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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화백의 미술이야기] 가장 거만한 사내 2- 쿠르베

낭만주의의 거장 들라크루아는 이들을 향해 이 저주받을 리얼리스트여. 너희들은 내가 보는 환상을 보여줄 수 있느냐. 내가 창작세계로 은신한 것은 바로 사물의 실상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내가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는 너희들의 일상이 나에게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도 너희들은 모든 더러움과 빈곤을 나에게 보여 주고 있구나라며 악의에 찬 독설을 퍼부었다. 정작 당사자인 쿠르베는 그렇다면 나에게 날개 달린 천사를 보여주시오. 그러면 그려 보이겠소. 나는 나에게 보이는 것 이외에는 그리지 않겠소라며 철저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반 부르주아적이고 민중공화국인인 그는 시민들의 친구이며 혁명의 지지자였다. 들라크루아에게 보들레르라는 이론적 후원자가 있었다면, 쿠르베에게는 샹플뢰리라는 이론적 지지자가 있었다. 사실주의라는 단어를 맨 처음 사용한 선언에서 다행스럽게도 어리석은 환상이나 자연과의 유희를 하는 범신론자들의 시대는 지났다. 진지하고 확신에 차 있으며, 아이러니하고 야수적인, 그리고 성실하며 시적인 사실주의가 나타났다. 이제부터 비평가들은 사실주의에 찬성이냐 반대냐 하는 것만 결정하면 된다며 사납게 쐐기를 박아 버렸다. 한 시대의 풍운아로 우여곡절을 겪던 쿠르베는 그의 나이 51살 때 예술가 협회의 회장으로 추대되어 나폴레옹 광장에 있는 나폴레옹 기념 원기둥의 제거를 요구하고 시민들의 박수갈채 속에 파괴시켜 버렸다. 세월이 지나 다시 그 책임을 문책 받아 체포, 억류되었다. 더구나 그 원기둥의 재건 비용에 따른 배상금으로 전 재산을 몰수당하자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스위스로 망명하여 쓸쓸하기 짝이 없는 4년여의 생활을 하다가 죽었으며, 그의 시신마저도 42년 후에야 그의 고향인 오르낭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 때까지의 미술사에서 본인의 사인을 가장 크게 했던 만큼 자신감이 넘쳤던 사내, 당시 왕실미술관 총장 뉴우엘케르크 백작에게 각하,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거만한 사나이올시다라고 했던 자신만만했던 쿠르베도 이제는 그를 혐오했던 사람이나 추종했던 사람들과 함께 과거에 머물러 있다. 인생은 그야말로 흘러가는 구름 한 조각이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2.01.05 18:11

[최완규 교수의 '마한이야기'] 유통의 거점 '부안 백산성'2

인류는 생존과 편리한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자연적인 조건을 최대한 이용해 왔을 것으로, 그들이 남겨놓은 유적의 주변 환경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생활의 터전인 집자리는 우선적으로 자연의 재해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충족하는 곳을 선택하여 자리잡고 있다. 또한 죽음의 공간에 해당하는 분묘를 축조하는 데는 기본적으로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자리를 선택하지만, 그 집단들 속에 내재되어 있는 전통이나 사상 등이 반영되는 지리적 선택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 같이 다양한 종류의 유적들은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형성되는 것이 보편적 현상이며, 이를 유적 경관이라 부르고 있다. 따라서 유적 경관은 유적의 성격을 규명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부안 백산성 역시 이러한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 백산성의 주변은 내륙에서 사방으로 통하는 길목에 해당하고, 남북으로는 고부천과 동진강이 감싸고 흘러 서해로 통하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 조건은 유적 경관의 관점에서 보면 내륙과 해안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로서 매우 적합한 위치에 해당한다. 또한 이곳의 수로교통과 관련해서는 『신증동국여지승람』의 부안현 산천조에 주목되는 기사가 보인다. 그 내용을 보면 백산성에서 서해로 나아가는 길목에는 東津이 위치하는데 이를 通津이라고도 하며, 벽골과 눌제의 물이 합쳐져 북으로 흘러 이 나루가 되는데, 현에서 16리에 있다.라 하여 김제 벽골제와 고부의 눌제로 통하는 수로임을 밝혀주고 있다. 특히 동진을 통진이라고 부르고 있었다는 점은 발음에서 유사성도 있지만, 통진이라는 명칭은 사방으로 통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이 곧 유통의 거점으로서 적합한 지역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08년도의 1차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3, 4중의 환호는 정상부의 건조물 유구들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적이나 도적, 혹은 다른 동물들이 정상부까지 접근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시설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정상부에는 보호해야 할 특별한 시설이나 물건이 있었을 것이며, 그것은 바로 유통이나 중앙으로의 운반을 위한 잉여 농산물의 보관처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발굴조사 결과 이곳에서 다량으로 출토된 여러 종류의 곡물류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한편 백산성의 축조 집단이나 그 시기는 유적에서 출토된 토기를 통해서 살필 수 있다. 한반도 서해안 일대의 마한 집자리에서 출토되는 것들과 같은 기종으로서 제작기법이 동일한 자배기나 장란형토기 등은 백산성이 3세기말에서 4세기 전반경에 마한세력에 의해 축조된 유적임을 알려준다. 그런데 백산성의 축조연대는 인근 벽골제나 마한 분구묘 유적인 지사리 고분군과 동시대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료를 통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지금까지 마한유적이 발견되는 일정한 공간적 범위 내에서 이와 같이 다양한 유적이 집중되어 있는 유일한 지역이 바로 동진강유역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동진강유역의 유적경관은 마한 제소국의 당시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으며, 백제시대 지방통치의 중요 거점이었던 중방 고사성(中方 古沙城)이 설치될 수 있는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최완규(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

