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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위기의 건설업] 초유의 난국, 잔치는 끝났다

- 건설물량 상승곡선 지난해부터 급강하- 일감부족, 업체 존립기반 위협할 수준- 체감경기 더욱 악화, 1건공사에 4백여개 업체 목매지역 건설업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존립기반이 위태로울 정도로 최악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제조업 분야가 취약한 전라북도 경제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건설업은 특히 고용창출 등 파급효과가 큰 업종이어서 전북경제가 활력을 얻으려면 무엇보다 건설업이 활성화돼야 한다는게 지역 경제계의 한결같은 논리다.양적성장에 들떠 내실을 다지지 못했던 지역 건설업계는 IMF이후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전북을 대표한다는 건설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져 지역 건설시장이 타지업체들의 각축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공공부문 물량감소와 민간부문의 부진도 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도내 건설업계가 처한 대내외적 상황과 실태, 이들이 찾아야 할 활로 등을 다섯차례에 걸쳐 진단해 본다./지난 23일 건설협회 전북도회 임시총회에서 새회장으로 선출된 한기수씨는 회원사를 상대로 한 당선인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건설업은 GDP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지역경제의 중추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건설업계는 사상 초유의 난국을 맞고 있다”. 지역경제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과 업계가 맞고 있는 위기의 일단을 그대로 표현한 대목이다.지역 건설업계가 맞고 있는 숨가뿐 상황은 무엇보다 일감부족으로 인한 수주난에서 출발한다. 반대로 일감을 따내고자 하는 업체는 날로 늘고 있다.건설업은 수주를 핵심으로 하는 산업이다. 일감을 따내야만 업이 영위된다. 수익과 부가가치 창출여부를 떠나 업계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사물량이 확보돼야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IMF 이후 지역 건설업계는 여지껏 체험하지 못한 일감난을 겪으며 극심한 불황의 터널을 걸어가고 있다. 올해의 상황은 더욱 위태로워 보인다. 기반붕괴를 우려하는 불안감도 그 어느때보다 팽배해 있다. 성장가도를 달려온 지역 건설업계는 지난해 유례없는 타격을 입었다. 상승곡선을 이어가던 건설물량이 사상 처음이자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수준으로 급강하했다. IMF 직후인 98년은 전년도에 반영시킨 공공부문 투자예산이 집행돼 직접적인 여파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지난해 일반건설업체를 대상으로 발주된 지역내 공공공사 물량은 모두 7백건, 발주금액은 1조4천8백13억원으로 집계됐다. 98년 8백22건, 3조2천4백5억원에 비해 건수면에서는 14%, 금액면에서는 무려 54% 줄었다. 이들 물량을 지역업체들이 온전히 수주한 것은 물론 아니다. 전국으로 공개되는 대형공사에서 수주력을 발휘하지 못한 탓에 전체 수주금액의 불과 40% 남짓만을 차지했다. 업계 상황은 올들어서도 반전 기미가 없다. 지역 일반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한 공공부문 건설물량의 경우 올들어 5월말까지 6천1백19억원 어치가 발주돼 작년 8천91억원 보다 24.4%나 줄었다. 업계가 최악이라고 여겼던 지난해보다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이에대해 S건설 사장은 “정부와 지자체 재정의 한계로 SOC 증가율이 해마다 낮아지고, 정부가 완공위주의 집중투자를 원칙으로 삼는 바람에 공공부문 물량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면서 “여기에 민간부분 건설경기의 부진이 한데 겹쳐 지역 건설업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의 체감경기는 어떨까. 1천3백50개사에 달하는 지역 전문건설업체 가운데 철콘업종을 보유한 업체는 8백여개사로 전문업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올들어 지금까지 입찰집행된 철콘공사는 지자체 31건, 농업기반공사 49건 등 모두 80건으로 업체수의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공사금액 1억5천∼3억원을 차지하는 철콘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입찰때마다 4백여개 업체가 응찰에 나서고 있지만 낙찰은 결국 1개회사로 돌아간다.N업체 사장은 “상하수도 업종을 갖고 있는 회사만 4백50개사다. 입찰때마다 1만원의 참가수수료를 내야하고 입찰장을 오가는 경비도 만만치 않다. 물량이 많으면 기대심리라도 있기 마련인데 올해 공개입찰로 고작 47건이 발주됐다”고 말했다. 전문 및 일반건설업계를 둘러싼 이같은 사정은 업체의 경영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업계는 일반건설업 토건업종이 손익분기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60억원의 기성실적을 올려야 한다는데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법정 기술자 보유인원 10명과 경력임원 1명, 대표이사 업무 총무 공무 여직원 등 업체 운영을 위한 최소 인원을 20명으로 잡았을 때 60억원의 기성실적이 달성돼야 손익분기점에 맞출 수 있다는 것.그러나 99년 건설협회 전북도회 기성실적 순위 결과 60억 이상의 기성실적을 기록한 업체는 2백40여개 회원사 가운데 50개사에 불과해 업계전반이 처한 경영위기의 현실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 건설·부동산
  • 김현기
  • 2000.06.27 23:02
경제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