는 무료고 장학금이 매월 한화로 250만원이 나왔는데 레슨을 받으며 충분히 생활할 수 있을 정도였죠. 그러나 정작 공부하는 과정은 고통스러웠어요. 지도 교수님이 워낙 인종차별이 심했거든요.-어려운 과정을 뚫고 합격했으니 실력을 인정받은 셈인데, 인종차별은 뜻밖이군요.저를 지도하는 선생님이 터키 출신의 소프라노였는데 이 분이 동양 사람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성악을 레슨 받는 2년 동안 내내 너는 왜 들어왔니 이름은 뭐니를 듣고 지내야했어요. 이름조차 알고 싶지 않으셨던 거죠. 작은 콘서트 하나도 주어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마지막 레슨 때 제가 부르는 아리아를 들으시면서 눈물을 글썽이더니 내가 니 진심을 몰랐던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내가 너를 제대로 대한 적이 한 번도 없으니 1년만 더 다니라고 하셨어요. 과정을 마치고도 장학금을 그대로 받으면서 스칼라 극장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스칼라 극장의 오페라 단역이 많은 도움이 되었겠습니다.전화위복 되었죠. 그때 단역만 열편 넘게 했는데 그것이 오늘날 제가 유럽무대에서 활동하게 된 기반이 되었어요. 선생님은 제게 상처도 주었지만 제 인생을 열어준 중요한 분이기도 합니다.-무대를 넓힌 것은 2007년 이후부터인가요.극장 도움 없이 나간 것이 그때부터인데 당시에는 용기가 필요했어요. 스칼라 무대의 단역을 거절하기 시작했거든요. 단역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안정된 기반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이어서 한번 거절하면 다시는 안 불러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생활이 불안정해지게 되니 결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당연히 생황이 힘들어지기 시작했죠. 그때부터 혼자 주역을 따내야 하는데 극장 오디션이며 에이전시 오디션을 위해 수도 없이 캐리어를 들고 극장을 돌아다녔습니다.-그 과정이 오늘을 있게 한 것 아니겠습니까. 유럽에서 임세경이란 이름이 알려진 것은 몇 년 전부터지만, 아무래도 절정은 2015년 베로나 축제의 아이다 역이 아닐까요.이전에도 좋은 극장에 서긴 했지만 그 해의 비엔나 빈 슈타츠 공연과 베로나 축제가 제 인생의 또 다른 시작이 된 무대였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 셈입니다.-많은 일정이 예정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 초 플라시도 도밍고가 이끄는 빈 필과 나비부인을 공연했던데요.잊을 수 없는 공연이었어요. 도밍고 선생님은 팔순을 넘겼는데도 자신의 무대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습니다. 국경을 넘나들면서 공연을 하면서도 리허설을 위해 늦은 밤 다시 연습실에 나오는 열정을 보며 거장은 우연히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어요.-워낙 많은 오페라에 출연하셨으니 대부분의 무대가 익숙할 것 같습니다.그렇지 않아요. 하면 할수록 어려운 일이 무대에 서는 일이죠. 악보도 다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보이지 않던 악상기호가 매번 새롭게 보이거든요. 누가 써놓았는지 왜 써놓았는지 보면 볼수록 자꾸 새로운 것이 보이고 소리도 점점 달라지니 제대로 된 소리를 지키려면 연습을 게을리 할 수 없게 됩니다.-소리는 일정한 시기까지는 원숙하고 깊어지는 것 아닌가요.나이를 먹으면 나이 먹은 소리가 나기 마련인데, 훈련을 하면 가장 좋은 시절의 소리를 지킬 수 있거든요. 나이가 들면서 내공은 생기겠지만 소리 빛깔 자체가 변하게 되니 맑아지게 하는 것은 노력으로 지켜야 하는 것이죠. 적절하게 컨트롤 하면서 연륜과 내공을 관객들이 느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나이를 먹으면서 더 빛나는 가수로 롱런하는 것이 제 꿈이기도 합니다. 그러려면 연습만이 답이겠죠.그는 노래만 생각하고 노래로 일상을 보낸다. 노래를 하지 않았으면 뭘 하며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일상의 반경이 좁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너무 단조롭고 건조한 삶이지만, 그가 집중해 오직 한길만을 걸어온 덕분에 우리는 세계적으로 한국의 이름을 알리는 성악가를 가질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어느 무대에서건 어느 오케스트라건 꽉 찬 소리로 공간을 압도하며 서정적인 빛깔로 관객들을 만나는 그의 소리는 마음을 잡는다. 어려운 여건을 딛고 세계적 성악가로 우뚝 선 그의 삶을 듣고 보니 그의 소리가 더 빛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전주출신 소프라노 임세경은- 타고난 성량에 연기력 조화로 유럽 각국서 러브콜소프라노 임세경은 1975년 전주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는 자신이 음악적 재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타고난 그의 소리를 알아본 것은 방송국 어린이합창단 지휘자였다. 전주KBS 어린이합창단에서 노래 부르는 기본을 익혔다. 성악은 초등학교 시절 취미활동으로 끝이 났지만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고3때 방학을 맞아 집에 내려온 옆집 오빠의 노랫소리가 마음을 이끌었다. 서울대 성악과에 다녔던 옆집 오빠는 노래를 배우고 싶다는 그의 청을 들어주었다. 본격적인 성악공부를 시작한지 6개월 만에 한양대 음대에 합격했다.대학시절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어야 했던 그에게 유학은 언감생심, 안정된 직장을 찾는 것만이 목표가 되었다. 대학 4학년 때 가볍게 떠났던 이태리 여행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이태리의 언어와 도시 풍경, 음악과 극장 등 모든 것이 그의 마음을 끌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 피아노 학원 아르바이트로 받는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 이태리 밀라노로 떠났다. 베르디 국립 음악원을 졸업한 직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솔리스트 전문 연주자 과정에 지원했다. 300명을 넘는 경쟁을 뚫고 합격했지만 그의 스승은 2년 과정 내내 인종차별로 그를 냉대했다. 마지막 레슨이 다시 그의 운명을 바꾸었다. 스승은 그가 부르는 나비부인의 아리아를 듣고 너의 진정성을 내가 알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스승의 권유로 1년 더 스칼라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2년 과정인 스칼라 전문 연주자 과정을 장학금까지 그대로 받으며 1년 더 다닐 수 있게 된 것도 행운이었지만 이미 과정을 마친 그에게 스칼라극장이 오페라 단역으로 그를 불렀다. 그 시절의 경험이 오늘날 유럽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2007년 이태리 도니제티 극장에서 오페라 파리지나로 데뷔한 이후 아르침볼디, 라 스칼라 극장에서 수십 편의 오페라를 리카르도 무티를 비롯한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공연했다. 타고난 소리와 압도적인 성량, 뛰어난 연기력의 조화로 무대마다 돋보이는 그를 주목한 유럽 각국의 극장들이 그를 불렀다. 세계적인 오페라 잡지들은 전율을 느끼게 하는 성량과 혼연일치된 소리와 연기를 가진 작은 한국인 리릭 소프라노 등장을 환호하며 반겼다. 2015년엔 한국인 리릭 소프라노로는 최초로 비엔나 빈 슈타츠 오퍼 극장에서 오페라 나비부인 주역으로 공연했으며 그해 8월에는 이태리 베로나 오페라 축제의 아이다 주역으로 발탁됐다.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축제 102년 역사상 한국인으로는 최초였다. 올해 봄과 여름, 빈 슈타츠 오퍼 극장과 베로나 축제에 다시 섰던 그는 독일 헝가리 미국 그리스 공연을 이어왔다.2008년부터 국립오페라단의 대표작을 비롯 국내 오페라 무대도 꾸준히 지켜온 그의 한국 공연은 올해 특히 활발하다. 국립오페라단의 팔리아치와 외투에서 열연, 호평을 받은데 이어 10월과 12월, 창원과 서울에서 아이다를 공연한다. 내년에는 스페인 독일 일본 핀란드 이태리 오페라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 기획
  • 김은정
  • 2017.10.27 23:02