  • 문화일반
  • 기고
  • 2022.01.04 19:02

전북 원로시인 기록물 영상으로 제작

전북시인협회(회장 김현조)가 원로시인들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사업의 첫 단계를 마쳤다고 4일 밝혔다. 김현조 회장이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 사업은 전라북도 보조금을 일부 받아서 진행했다. 전북시인협회에 따르면, 영상에 담긴 시인들은 전주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모두 전북문단 발전을 위해 젊음을 바쳤다. 이들과 관련한 자료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시인과 원로 시인과의 관계, 사진 등을 통해 찾았다. 특히 조기호 시인과 신석정시인과의 추억, 이운룡 시인과 이철균 시인, 박봉우 시인에 대한 기억은 가치가 높은 자료라는 게 전북시인협회의 설명이다. 전주는 전동희 시인과 조기호 시인, 이운룡 시인, 이소애 시인, 익산은 김문덕 시인과 배순금 시인, 군산은 전재복 시인, 고창은 박종은 시인, 임실은 장태윤 시인, 진안은 허호석 시인, 무주는 전선자 시인 등을 대상으로 자료를 만들었다. 이번에 완료한 영상물은 유튜브와 전북시인협회 알림란인 '시의땅' 카페, 홈페이지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영상물은 내년에도 제작하고, 전북문단사로 쓰여질 예정이다. 김현조 회장은 역사인물과 문화인들에 대한 기억은 도시의 관광상품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문화인을 상품화해 우리 지역을 알리는 데 좋은 자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2.01.04 19:02

마한 역사문화권에 전북 포함, 전북의 마한사 가치 확장 기대

마한 역사문화권에 전북지역이 포함됐다. 그간 영산강 유역 중심의 전남 일대로 진행되던 마한 역사 연구에 전북과 충청, 광주가 포함되면서 보다 활발한 마한 역사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역사문화권정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기존 역사문화권정비법의 마한역사문화권 정의에 따르면 영산강 유역을 중심으로 전남 일대 마한 시대의 유적유물이 분포되어 있는 지역을 의미했다. 마한역사문화권에 범위가 제한적이다 보니 전북에서도 마한 유적이 발견되더라도 제대로 된 지원 및 역사 프로젝트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마한은 역사적으로 전북과 광주, 전남지역 등에 걸쳐 존재했고 전북지역은 기원전 3세기 이전부터 마한 세력의 중심지였다는 고고학과 역사적 자료 등을 근거가 있었으나 법적 근거가 미비해 전북 마한사의 연구 및 발굴, 복원 등이 배제될 우려가 제시되기도 했었다. 이러한 목소리는 비단 전북뿐만 아니라 일부 마한 유적이 발견되는 충청 등에서도 나오던 실정이었다. 이에 이상직 의원 등 정치권에서는 개정안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고 그에 따라 국회에서는 관련 개정안 6건이 발의되기도 했었다. 계속된 필요 목소리에 지난해 12월 초 문화체육관광위는 6건의 법률안을 심사, 위원회 대안 제안으로 관련 개정안 처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31일 마한 역사문화권의 범위를 전북‧충청‧광주지역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역사문화권정비법에 담기게 됐다. 또 이 밖에도 역사문화권 종류에 중원역사문화권과 예맥역사문화권이 추가되기도 했다. 중원역사문화권운 충북, 강원, 경북,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고구려백제신라 시대의 유적유물이 분포되어 있는 지역을 말하며 예맥역사문화권은 강원지역을 중심으로 예맥 시대의 유적 유물이 분포되어 있는 지역을 나타낸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대안 반영으로 통과된 법률안은 전북과 광주, 전남지역에 걸쳐 존재하였던 마한의 역사성과 문화유산 가치를 알리고 지역발전을 이뤄나가는 것에 있어서도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북도는 이번 마한 역사문화권의 전북 포함 외에도 전주를 왕도로 삼아 전북지역 일원에 존재했던 후백제 역사가 특별법에 담기지 못한 만큼 향후 관련 내용이 담길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후백제 역사는 다양한 통치이념과 체제, 문화를 발전시켰으나 과도기적 국가로 인식되면서 역사적 가치규명과 보존 등에 소외됐고 따라서 후백제의 역사적 상징중요성에 걸맞은 위상 정립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 문화일반
  • 엄승현
  • 2022.01.03 19:45

마한 역사문화권에 전북 포함된다

마한 역사문화권에 전북이 포함될 전망이다. 국회 이상직 의원(전주을)이 대표발의한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12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상직 의원은 지난해 11월 2일 마한역사문화권에 전북과 광주를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은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 법안을 대표발의 했다. 전북을 마한역사문화권에 포함시켜 관련 문화유산을 연구ㆍ조사하고 발굴ㆍ복원해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지역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은 2020년 제정 당시 고구려신라백제가야탐라와 함께 역사문화권을 구성하는 마한 문화권을 영산강 유역을 중심으로 전남 일대로만 규정해 실제 고대 마한 중심지였던 전북 지역은 빠져 있었다. 이에 이 의원은 잘못된 역사 인식을 바로잡아 관련 문화유산을 보전ㆍ발전시키고 나아가 지역의 고유 역사문화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지난해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고 관련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었다. 이 의원은 전북을 마한 역사문화권에 포함시키는 것이야말로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고 관련법의 입법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이라며 새해를 앞두고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어 지역의 오랜 숙원을 해결해 드릴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첫 단추가 꿰어진 만큼 마한역사문화권 문화재를 둘러싼 역사문화환경 등 체계적 정비, 문화재 가치확산을 통한 지역 상생발전, 지역 경제발전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더욱 매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이강모
  • 2022.01.02 17:17

전북문화관광재단 김현 본부장 한국 최초 GSTC 이사 지명

국제지속가능관광위원회(Global Sustainable Tourism Council, 이하 GSTC)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전북문화관광재단 김현 관광본부장을 이사로 승인했다. 우리나라에서는 GSTC 이사 지명은 최초다. 이에 따라 김현 본부장은 지명이사로 선정되어 2022년 12월 31일까지 1년간의 임기 동안 GSTC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총 20명)의 구성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GSTC는 전 세계 지속가능관광에 대한 국제적 표준 제공, 지속가능관광 국제기준 심사 및 승인(GSTC-recognized), 국제인증기관 승인(accreditation), 국제지속가능관광 교육, 국제지속가능관광 인증심사관 교육 및 자격심사 등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GSTC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12명의 선출직 이사들과는 달리 6명의 지명이사는 국내외 관광 분야 경험과 전문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사회의 지명을 받아 선발되며, 향후 GSTC 총회 등 개최지 결정, 지속가능관광지 인증사업 등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김현 본부장은 국립공원공단에 입사해 국립공원연구소, 대외협력팀을 거쳐 세계 최대 환경 분야 국제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아시아지역사무소 수석기획관, 경기관광공사 마이스뷰로 단장, 송도국제컨벤션센터 센터장과 한국생태관광협회 이사 등 국내외에서 관광마이스(MICE)와 환경 분야를 모두 섭렵한 전문가로 손꼽힌다. 이번 GSTC 이사회 진출을 계기로 향후 지속가능관광분야에서의 국제교류협력, 국제회의 유치 등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 문화일반
  • 이강모
  • 2022.01.02 17:17

[2022 새해특집 - 동물민속학자에게 듣는 호랑이 이야기] 호랑이, 산신령을 태우고 산천을 호령하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는 호랑이의 해이다. 호랑이해는 갑인(甲寅)․병인(丙寅), 무인(戊寅), 경인(庚寅), 임인(壬寅)의 순으로 육십갑자가 순환한다. 특히 임인년은 호랑이 중에서도 흑호(黑虎), 검은 호랑이에 해당된다. 중국의 용, 인도의 코끼리, 이집트의 사자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동물은 바로 호랑이다. 대한민국은 호랑이 나라로 호랑이는 전통문화 어디에서나 그 모습을 드러낸다. 대부분 산으로 이루어진 우리 한반도는 일찍부터 호랑이가 많이 서식한다 하여 호랑이 나라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우정과 문화 예술이 어우러진 인류의 대제전인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호돌이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수호랑이 당당하게 한국을 대표했다. 잘 발달되고 균형 잡힌 신체 구조, 느리게 움직이다가도 목표물을 향할 때의 빠른 몸놀림, 빼어난 지혜와 늠름한 기품의 호랑이는 산군자(山君子), 산령(山靈), 산신령(山神靈), 산중영웅(山中英雄)으로 불리는 백수의 왕이었다. 호랑이는 재앙을 몰고 오는 포악한 맹수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사악한 잡귀들을 물리칠 수 있는 영물로 인식되기도 한다. 또한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예의바른 동물로 대접받기도 하고, 골탕을 먹일 수 있는 어리석은 동물로 전락되기도 했다. 우리 조상은 이런 호랑이를 좋으면서 싫고, 무서우면서 우러러보았다. 옛날 옛적에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에, 떡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로 시작되는 옛날 이야기 속에는 재미있는 호랑이 이야기가 있다. 힘세고 날래지만 한없이 어리석어 사람에게는 물론 토끼나 여우, 까치 등에게 골탕먹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들이 있다. 반면, 호랑이가 신통력을 지닌 영물로 사람이나 짐승으로 변신도 하면서 미래를 내다볼 줄 알고, 의(義)를 지키고 약자와 효자, 의인(義人)을 도우며 부정함을 멀리하는 신비스런 동물로 등장하는 교훈적인 이야기도 있다. 호랑이가 설화에 있어서는 영웅, 특히 건국시조의 수호자로 등장하고 있다. 견훤이 아직 포대기 속에 싸여 있을 때이다. 그 아버지는 들에서 밭을 갈고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밥을 갖다 주려고 어린 아이를 나무 밑에 놓아 두었더니 호랑이가 와서 젖을 먹였다. 호랑이는 후백제를 건국할 견훤의 인물됨을 미리 알아보는 신령스러운 동물로 묘사되어 있다. 왕건과 이성계 등 건국시조들에게 호랑이의 보호는 보다 적극적으로 작용한다. 호랑이는 효의 수호신 겸 후원자로 이야기 속에 자주 등장한다. 한성에 사는 박씨는 효성이 지극한 사람이었다. 그는 선친을 잃은 뒤부터는 하루도 빠짐없이 선친묘에 참배하였다. 선친 묘로 가는 어느 날 박씨가 재를 넘는데, 호랑이가 나타났다. 박씨가 자신은 선친 묘에 가야한다고 호통을 치자 호랑이가 등에 타라는 시늉을 하였다. 박씨를 태운 호랑이는 선친 묘까지 와서 안전하게 박씨를 내려 주었다. 집으로 올 때도 이와 같이 하여 삼년동안 계속 되었다. 세월이 흘러 박씨가 죽게 되었는데, 그의 묘 앞에 호랑이가 한 마리 죽어 있어 집안사람들이 그 옆에 묻어 주었다. 우는 아이를 달랠 때 할머니는 뭔가 무서운 존재를 들먹인다. 일본 순사가 온다거나 망태 할아범이 온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순사는 일제 강점기 때의 경찰을 일컫는 것이고, 망태 할아범은 망태를 들고서 어린아이를 잡으러 다닌다는 귀신을 일컫는 것이다. 호랑이도 그 무서운 존재 중 하나다. 산골 마을에서 문 밖에 호랑이가 왔다는 말은 일본 순사나 망태 할아범보다도 더 실제적인 공포를 자아낼 수 있다. 그런데 이 호랑이가 겁낼 존재가 있었다. 어느 날 배고픈 호랑이가 인가에 내려와서 사냥감을 찾다가 어린아이가 우는 집에 이르게 된다. 얘야, 울지 마라. 저기 바깥에 호랑이가 왔다! 어떻게 알았지? 내가 왔다는 것을. 순간 호랑이는 긴장하였지만, 바깥에 호랑이가 왔다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울어대는 어린아이에 더욱 긴장하였다. 저 어린애는 백수의 제왕이라는 나를 무서워하지 않는 건가? 그런데 이어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말에 어린아이의 울음은 신기하게도 그만 뚝 그친다. 얘야, 울지 마라. 저기에 곶감이 있구나. 곶감? 곶감이 뭐지? 저 어린애는 나보다 곶감을 더 무서워하는 것인가? 호랑이는 몰랐다. 사람이 울음을 그치는 이유가 무서움이 야기하는 공포감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또한 호랑이는 몰랐다. 인간들만이 간식거리로 먹는 곶감이란 음식물의 존재를. 호랑이는 우는 아이도 울음을 뚝 그치게 만든, 그 무시무시한 곶감이란 것을 피해 산속으로 도망을 칠 수밖에 없다. 살아있는 호랑이가 절대적 힘과 용맹으로 잡귀를 물리치듯 죽어서 호랑이 신체 일부로도 능히 온갖 나쁜 기운을 물리칠 수 있다. 호랑이 가죽, 뼈, 수염, 이빨, 발톱 등이 그것이다. 호랑이는 일상적으로 신체를 지켜주는 호신(護身)의 상징으로 믿어졌다. 정승은 호피를 가지고 있으면 잡귀가 침범하지 못하고 벼슬자리를 길이 보전할 수 있다고 귀하여 여겼다. 호랑이 가죽인 호피는 무척 귀하고 고가였다. 그래서 실물 호피를 사용하기보다는 호피를 그리거나 수놓아서 장식하였다. 호피그림은 범 아니면 표범의 가죽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병풍그림이다. 호렵도가 대개 여덟 장이 연결되어서 한 장면을 이루는 연폭(連幅)형식인데 비해 호피그림을 주로 낱장 형식이다. 신부의 신행 가마 지붕에 호담(虎毯)울 씌우는 풍속은 포담을 호피의 대용품으로 잡귀의 침범을 물리친다는 뜻이다. 호피그림은 장식 효과 뿐 아니라 벽사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전통문화 속에 우리나라 호랑이는 어느 하나에도 사악하고 표독스러운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그래도 위엄 있고, 신령스러우며, 해학적이고 인간미 넘친다. 친근하고 따듯한 이런 표정들이 바로 우리 호랑이며, 여기에는 우리 민족의 모습과 마음, 즉 슬기․의젓함․익살을 담고 있다. /천진기 전 국립전주박물관장