[복합부위통증증후군] 가벼운 접촉에도 극심한 고통

몇 개월 전 방송된 복면가왕과 드라마 파수꾼에서 이관우 역을 맡아 열연을 한 꽃미남 배우 신동욱은 올해 나이 36살이며 군복무중 부상으로 손을 다치면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 후 5년간 피폐해진 삶을 살다가 병마를 이기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하였고 그의 인간승리에 대한 미담이 전해지며 재기에 성공했다는 방송을 접할 수 있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란 외상 후 특정 부위에 발생하는 만성 신경병성 통증과 이와 동반된 자율신경계 기능이상, 피부변화, 기능성 장애를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하지만 매우 드문 질환이다. 이 질환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외상, 신경손상, 수술, 심혈관질환, 감염, 방사선치료 등으로 교감신경계 일부의 과도하거나 비정상적 반응이 통증의 원인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발병률을 보면 외국의 경우와 한국의 경우 약간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경우 10만명당 30명 정도 발생하여 외국의 경우보다 좀 높은 편이고 외국의 경우 30대에서 50대에 주로 발생하는 반면 한국의 경우 20대에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되어있다. 발생하는 위치도 외국의 경우 상지가 많으나 한국은 하지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또한 외국의 경우 여성환자가 3~4배 정도 많이 발생하나 한국의 경우 남성환자가 약간 많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즉 한국의 경우 군대에서 훈련 도중 부상으로 많이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진단도 간단하지는 않다. 확진할 수 있는 단일 검사는 없고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 및 징후들을 조사하고 임상검사 및 정밀검사를 종합하여 진단이 내려지게 된다. 즉 방사선검사, 체열검사, 3상 골스캔, 근전도검사, 신경전도검사, MRI 등의 여러 검사를 하지만 객관적인 검사들도 양성소견이 나타나는 경우는 50% 정도이므로 참고자료일 뿐 확진을 위한 필수적인 자료는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은 자발통증이 특징적이다. 특별한 환부에 대한 자극이 없이도 주로 사지의 말단 부위에 발생한다. 일반적인 다른 통증과 다른 점이 있다. 먼저 손상정도에 비해 통증의 강도가 훨씬 심각하고 예상된 치료기간이 지났음에도 통증이 계속 지속되는 점, 신경분포와 상관없는 부위에 통증이 발생한다는 점, 통증에 대한 표현이 화끈거리거나 타는 듯하거나 칼로 찌르는 것 같은 점, 또한 일반적으로 통증을 일으키지 않는 가벼운 접촉이나 스치기만 하는 상황에서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점 등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그렇다면 치료방법은 있을까. 비록 표준화된 치료법은 개발되지 않았으나 약물요법, 물리치료, 운동요법, 경피적 전기 신경 자극법, 교감신경차단, 정맥부위마취법, 케타민 또는 리도카인 정주법, 교감신경 절제술, 척수신경자극기 삽입술, 지주막하강 내 약물 지속주입기 이식술, 정신 심리적 치료 등을 할 수 있다.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대부분은 자연 치유된다. 따라서 증상과 징후들이 발생하더라도 너무 놀라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진단이 늦어지거나 적절치 않은 치료를 받는 경우 환자가 받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게 된다. 일단 외상이 발생 한 후 4~6주 동안 증상이 지속되고 사지의 말단부위에 외상을 받은 정도 이상의 심한 통증이 있으면서 다른 질환이 없다면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상이 악화될 확률이 높아지므로 초기에 치료를 빨리 서두르는 것이 예후를 좋게 하는 가장 좋은 예방 방법이다.