  • 문화일반
  • 기고
  • 2022.01.02 17:17

“호남오페라단의 '2021년 송년 새 희망 콘서트' 송년연주회 성료”

호남오페라단(이사장 노윤수,단장 조장남)은 김자경 오페라단과 서울오페라단에 이어 1986년 대한민국에서 3번째로 창단된 36년의 역사를 지닌 국내의 유서 깊은 민간 오페라단이다. 올해 제8대 노윤수 이사장의 취임과 더불어 앞으로의 무궁무진한 발전이 기대되는 호남오페라단의 2021년 송년 새 희망 콘서트가 지난 28일 오후 7시 한국소리 문화의 전당 연지홀에서 있었다. 코로나 상황에도 백신 인증과 방역수칙을 정확하게 지킨 관객들이 홀을 가득 메웠으며, 출연진으로는 소프라노 조현애, 고은영, 서예은, 메조소프라노 손정아, 테너 이동명, 이재식, 박진철, 김성진, 바리톤 김동식, 박세훈, 조지훈, 베이스 이세영 및 피아니스트 정혜연, 문세희, 김정은. 그리고 기악 솔리스트로는 군산대학에 재직 중인 피아니스트 김준 교수와, 수년간의 독일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전북출신의 바이올린 문준철이 참여하여 프로그램을 더욱 다양하게 하였다. 여느 오페라단의 송년음악회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바이올린과 피아노 작품이 포함되어 있어서, 성악곡으로만 계속되는 연주에서 느낄 수 있는 지루함을 획기적인 프로그램 구성으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켰으며. 특히 첫 순서였던 바이올린 독주곡 카르멘의 주요 테마와 장면들을 기악으로 녹여낸 Waxman 편곡의 <카르멘 환상곡>은 오페라와 연관이 있는 선곡을 통해 관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또한 모든 곡마다 무대 뒤로 출력되는 영상과 가사를 통해, 2시간이 넘는 긴 공연임에도 지루함 없이 공연을 듣고 볼 수 있는 시각적인 효과까지 제공하여 관객들의 만족도를 이끌어냈다. 김주원 작곡가 또한 모든 출연자들이 자신이 가장 잘 연주할 수 있는 곡들로 선곡하여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였고, 특히 성악가들이 오페라 아리아를 부를 때는 마치 그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몰입하면서 연주하여 그 감동이 관객들에게 오롯이 전달되었다. 서양오페라 아리아1곡, 한국가곡 1곡을 균일하게 선택하여, 관객이 다소 어려워 할 수 있는 오페라 중심으로만 치우치지 않도록 배려한 점도 인상 깊었다. 또한 호남 오페라단 주역가수들로 구성되어 활동중인 뮈토스 챔버 싱어즈는 다양한 중창곡들로 연주했는데, 오페라 애호가 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까지 이해하기 쉬운 뮤지컬, 팝송 등 다양한 선곡들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2시간이 넘는 다소 긴 연주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첫 곡부터 마지막곡이 연주 될 때까지 관객들이 무대 위의 연주자와 공감을 이루었고,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즐기면서 연주를 관람할 수 있었다. 오늘 연주는 연주자 개개인의 기량이 뛰어났던 연주회이기도 했지만, 프로그램 구성이나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 섬세함이 묻어난 호남오페라단만의 기획력이 돋보이는 연주회 였으며.호남 오페라단의 송년 콘서트를 처음으로 관람했던 전북출신의 오페라 작곡가인 필자가 관객으로 관람한 송년 새 희망 콘서트는, 호남오페라단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2022년 임인년을 기대하게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김주원작곡가