  • 주말
  • 기고
  • 2017.10.27 23:02

[건강 100세 시대 - 노년기 구강관리] 큰 돈 들기 전에…치아 건강 미리 챙기세요

△이가 파이고 시린 치경부 마모증치경부 마모증은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부분이 마모되는 질환이다. 치주질환으로 치주가 내려가 충격에 취약한 치아 뿌리 부분인 백악질이 양치질로 마모되거나 딱딱한 음식을 즐겨 먹으면서 응력이 집중되어 깨져나가 생긴다. 치경부 마모증이 생기면 치수가 쉽게 자극되기 때문에 이가 시리고 치아 우식에도 취약하다. 치과에서 적절한 수복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수복치료만 실시하고 생활습관을 개선하지 않으면 다시 진행될 수 있다. 올바른 양치질 습관화와 딱딱하고 질긴 음식을 피해야 한다.△잇몸이 붓고 피나는 치주질환치주질환은 30세 이후 서서히 나타나 50세가 되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앓게 된다. 흔히 치아가 썩어서 상실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성인이 치아를 상실하는 가장 큰 원인은 치주질환이다. ‘풍치’라고 하여 ‘잇몸에 바람이 들었다’고 표현하는데 치아를 둘러싸고 지지해주는 여러 조직에 염증이 생겨 발생한다. 염증은 세균에 의해 생긴다. 세균이 치아표면에 붙어 얇고 끈끈한 막을 형성하는 치태를 양치로 제때 제거하지 못하면 구강 내 칼슘, 인 등의 무기질이 침착되는 치석으로 진행한다. 치석이 생기면 스케일링이 필요하다.치주질환 초기에는 증상이 심하지 않다. 약간의 통증에 약을 복용하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은 시기를 반복하다가 치조골이 파괴되면 약으로도 참을 수 없는 통증을 느낀다. 이때 치과에 오면 이미 파괴된 치조골은 재생할 수 없다. 다만 진행을 막는 치료를 하게 된다. 치주질환에 따른 치아상실을 예방하려면 정기적으로 치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가만있어도 찌릿찌릿 아픈 치아 우식증치아 우식증은 입 안에 사는 세균에 의해 당류 등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산이 치아를 파괴시켜 생기는 질환이다, 치아 우식증 자체에 의한 증상보다는 치아 우식증으로 생긴 치수염이 문제다. 치아는 겉 표면부터 법랑질, 상아질 그리고 그 안에 신경과 혈관이 지나가는 치수로 구성돼 있다. 치아 우식이 법랑질에 한정된 경우에는 통증이 없지만 상아질까지 진행되면 통증이 느껴진다. 치주 근처까지 진행되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심한 통증을 느낀다.노년기에는 타액의 양 감소로 우식에 취약한 백악질이 드러나기에 치아 우식증이 잘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당류가 함유된 음식과 음료수, 입안에서 당류로 변할 수 있는 음식, 쉽게 씻겨 나가지 않는 음식 등의 섭취 자제가 필요하다.△임플란트·브릿지·틀니노년기엔 치주질환, 치아 우식증 등으로 치아가 상실되는 것이 흔한 일이다. 1~3개 소량의 치아를 상실한 경우에는 임플란트와 브릿지, 다수의 치아를 상실한 경우에는 임플란트와 틀니로 수복할 수 있다.브릿지는 상실 부위 양쪽의 치아를 삭제하고 그 치아에 걸어서 만드는 형태다. 브릿지라는 이름처럼 다리를 상상하면 이해가 쉽다. 치료기간이 짧고, 임플란트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든다. 하지만 지대치의 치주가 튼튼해야 하고, 건강한 치아를 제거하는 단점이 있다. 또한 상실 부위의 치아가 받던 힘을 지대치가 나누어서 견뎌야 하기에 지대치 치주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임플란트는 치아 상실부위의 잇몸 뼈에 임플란트 지대주를 심고 지대주에 치아 머리 형태를 연결해 치아를 수복한다. 브릿지처럼 양쪽 치아를 제거할 필요가 없고 스스로 힘을 지탱하기 때문에 양쪽 치아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다만 비용이 비싸고 잇몸 뼈에 임플란트를 심는 수술을 시행하기에 여러 약물을 복용하는 노년기에는 몸에 부담을 줄 수 있다.틀니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모든 구강의 치아를 수복할 수 있다. 하지만 넣었다 뺐다 하는 과정이 힘들고 치아가 한 개도 없는 경우 잡아주는 부분이 거의 없어 탈락의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잇몸으로 씹는 힘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음식물을 씹을 때 불편감이 따른다. 연구에 따르면 틀니는 원래 치아의 씹는 힘에서 1/30정도만 발휘할 수 있다.임플란트의 비용과 수술 부담을 덜고, 잘 탈락하는 틀니의 단점을 보완하려면 2~4개의 임플란트를 식립한 후 틀니를 잡아주는 임플란트 고정 틀니도 치아치료로 시행할 수 있다.