  • 문화일반
  • 기고
  • 2021.12.30 19:15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의 전통문화바라보기] 추억 속으로

지난 과거를 돌아볼 때 그 연관된 기억이 또렷이 생각나거나 느낌이 들면 그 기억은 분명 좋은 추억이거나 혹은 아주 나쁜 기억이라 생각하지만, 꼭 그렇다고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1988'이란 드라마의 장소인 쌍문동은 개인적으로 추억이 묻어있는 장소이다. 초등학교 시절인 것 같다. 그 시절은 88년 하고도 10년을 뒤로 한 1978년. 좁은 골목길에 시멘트로 만든 쓰레기통, 그 옆에 자욱이 쌓인 연탄재. 오손도손 골목 친구들과 그 작은 골목길을 자전거로 누비던 추억 하나. 적막한 집안이 싫어 골목 구석구석 헛돌던 추억 둘. '600만불 사나이'처럼 되고 싶어 옥상에서 떨어져 다쳤던 추억 셋. 쌍문동 친구들과 수유리 친구들과 편을 먹고 싸웠던 추억 넷. 미아리 넘어 수유리 세일극장, 대지극장에 몰래 영화 보러 가다 선생님께 잡혔던 추억 다섯 등 추억을 먹고 사는 것이 그리 좋은 현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필자에게는 그러한 아련한 추억들이 감사하다. 드라마를 보면 작은 혼돈이 생기기도 한다. 1988년과 1978년이 매우 흡사하다는 느낌. 78년과 88년은 그리 먼 시간이 아니었나? 그 당시에는 가요보다 중고등학생들은 팝송을 더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김광한, 김기덕, 이종환 어릴 적 우상인 유명 DJ 목소리 속으로 빠져들던 그 시절 아련한 추억. 드라마에 나온 가요는 아마도 그 시절을 대변하는 드라마상의 촉매 역할인 듯하다. 그 시절 그곳에 살던 우리의 시대는 그랬다. 적어도 78년부터 88년까지 쌍문동에는 작고 아름다운 공간이 존재했었고 사람의 향기가 있었다. 온 세상이 석유파동으로 모두가 힘겨웠던 시절, 큰 물통을 들고 긴 줄을 새벽부터 서서 귀하디귀한 기름을 샀던 기억. 나라님의 서거로 대성통곡을 하는 할머니와 아줌마 사이에서 이유도 모른 채 함께 슬퍼했던 기억. 높디높던 삼양동 고개 꼭대기에 자주 올라갔던 기억. 북한에서 넘어온 전단지傳單紙를 주워 파출소에 뛰어가 학용품과 바꾸며 기뻐했던 기억. 할머니께서 주신 김에 식용유 바르고 소금 뿌리고 연탄불에 굽던 기억. 연탄불 꺼트렸다고 어머니에게 혼났던 기억. 그런 애물단지 연탄에서 나온 가스를 마시고 머리 아팠던 기억. 기억들. 아련하고 소중한 기억, 추억들. 그렇게 세월은 가고 그렇게 나이를 먹는다. 그리곤 추억하며 위안을 받고 행복해하며 후회를 감춘다. 그래도 그 시절엔 순수한 시절이었다고 스스로 마음을 위로하며 또 다른 시간을 맞이한다. 다사다난한 2021년 한 해가 지고 있다. 마음 한구석에는 후환後患과 아쉬움을 남긴 체 또 다른 2022년을 향해 가고 있다. 오랜 시간, 우리는 감사함을 잊고 사는 것 같다. 내 가족에게 고맙고, 내 친구가 고마우며, 내 이웃이 감사하고, 내 직장 동료들이 감사하다. 새로운 해가 다시 뜰 때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숨 쉴 수 있음에 감사하자. 감사하며 인사할 수 있는 상대가 있어 감사하고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허락한 신神이 계셔 감사하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12.30 19:15

[2021 전북문화계 결산] 3. 논란과 과제

올해 전북문화계 학술‧문화계는 많은 논쟁점과 과제를 남겼다. 남원 유곡리‧두락리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신청서는 지난 3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프랑스)의 완성도 검사를 통과했지만, 등재의 타당성 여부를 두고 지역 사회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독자가야세력의 존재를 설명하는 유적과 문헌사료도 검증의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전북 임진왜란사의 중요 전적지인 웅치전적지에 대한 국가사적 승격 지정도 문화재청에 신청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반갑지 않은 소식도 있었다. 전북도 출연기관인 전북문화관광재단은 갑질‧위증 논란이 일어 올해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전북 가야는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집권 후 가야사 복원사업이 정책과제에 포함되고, 발굴이 활성화되면서 힘을 얻었다. 전북도에 따르면, 올해까지 독자 가야세력의 존재를 설명하는 유적인 봉화제철고분 등 유적도 800여개가 조사발굴됐다. 이를 토대로 전북도, 남원시, 장수군은 남원 유곡리두락리 가야 고분군을 세계유산에 등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남원시 가야역사 바로세우기 시민연대 등 지역시민사회 단체는 등재를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북도와 남원시 등 자치단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서류를 제출할 때, 무덤을 조성한 정치세력을 <일본서기>에 나온 기문으로 명시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문은 임나일본부설(왜가 369년 가야를 점령한 뒤 임나일본부를 설치하고 562년까지 통치했다는 설)에 활용되는 <일본서기>에 나온 국명이라며 일단 등재를 철회하거나 용어를 삭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국고대사학계는 검증절차를 더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학계는 발굴된 봉화의 조성시기, 제철의 입지, 문헌사료 해석문제를 두고 이견을 제기하고 있다. 봉화와 제철유적의 조성연대가 불분명해 가야가 구축한 것인지 분명치 않고, 문헌사료인 양직공도(梁職貢圖)와 일본서기(日本書紀)가 전북 독자 가야 세력설을 뒷받침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물유적에 대한 검증이 지금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논리보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도는 전라북도 기념물 제25호인 웅치전적지에 대한 국가사적 승격 지정을 문화재청에 신청했다. 현지 실사와 심의, 지정 고시 등의 절차를 거친 뒤, 6개월~1년 후에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웅치전투의 역사적 가치와 위상을 재확인받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웅치전투는 임진왜란 초기인 1592년 전주시와 진안군의 경계가 되는 웅치 일대에서 전주로 침공하려는 일본군과 전라도 관군의병 사이에 벌어진 전투이다. 곡창인 전라도를 지켜 낸 가장 중요한 전투로 평가받는다. 웅치전투를 보여주는 기록으로는 <난중잡록>, <선조실록>, <포저집>, <국조보감>, <징비록>, <백사선생별집> 등 다수가 전해진다. 웅치전투의 현장인 웅치전적지는 완주군 소양면 신촌리 일대와 진안군 부귀면 세동리 일대에 해당한다. 도 산하기관인 전북문화관광재단은 올해 운영과정의 난맥상을 드러냈다. 도의회 문화건설안전위원회(위원장 이정린)가 지난 달 실시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전북문화관광재단은 임직원의 행동강령 위반과 겸직 위반, 내부 갈등 등의 문제로 뭇매를 맞았다. 특히 재단 본부장이 한 발언은 위증논란까지 제기됐다. 당시 한완수 도의원(임실)은 A본부장을 상대로 부산에 거짓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A본부장은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도의회의 확인결과, A본부장은 다른 행사에서 강연을 했고, 강의료까지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결국 이 본부장은 사직했다. 앞서 3월에는 갑질 논란까지 제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지역문화진흥원이 주관한 문화가 있는 날 청춘마이크 사업에 지역 음악예술인 단체인 (사) 아이엠이 선정되자, 문제를 제기하는 공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재단 측은 "아이엠 측 2차 프리젠테이션 발표자가 내부 인력이 아닌 전문 MC여서 공모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아이엠 대표가 타 업체에 참여한 실적을 아이엠 실적으로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지역 예술계는 "재단이 정부 공모 사업에 탈락하자 경쟁 상대인 민간 단체를 힘으로 눌러 결과를 뒤집으려 했다"고 반발했다. <끝>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12.30 19:15

"남원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원점 재검토하라"

남원시 가야역사 바로세우기 시민연대(이하 남원가야 시민연대)가 남원 유곡리‧두락리 고분군 세계유산등재과정 대해 공론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원가야 시민연대는 29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야고분군 세계문화유산 신청과 관련한 공문 서류 한 장도 공개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와 문화재청, 가야고분군 등재추진단과 7개 자치단체, 전북도‧경북도‧경남도 세 곳을 향해 엄중 경고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남원가야 시민연대는 "이미 올해 8월부터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남원가야고분군 국책사업의 문제점이 전국언론에 보도됐다"며 "11월 남원임실순창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이용호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박정 의원이 12월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등재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볼 때 국익을 해치는 사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송하진 지사가 위원장으로 있는 가야고분군 세계문화유산 등재추진단은 시감사나 도감사, 국정감사도 피해가는 무소불위의 한시적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 또 남원가야고분군 완성도 통과 신청서 건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 이후에도 자체 내 위원회에서 회의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소통의 부재도 꼬집었다. 남원가야 시민연대는 "전북도가 주최하고 군산대 가야문화연구소가 주관한 학술대회는 행사장 출입을 제한했고, 시민의 자료집 요구도 여분이 없다고 거절했다"며 "추운 겨울 전주박물관 밖에서 6시간을 기다린 시민들이 학술행사를 마치고 나오는 발제자 곽장근 교수에게 공개 질문하려는 상황도 제지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표자이며 연구책임자인 당사자에게 질문하려는 시민의 권리를 가로막고, 당사자도 아닌 제3자들이 개입하고 물리력을 행사하는 행위는 심각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남원가야시민연대는 "5000만원을 연 학술행사는 전북도민을 기망하는 학술대회로 추락했다"며 "전북도민의 혈세가 사용된 내역을 자세히 공개한 뒤, 모든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론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서기>에 나온 기문국 명칭을 삭제하지 않는 이유를 남원시민에게 해명한 뒤, 원점부터 재검토해서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해야 한다"며 "세계문화유산 신청은 매년 제출, 철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12.29 19:19