  • 주말
  • 기고
  • 2017.10.27 23:02

[전북, 문화로 도시를 재생하다] ① 역사문화자원 통한 도시재생, 전북은 - 역사문화자원 단순 도구화 안돼…'지역 커뮤니티'로 승부해야

도시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다. 그리고 도시 경쟁력은 도심 경쟁력이다. 도심은 역사성, 문화성 등을 통해 정체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급속한 산업화와 획일적인 도시 개발로 정치경제문화 중심지였던 도심이 제 기능을 상실하고 쇠퇴기에 접어들기도 한다. 그러나 도심이 쇠퇴해도 장소는 남는다. 잃어버린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도시재생 사업이 시도된다.현재까지 국외적으로 시도된 역사문화적 도시재생은 파리 프롬나드 플랑테, 런던 테이트모던, 일본 나오시마 등과 같은 성공 사례가 있다. 전주시 한옥마을이나 군산시 근대역사문화도시도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국내 도시재생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본보는 군산시 근대역사문화도시, 완주군 삼례문화예술촌복합문화지구 누에(nu-e) 등을 통해 전북지역 도시재생 현황을 살펴본다. 이와 함께 국내외 역사문화적 도시재생의 바람직한 추진 방향과 개선 과제를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물리적 도시 정비에서 역사문화자원 도시 재생도시재생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한 도시를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도시재생 전략으로 재건축, 재개발 등 물리적인 환경 정비에 치중해왔다. 그러나 물리적 도시재생만으로는 지속가능한 도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다. 외형적인 변화에 치중하다 보면 도심 안 사람이 도심 외곽으로 밀려난다. 그래서 최근에는 역사문화자원을 매개로 한 도시재생이 주목받는다. 가시적인 도시 정비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환경 등 비가시적인 도시 기능 회복까지 꾀하기 때문이다.2013년 6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그해 12월 국가도시재생 기본 방침이 발표됐다. 도시재생 선도지역과 도시재생 일반지역, 새뜰마을사업 등 쇠퇴하는 지역에 대한 관리와 해결 수단으로 도시재생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도시재생 선도지역은 도시재생 기반형 2곳, 근린재생형(일반규모, 소규모) 11곳을 지정했다. 군산시 월명동해신동중앙동은 내항지구와 연계한 근대역사문화지구 조성을 내용으로 한 도시재생 선도지역(근린일반)이다.또 도시재생 일반지역은 총 33곳을 대상으로 경제 기반형, 중심 시가지형, 일반 근린재생형 등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했다. 이 가운데 전북은 전주시 완산구 중앙동풍남동 일대, 남원 동충동죽항동금동 일대가 도시재생 일반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정부 도시재생 뉴딜 정책기대와 우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도시재생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매년 100곳씩 5년 동안 구도심과 노후 주거지 총 500곳의 환경을 개선한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매년 10조 원씩 5년간 총 50조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자치단체가 주도하고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소규모 지역 주도 방식을 추구한다. 사업 성격과 규모 등에 따라 우리동네살리기(소규모 주거), 주거지 지원형(주거), 일반 근린형(준주거), 중심 시가지형(상업), 경제 기반형(산업)으로 나눠 추진하기로 했다.기대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역사문화자원이 재활용되는 과정에서 자치단체와 시민들이 오랜 논의와 협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사업 기간과 예산을 정해 두고 추진하는 현 방식이 자칫 획일적인 도시재생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역사문화자원의 단순 도구화, 관광 산업화 등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것. 지역 쇠퇴 원인에 대한 진단과 활용 가능한 자산에 대한 조사 등을 선행하고,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지역민의 참여가 관건이다. 궁극적으로 지역 커뮤니티를 살리는 도시재생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쇠퇴하는 도시, 유휴자원 활용한 도시재생 고민국토교통부 2016년 전국 도시 쇠퇴 현황에 따르면 시도별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 진단 결과, 전북 쇠퇴 정도는 71%로 조사됐다. 전국 평균은 65.9%다. 도 단위에서는 전남 81.8%, 경북 76.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이와 관련 도시재생 대상 지역은 전북 전체 읍면동 241곳 중 171곳으로 나타났다. 준공 이후 20년 이상 지난 건축물 비율을 보여주는 노후 건축물 현황은 전주 10곳, 군산 7곳, 익산 3곳, 남원과 정읍 각각 1곳이 80% 이상이었다. 최근 10년간 사업체 증감률을 나타내는 사업체 수 변동 현황은 군산시 중앙동(-26.73%), 전주시 완산동(-25.26%), 김제시 광활면(-24.56%) 등의 순으로 변동 폭이 컸다.인구 변동 폭도 컸다. 최근 30년간 인구 증강률을 비교한 결과, 진안군 상전면(-84.48%), 군산시 옥구읍(-84.06%), 진안군 정천면(-83.06%), 김제시 봉남면(-77.85%) 등의 순으로 감소율이 크게 나타났다. 인구가 3분의 2 이상 줄어든 곳이 115곳에 달했다.이와 관련 전북지역 유휴자원 활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1차 조사에서 48건, 2차 조사에서 8건이 발굴됐다. 사업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검토한 뒤 8개 시군 12개 시설에 대해 우선사업을 선정했다.구 KBS 남원방송국은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남원아트센터), 구 오수역은 경관 디자인 조성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군산시민문화회관과 전주시 완산동 충무시설, 상관정수장, 춘포역은 활용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다. 군산시 째보선창, 김제시 와룡역, 진안군 안천노채금굴, 무주군 제사공장 등은 사유재산이나 외곽지역 등을 이유로 구체적인 활용 계획이 도출되지 않았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17.10.27 23:02

65. 어쭈구리 - 사전엔 없어…'아주+그렇게'에서 파생된 말

어쭈구리 호프집이 많다. 전국 연쇄점이어서 대단히 많다. 어쭈구리와 같이 독특한 말을 사용한 상호는 더욱 눈에 잘 띈다.그런데 왜 굳이 불량스러운 말인 어쭈구리인가? 유쾌, 통쾌, 흔쾌하게 술 마실 수 있는 만인의 광장 호프집에 남을 무시하고 비아냥거릴 때 쓰는 어쭈구리는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장삿속에서 아무렇게나 선택한 상호라면 할 말은 없다.어쭈구리는 불량스러운 말이라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표준어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상호로서 문제가 있다. 사전을 찾아도 이 단어는 없으며, 이와 유사한 단어도 보이지 않는다.그럼 어쭈구리는 어디에서 온 말인가? 이에 대한 답은 이 단어가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를 알아봄으로써 그 단서를 잡을 수 있다. 어쭈구리, 그렇게 말하니까 성인군자 같군!, 어쭈구리, 제법인데., 어쭈구리, 죽는 줄 모르고 까불고 있군. 등에서 보듯 어쭈구리는 남의 잘난 체하는 말이나 행동을 비웃거나 비아냥거릴 때 쓴다.이와 같은 의미 기능을 갖는 단어에 아주가 있다. [아쭈]로 발음하기도 하나 아주가 표준어이다. 위 문장의 어쭈구리를 아주나 아쭈로 대체 표현해도 문장 의미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그런데 구리가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부사 그리(그렇게)다. 그리가 어쭈의 제2음절 모음 ㅜ에 이끌려 구리로 변할 수 있다.그렇게 보면 어쭈구리는 아주, 그렇게라는 의미가 된다. 잘난 체할 만한 처지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까불고 날뛰느냐는 뜻을 담고 있다고나 할까.

  • 문학·출판
  • 기고
  • 2017.10.27 23:02

백제여인의 애절한 사랑노래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달아 높이 떠서 아아 멀리 비추어다오)행상 나간 남편의 안위를 기원한 백제 여인의 간절한 사랑 노래, 정읍사의 첫 구절이다. 정읍사는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 가요이자 한글로 기록돼 전하는 가요 중 가장 오래된 것이기도 하다. 사랑과 기다림은 시대를 관통하는 정서다. 이를 노래한 정읍사는 그 힘으로 오랜 세월 기억됐다. 오페라 형식을 빌려 정읍사 이야기에 살을 더하고 색을 입혔다. 사랑과 기다림은 깊어졌다.호남오페라단이 열 번째 창작 오페라 달하 비취시오라를 다음 달 3일과 4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다음 달 8일 정읍사예술회관에서 선보인다. 올해로 창단 31주년을 맞은 호남오페라단. 창작 오페라 달하 비취시오라는 올해 초 극심한 재정난으로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위기 속에서 명운을 걸고 완성해 낸 결과물이다. 모든 예술적 역량을 결집해 진가를 발휘하겠다는 각오.작품은 나당 연합군 침입으로 눈이 멀게 된 사비성 공주 월아, 그녀를 사랑하는 청년 도림, 월아를 노리는 호족 해장, 도림을 흠모하는 버들이가 줄거리를 이끌어 나간다. 전주시립교향악단과 전주시립합창단,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이 협연한다.조장남 예술총감독단장을 비롯해 지성호 전북대 외래교수(작곡), 김정수 전주대 교수(대본), 김지영(연출), 이일구 호남오페라단 상임지휘자(지휘), 김철 전주시립합창단 지휘자(합창 지휘), 김수현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장(안무) 등이 힘을 보탰다.김동수 호남오페라단 이사장은 호남오페라단은 고장의 토착적 소재를 끊임없이 발굴해 오페라화해왔다며 문학 범주에만 머물러있던 정읍사를 오페라로 만들어 예술적 깊이를 심화하고, 2019년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참가 등을 통해 국내외에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17.10.27 23:02

촛불이 되살린 광장 문화는 계속된다

촛불, 그리고 촛불이 되살린 광장 문화는 계속된다.(사)전북민족예술인총연합(회장 이기홍)이 촛불 항쟁 1주년을 맞아 촛불, 시민의 거리, 시민의 광장을 주제로 제14회 전북민속예술제를 연다. 오는 28일 오후 3시 30분 전주 충경로 차 없는 거리에서 전북민예총의 문학미술연극영상음악 분과 소속 회원들이 다양한 예술체험 행사를 펼친다.이기홍 전북민예총 회장은 촛불 항쟁은 시민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시대정신을 보여줌과 동시에 광장 정치문화를 일으켰다며 이는 전북민예총이 추구하는 가치와도 부합하기에 우리의 시대정신과 예술혼을 시민과 공유하고, 광장을 통해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고자 한다고 말했다.28일 오후 3시 30분부터 천고제 및 기접놀이풍물놀이길놀이 등 평안을 기원하는 개막행사로 시작한다. 차 없는 거리에서는 전시공연체험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다.진창윤황의성송상민한숙허길영정하영심홍재작달비 미술가는 광장시민예술을 주제로 그림을 전시하고 행위예술을 한다. 권력에 의해 예술가의 표현 자유가 억압됐던 지난겨울, 거리로 나온 수백만 시민들 덕분에 예술이 해방될 수 있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미술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시민과 논의하고자 한다. 대형 작품에 시민이 광장에 대한 이슈를 써서 완성하는 거리 설치물도 함께 만든다.연극분과 회원들은 연극의상 입기 체험, 명작 연기 체험, 추억의 소품 전시, 포토존 운영 등을 한다. 오후 6시 30분까지 버스킹 공연, 캘리그래피 체험, 문학인 토크 등과 필봉농악보존회의 풍물 판굿도 이어진다. 오후 4시부터 전주 중부 비전센터에서는 전북지역에서 제작된 독립영화 4편이 상영된다. 조미혜 감독의 그 여자와 박영완의 돌세개, 김진아의 숨바꼭질, 채한영의 사막 한가운데서다.11월 5일에는 전주 향교에서 전주민예총(회장 이형로)가 마련한 천년전주 전주시민예술제가 열린다. 혼돈의 역사와 시련, 인고의 시간과 대동 등을 민요, 시낭송, 굿, 악기 연주로 표현한 음악극과 통일마당 백일장미술대회, 전주 역사 사진전 등이 진행된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7.10.27 23:02