전북미술협회 회장 백승관 후보 당선

백승관 씨 전북미술협회 제20대 회장 선거관리위원회는 백승관(54) 후보가 회장으로 사실상 당선됐다고 27일 밝혔다. 백 당선인은 당초 회장 선거일인 내년 1월 8일에 당선 증을 교부받고 3년 임기에 들어가게 된다. 이날 선거관리위원회는 최미남 후보가 사퇴함에 따라 단일후보로 선거 없이 백 후보 선출을 결정하고 최 후보의 사퇴를 전북미협 회원에게 알렸다. 미협관계자는 이날 28일 전북일보와 통화에서 "최 후보가 사퇴하면서 백 후보가 자동적으로 회장으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앞서 전북미협 회장 선거는 전북지역 미술협회 회면 1300여명이 직접선거를 통해 회장을 선출하는 절차를 거렸으며 지난 20일 후보 등록이 마감됐다. 또 사단법인 전북미술협회를 만들어 문체부 공모사업 등 사업권을 확보하고 회원들의 일자리 창출과 재원을 마련하며 국제아트페어 추진단을 신설해 전북국제아트페어를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도내 기업 및 상공인, 유관기관과 협력해 메세나 후원회를 설립하고 작품판매, 작품대여, 행사 후원 등 지속적인 지원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다. 아울러서 전북미술인센터 건립, 회원작품 판매 사이트 운영, 전북미술협회 신물발행 등을 추진해 전북미술협회를 새롭게 만들겠다는 다짐이다. /김세희 기자, 박현우 인턴기자

  • 문화일반
  • 김세희·박현우
  • 2021.12.28 19:31

[2021 전북문화계 결산] 2. 인물‧문화시설

올해 전북문화계 중 인물문화시설 분야는 반가운 소식들이 많았다. 송재영‧장문영 명창이 전북도 무형무화재로 동시에 인정을 받았다. 판소리의 역사와 전통을 보존계승할 전주대사습청도 공식 개관했다. 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는 제59회 대한민국연극인축제 in 서울&제14회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송재영(61) 이사장과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 장문희(45여) 수석단원이 이일주(85여)가 지난 5월 명창의 뒤를 이을 공식 후계자로 인정을 받았다. 전북도는 지난 5월 7일 무형문화재위원회에서 이같이 확정한 사항을 도보에 고시했다. 도보에 따르면, 송 이사장과 장 단원 모두 보유자 인정 1단계2단계심사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1단계 심사는 전승 활동 실적, 전승 기량, 대상자 평판, 건강 상태, 전승 기여도, 2단계는 심사 실기 능력, 교수 능력, 시설장비 수준, 전승 의지 등을 평가했다. 그러나 국악계에서는 한 문파에서 후계자 2명이 나온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이에 도는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공정하게 심사했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2년 전 법령이 바뀐 이후 중복지정이 가능해졌다며 태평무,승무 등에서 무형문화재로 여러 명이 지정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도 차원에서 중복 지정된 사례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한 문파에서 후계자 2명이 나온 사례를 두고는 자치단체는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서 심사를 한다며관련법이 개정 후 2018년부터 한 문파에서 여러 명씩 보유자가 나오는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태평무 같은 경우 한 스승의 밑에서 4명의 보유자를 지정했고, 이매방 선생 문하에서는 승무 2명, 살풀이 2명의 보유자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도는 지난 4월 이옥희(이일주씨 본명) 바디 판소리 심청가 전북도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송 이사장과 장 단원을 지정(인정) 예고했다. 바디는 판소리에서 명창이 스승에게 전수받은 다듬은 판소리 한바탕 전부를 의미했다. 전주대사습놀이의 역사와 전통을 보존계승할 전주대사습청이 공식 개관했다. 전주시는 지난 11월 25일 전주대사습청에서 김승수 전주시장과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송재영 사단법인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주대사습청 개관식을 개최했다. 이날 개관식에서는 전주대사습청 건립 경과보고와 현판식 등이 진행됐으며, △지전춤(김덕숙) △가야금병창(강정열) △판소리(김나영) △경기민요(이호연 외 4명) △북춤(채향순) 등 축하공연도 마련됐다. 전주대사습청은 기존 전주소리문화관 부지(1315㎡)에 건물 면적 486㎡ 규모의 지상 1층 건물로 건립돼 △대청마루 △소리마당(150명 이상 수용) △오정숙 전시관 △연습실(4개) △연못정자(관광객 쉼터) 등을 갖췄다. 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가 지난 25일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열린 제59회 대한민국연극인축제 in 서울&제14회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 2021 베스트작품상, 자랑스러운 연극인상(단체-개인 부문), 감사패, 젊은 연극인상 등 대거 수상했다. 2021 베스트작품상으로 선정된 극단 자루의 <고도리 장미슈퍼>는 도심을 떠나 낯선 마을 고도리에서 지내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다. 마을 사람들이 수상하다. 하늘이 반으로 쪼개지는 소리와 벼락이 치고, 마을의 전기까지 끊기고, 폭우로 강물이 불어나 마을 밖과 통하는 유일한 다리가 잠기게 되면서 마을 안에 고립되는 내용이다. 자랑스러운 연극인상 단체 부문에 61년 동안 유구한 연극 여정을 이어온 극단 창작극회가 선정됐다. 지난 1961년 박동화 씨 창단 이래 현재까지 170여 회에 이르는 공연을 통해 연극 여정을 이어오고 있다. 시대적 요구와 예술의 역할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으로 응답하고자 노력하는 단체다. 자랑스러운 연극인상 개인 부문에는 전춘근 씨가 선정돼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1985년부터 지금까지 전주시립극단 상임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극단 까치동 대표를 맡고 있다. <오이디푸스왕>, <트로이의 여인들>, <고목> 등 100여 편의 연극과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호랑이님 나가신다> 등 인형극도 다수 제작하고 연출했다. 감사패는 故 유영규 씨에게 돌아갔다. 그는 1979년 창작극회 대표, 1994년 전북연극협회장, 1996년 월간 전북연극 발간, 지역 소극장 살리기 운동 전개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이 밖에도 <나루터>,<여운>, <꽃신>, <삽 아니면 도끼> 등 다수 작품에서 출연 및 연출을 맡았다. 젊은 연극인상은 유가연 씨가 받았다. 창작극회 단원이자 교육연극창작연구소 씨앗의 대표다. 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 특별상, 한국연극협회 전북연기상과 엘림연극상, 전북연극제 우수연기상 등을 수상했다. /김세희 기자, 박현우 인턴기자