[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의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20. 봉선화야 너는 아느냐 - 역사에 묻힌 아픔, 억울한 피해자들 명예 회복해줘야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는 장면이 있다.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주인공 유태인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독일 장교가 듣고 진심으로 감동하여, 그를 체포하지 않고 그대로 나가는 장면이다. 가끔 쇼팽을 들으면 그 장면이 애잔하게 떠오른다. 그 영화 속 독일군 장교와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는 해피앤딩이었지만, 우리에겐 그 사연과 비슷하지만 결과가 달랐던 새드앤딩의 사연이 있다.울 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 길고 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필 적에 /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 어언간에 여름 가고 가을 바람 솔솔 불어 / 아름다운 꽃송이를 모질게도 침노하니 / 낙화로다 늙어졌다 네 모양이 처량하다봉선화(鳳仙花, 봉숭아)를 아름답고도 처량하게 그린 노래 울 밑에 선 봉선화는 한국 가곡의 효시로 꼽히는 곡이다. 1920년 작곡가 홍난파가 애수라는 곡으로 발표한 후, 1925년 김형준이 가사를 붙인 노래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이 나라와 민족의 신세가 처량한 봉선화와 같다는 비유를 그리고 있다. 31 독립운동 이후 1920년대의 이 시기는, 더욱 삼엄해지고 악독해진 일제의 강압으로 인해 백성의 삶은 하루가 다르게 고통에 젖어만 가던 시절이었다. 당시 우리 민족의 말로 다 할 수 없는 시련과 한숨 속에서 독립을 염원하며 봉선화를 빗대어 부른 이 노래는 민족의 목소리를 대변하듯 구전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알음알음 불려왔던 이 노래가 널리 퍼져 모든 사람의 심금을 울리게 된 계기가 있다. 1942년 소프라노 가수 김천애(당시 23세)가 일본 동경의 히비야 공회당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독일가곡을 부른 후 앵콜송으로 울 밑에 선 봉선화를 부른 때부터이다. 공연이 끝나자 청중들의 박수갈채가 떠나갈 듯했고, 동포들은 무대 뒤로 찾아와 김천애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 이후부터 귀국한 김천애는 무대에 설 때마다 한복 차림으로 이 노래를 불러 청중들의 심금을 울렸다. 일제는 가창 금지는 물론 음반판매도 금지시키며 당시의 블랙리스트로 만들었다. 김천애는 일제 경찰에 여러 차례 잡혀가 모진 고초를 당하였고, 일제는 울 밑에 선 봉선화노래를 부르기만 해도 붙잡아가곤 했다. 실제로 울 밑에 선 봉선화를 불렀던 학생들을 잡아다가 의자에 묶어 놓고 집게로 혀를 뽑아서 죽인 일이 있으며, 그 수가 밝혀진 것만 해도 386명이었다고 전해진다.그 봉선화의 노래에 관한 사연 가운데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독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가 한 가지가 더 있다. 여수 순천사건으로 희생이 된 故김생옥 선생의 사연이 바로 그것이다.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성악가 김생옥과 유명 피아니스트 박순이와의 결혼은 1944년 당시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행복하기만 할 것 같았던 이들의 결혼생활은 4년 만에 한 사건에 휘말린다. 1948년 10월에 일어난 여수 순천 사건의 비극으로 인해 남편 김생옥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박순이가 불과 27세 때의 일이다.사건을 재구성해보면 이렇다. 결혼 후 유럽으로 함께 유학을 준비하던 김생옥(당시 30세)은 1948년 10월 광주 동방극장에서 순천여학교 제자들과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음악회 장소였던 동방극장에서 영화가 절찬리에 상영되어 음악회를 3일만 연기하자는 연락이 왔고, 연기한 그 날 사이에 여수 순천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순천여학교 120명 중 20명만 살아남았다고 할 정도로 큰 사건이었기에 제자들이 걱정된 김생옥은 아내에게 금방 갔다 올게. 아무 일도 없을 것이오.라는 말을 남기고 순천으로 떠났다. 그런데 그 말 한마디가 마지막 작별이 되고 말았다.사건에 휘말린 김생옥이 체포되어 1948년 10월 31일 순천시 죽도봉 골짜기에서 경찰에 의해 총살된 것이다. 나중엔 알려진 바에 의하면 처형되기 직전 김생옥은 내가 성악가인데 노래 한 곡 부르고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청하며 울 밑에선 봉선화를 불렀다고 한다. 이내 김생옥의 노래에 감동한 사형 지휘관은 노래를 잘 부르는 인재이니 죽이지 마라.는 의미로 손 신호를 보냈으나, 안타깝게도 이를 빨리 죽이라.는 신호로 오인한 부하들이 방아쇠를 당겨 그만 총탄을 맞고 말았다는 새드앤딩의 이야기이다. 소식을 들은 박순이는 순천으로 달려갔지만, 남편의 시신을 찾지 못했다. 한꺼번에 사살된 시신들이 죽도봉 골짜기에 뒤섞인 채 그대로 매장되었기 때문이다.4년 만에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홀몸으로 3살 된 아들과 8개월의 딸인 두 아이를 키우게 된 박순이는 앞날이 캄캄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고인이 된 박순이는 자손들을 잘 키우며 오히려 세상을 위해 봉사하고 더욱 열심히 살며 사회복지활동을 이어갔다. 봉선화 같은 꽃다운 나이에 처량했을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세상을 품었던 그 마음이 헤아려지지 않는다. 어찌 그 아픔이 이 사연일 뿐이랴만 무고하게 희생된 많은 이들의 억울함이 한이 된 채 우리의 시간 속에 남겨져 있다.이제, 새 정부가 들어서며 우리의 역사에 남겨진 일제강점기 일제의 만행은 역사와 기억으로 전승되고, 제주의 4.3사건도 재조명되고 있고, 동학농민혁명의 뜻을 기리고, 5.18 광주항쟁도 옳게 보듬어 주고 있다. 하지만,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고 남겨진 가족으로 고통을 겪은 이들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까. 제주 4.3 사건의 진압을 거부한 군인들에 의하여 여수 순천사건이 일어난 지 이제 69년이 지나 내년이면 70주년이 된다. 올해, 10월 19일 그 날도 어김없이 다가왔지만 아픔을 아우를 이렇다 할 이슈도 못 만들고 역사의 더걱거리는 더께가 된 채 또 지나갔다. 이제는 순천 여수사건에 의하여 무고하게 피해를 본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을 해 주어야 한다. 억울하게 휘말려 희생을 당한 민간인들과 가족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억울함을 풀어주고, 그들의 가슴에 멍울로 남아있는 깊은 아픔과 한을 치유해 주어야 할 것이다. 김생옥 선생, 그가 시월의 마지막 날에 불렀던 울 밑에 선 봉선화 노랫말처럼 말이다.북풍한설 찬바람에 네 형체가 없어져도 / 평화로운 꿈을 꾸는 너의 혼은 예 있으니 / 화창스런 봄바람에 회생키를 바라노라봉선화의 꽃은 지면서 봉긋하게 열매를 품어내 씨앗을 투두둑 뱉어낸다. 그 힘에 씨앗은 튀어나와 주변에 자리 잡고 다음 해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온다. 봉선화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고향 누이 같은 꽃이다. 친숙한 민족의 정서를 지닌 봉선화는 역사의 굴곡과 함께 노래로 이어져 왔고, 전해지는 이야기로 첫눈이 오기 전에 봉선화를 물들인 흔적이 손톱에 남아있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 마음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선연한 아픔으로 남아있는 일들도 이제는 잘 헤아려 역사 앞에 오명을 씻고 회생하기를 기원해 볼 일이다.△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故 김생옥 선생의 아들은 훗날 전북 익산 출신의 아내와 일가를 이루었다. 이들 가족은 다른 피해자 가족과 더불어 시신도 수습 못 한 아버지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남아있는 자들의 아픈 시간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 기획
  • 기고
  • 2017.10.27 23:02

'37회 전북도민의 날 행사' 전북 자존시대 선포

천년을 이어온 전북의 자긍심. 지금부터 미래를 향한 전북인의 힘찬 발걸음을 시작합시다. 지금 이 순간 도민 여러분과 굳게 손 마주잡고, 전북 자존의 시대를 선포합니다.전북 자존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온 송하진 도지사가 25일 전북 자존의 시대를 공식 선포했다.송 지사는 이날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제37회 전북 도민의 날 행사에서 전북 자존의 시대를 선포했다.송 지사는 전북 자존의 시대 선포식에서 전북 몫 찾기의 뜨거웠던 기세를 타고, 이제 전북 자존의 시대를 활짝 열어가야 할 때라며 천년을 이어온 소중한 역사를 향후 천년을 열어 갈 자존의 힘으로 키워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이날 행사에서는 도민 각계 각층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담은 축하 영상메시지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기리는 자랑스러운 전북인 대상 7개분야 수상자 시상식도 열렸다.수상자는 △경제분야 해전산업(주) 김형식 대표 △문화예술 동성공예 김동식 대표 △체육 서정일 전북체육회 상임고문 △학술언론 이재운 전주대 교수 △농림수산 정완철 용진농협 조합장 △나눔 강칼라 수녀 △근로 최강성 전북은행 노조위원장 등이다.

  • 정치일반
  • 이강모
  • 2017.10.26 23:02

'1회 전북119대상' 장진실·고영서·김자영·이종복·이미숙씨

전라북도 소방본부와 ㈜동성, 전북일보가 공동 제정한 제1회 전북119대상 수상자들이 확정됐다.전북119대상은 도민의 생명과 재산수호에 헌신적으로 봉사한 소방공무원과 의무소방대원, 소방행정 발전에 기여한 이들을 선발, 수상자의 명예와 긍지를 높이기 위해 올해 처음 제정됐다. 화재진압과 구조, 구급, 의용소방대, 특별상 등 5개 분야를 공모한다.전북119대상 공적심사위원회(위원장 백성일)은 25일 전북일보사에서 수상자 선정을 위한 위원회를 열고 제정 첫 분야별 대상 수상자 5명을 선정했다.본상 화재진압 분야 대상은 군산소방서 장진실 소방장(33)이 선정됐다.구조분야에는 전주덕진소방서 고영서 소방장(45)이, 구급분야에는 전주완산소방서 김자영 소방교(36), 의용소방대 분야에서는 군산소방서 이종복 의용소방대장(57)이 각각 선정돼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민간이나 다른 공직에서 소방업무 발전에 기여한 이들을 위해 마련된 특별상 수상자는 전주시의회 이미숙 의원(57)이 선정됐다.전북119대상 각 분야 대상 수상자들에게는 상패와 순금메달이 주어지며, 특별상은 상패와 150만원이 수여된다.시상식은 다음달 1일 오후 3시 전주 르윈호텔 1층 백제홀에서 열린다.

  • 보건·의료
  • 백세종
  • 2017.10.26 23:02

교육청 '몽니'에 574억 독촉받는 도청

교육부와 전북교육청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집행을 둘러싼 갈등이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되면서 애먼 전북도가 보육료 지급 체납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특히 교육부와 전북교육청의 분쟁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전북도로 이관돼 국비로 부담해야 할 부분을 도민 세금으로 메꿔야 할 전망이다.이런 가운데 지난 24일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전북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김승환 교육감이 교부금으로 2016년분 보육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혀 실행 여부가 주목된다.25일 전북도에 따르면 전북교육청은 전북도의회가 2016년 결산추경에 직권으로 편성한 누리예산 749억 원을 집행하지 않았다.이에 교육부는 2017년 교육청에 내려보낸 교육재정교부금 가운데 2016년 누리예산 미사용분(749억)을 삭감하고, 삭감액을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에 나눠 배분했다.이에 대해 도내 어린이집들이 일제히 반발하면서 집단행동에 나서 보육대란이 일었고, 전북도는 울며 겨자먹기로 학부모들이 먼저 카드로 결제하는 보육료(574억)를 제외한 어린이집 운영비 175억 원을 대납했다.그러나 전북교육청은 보육예산은 전액 국비로 이뤄져야 한다며 끝까지 예산 편성을 미뤘고, 교육부 역시 전북교육청이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한 삭감된 예산은 내려보낼 수 없다고 맞섰다.결국 보육예산을 총 관리하는 사회보장정보원은 전북도가 이미 대납한 175억을 제외한 574억에 대한 체납 독촉장을 도에 보내며 압박하고 있다.교육부와 전북교육청의 갈등이 풀리지 않는 한 체납된 574억 원은 전북도가 껴안아야 할 실정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에게 전가된다.더욱이 올 해 안에 누리예산 편성이 이뤄지지 않으면 교육부가 이 예산을 내려줄 근거조차 사라지게 된다.이와 관련 전북도는 전북교육청과 교육부에 각각 예산 편성과 배정을 수십 차례 요청해 왔으며, 이에 대해 교육부는 전북교육청이 예산을 편성하면 17개 광역자치단체에 나눠 배분한 전북 몫 삭감 예산을 회수해 배정해주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그러나 전북교육청은 보육예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되기 전까지는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이에대해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정읍고창)은 지난 24일 열린 전북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전북만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최종 편성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올해 보통교부금에서 749억 원을 교부받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이에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교부금으로 2016년분 보육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답해 누리예산 미편성분 해결의 실마리가 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전북도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2018년부터는 보육료 전액이 국비로 지원돼 갈등의 문제가 모두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2016년분 미납금액은 전북교육청이 예산을 편성하고 교육부가 이를 집행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정치일반
  • 이강모
  • 2017.10.26 23:02

[촛불 1년 (상) 어떤 일 있었나] 열일곱번 타오른 불꽃 '적폐청산' 문을 열다

지난해 10월 28일부터 올해 3월까지 전북에서는 17번의 촛불이 타올랐다. 15만 여 도민이 광장을 메운 사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와 정권 교체가 있었다. 오는 28일 전주 충경로 차 없는 거리에서는 촛불 1주년을 기념하는 사진전 등이 열린다. 시민들이 광장에서 키운 촛불 1년을 맞아 촛불이 가져온 변화와 바람 등을 세차례로 나눠 게재한다.△2016년 10월의 마지막 주지난해 10월 27일 오전 11시 전북도청 앞에서 도내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박근혜정권퇴진 전북비상시국회의가 첫 시국선언에 나섰다.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실망과 분노한 비상시국회의는 잇따른 의혹의 도미노 끝에서 최순실 일파에 의한 국기문란의 혼돈을 마주했다며 대통령 사퇴와 새누리당 해체를 요구했다.도내 대학생도 참여했다. 10월 28일 오전 전북대 총학생회가 교내 이세종 열사 추모비 앞에서 시국선언문을 통해 오늘 대한민국의 부끄러움은 왜 우리의 몫인가라며 개탄했다.이날 오후 6시 30분 전주 풍남문광장에 첫 촛불이 타올랐다. 책가방을 멘 고등학생 등 시민 400여 명이 모여 최순실 나와라, 박근혜 나가라고 외쳤다.이날부터 올해 3월 10일까지 4개월간 모두 17차례의 촛불 집회가 열렸으며, 도민 15만 여 명이 거리에 나왔다.△ 국회 정치에서 생활 정치로도민의 생활 정치가 돋보였다. 1987년 6월 항쟁의 버스 경적 시위가 전주에서 재연됐다. 지난해 10월 29일 오후 4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주 시내버스 300대는 유리창에 박근혜 퇴진 손팻말을 부착하고 경적을 3분간 울렸다. 갑작스러운 시내버스의 경적에도 시민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손을 흔드는 모습이 인터넷에 공개돼 전국을 달궜다.지난해 12월 익산의 한 고등학교 1학년 기말고사에서 최순실 게이트 내용이 한국사 문제로 출제됐다. 다음의 공통적으로 관련된 인물의 이름은?이라는 문제 아래에 이게 나라냐최순실국정교과서탄핵세월호 7시간촛불이라는 보기가 적혔다. 답은 박근혜였다.전주시 고사동 공구거리의 한 상점은 박근혜는 하야하라고 쓰인 현수막을 걸었다. 익산시 어양동의 한 카페는 당당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적힌 현수막을 입구에 뒀다. 도민들은 아파트 베란다와 차량 등을 통해서 울분을 표출했다.전북일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 내려진 지난 3월 10일 촛불이 이겼다는 제목의 호외를 발행했다.△달라진 사회, 이제는 마음의 촛불지난 24일 오후 7시 남부시장 청년몰 청년회관. 전북녹색연합 이세우 대표(전 비상시국회의 공동대표)가 대형 스크린 앞에서 울고 웃기를 반복했다. 그는 지난 겨울, 광장의 촛불을 기록한 영화를 보고 있었다.촛불항쟁 1주년 전북 사업준비위원회는 촛불을 기록한 영화 상영회를 열었다. 이날 민주노총 전북본부 유기만 조직국장(전 비상시국회의 상황실장) 등 전북에서 촛불을 주도했던 10여 명이 모였다.이 대표는 감사하다. 촛불이 있었기에 우리의 삶이 조금이나마 달라질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그러면서 우선 정권이 바뀌었는데, 무엇보다 차가운 바다에서 세월호를 인양했다. 또 518 민주화운동이 정부 첫 공식 행사로 열렸으며 임을 위한 행진곡도 제창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이젠 다르다. 썩은 나무가 아니라 병든 숲을 봐야 한다. 유 조직국장은 최저시급은 인상됐지만, 많은 사업장은 근로 환경이 여전히 열악하다면서 광장의 촛불은 끝나도 먹고사는 문제를 짊어진 국민들은 여전의 마음의 촛불을 들고 산다고 강조했다.

  • 사회일반
  • 남승현
  • 2017.10.26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