  • 문화일반
  • 김세희·박현우
  • 2021.12.28 19:31

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 대한민국연극인축제-연극대상서 대거 수상

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가 지난 25일에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열린 제59회 대한민국연극인축제 in 서울&제14회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 2021 베스트작품상, 자랑스러운 연극인상(단체-개인 부문), 감사패, 젊은 연극인상 등 대거 수상했다. 2021 베스트작품상으로 선정된 극단 자루의 <고도리 장미슈퍼>는 도심을 떠나 낯선 마을 고도리에서 지내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다. 마을 사람들이 수상하다. 하늘이 반으로 쪼개지는 소리와 벼락이 치고, 마을의 전기까지 끊기고, 폭우로 강물이 불어나 마을 밖과 통하는 유일한 다리가 잠기게 되면서 마을 안에 고립되는 내용이다. 자랑스러운 연극인상 단체 부문에 61년 동안 유구한 연극 여정을 이어온 극단 창작극회가 선정됐다. 지난 1961년 박동화 씨 창단 이래 현재까지 170여 회에 이르는 공연을 통해 연극 여정을 이어오고 있다. 시대적 요구와 예술의 역할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으로 응답하고자 노력하는 단체다. 자랑스러운 연극인상 개인 부문에는 전춘근 씨가 선정돼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1985년부터 지금까지 전주시립극단 상임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극단 까치동 대표를 맡고 있다. <오이디푸스왕>, <트로이의 여인들>, <고목> 등 100여 편의 연극과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호랑이님 나가신다> 등 인형극도 다수 제작하고 연출했다. 감사패는 故 유영규 씨에게 돌아갔다. 그는 1979년 창작극회 대표, 1994년 전북연극협회장, 1996년 월간 전북연극 발간, 지역 소극장 살리기 운동 전개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이 밖에도 <나루터>,<여운>, <꽃신>, <삽 아니면 도끼> 등 다수 작품에서 출연 및 연출을 맡았다. 젊은 연극인상은 유가연 씨가 받았다. 창작극회 단원이자 교육연극창작연구소 씨앗의 대표다. 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 특별상, 한국연극협회 전북연기상과 엘림연극상, 전북연극제 우수연기상 등을 수상했다. 한편 본 행사는 한국연극협회가 공연예술의 모태가 되는 연극의 저변 확대를 위해 매년 말 치러지는 연극계 행사 중 하나다. 한 해 동안 공연된 연극 중 우수한 작품을 선정하여 예술가를 독려하고 연극계의 새로운 출발을 다지는 화합의 장을 마련하는 등 연극의 진흥 발전에 기여하고자 진행되고 있다. /박현우 인턴기자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21.12.28 19:31

[이승우 화백의 미술이야기] 가장 거만한 사내1-쿠르베

여기에 빛바래고 낡아 뜯겨진 달력이 하나 있다고 하자. 어떻게 그릴 것인가. 아니 그보다 먼저 어떻게 볼 것인가. 가슴 벅찬 나의 청춘을 잔혹하게 지워버린 세월의 무상함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감정의 증폭없이 보이는 그대로 그릴 것인가. 저 앞에 벌거 벗은여인을 인간이 발견한 최고의 아름다움으로만 볼 것인가? 누구를 위해서? 아니면 생긴 그대로 허리에, 턱밑에 세월의 찌꺼기처럼 올라붙은 삼겹의 군살을 그냥 그대로 객관적 눈으로 볼 것인가. 학자처럼 사유하는 눈으로 볼 것인가. 이도 아니면 일반대중의 현실적인 평범한 눈으로 볼 것인가. 한 시대, 한 공간의 한 가지 사물을 어떻게 보고 무엇을 느끼느냐에 따라 결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일 것이다. 부르주아는 봉건제도를 파괴시키고 다시 프롤레타리아에 의해서 도전을 받는다 했다던가? 프랑스 대혁명 이후 새로운 세상으로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전개되면서 미술인들 일각에서도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민주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사회적으로 상류사회를 형성했던 사람들이나, 귀족적 취미를 지향하는 획일성이나 공식적 상황의 추종에 빠져버린 아카데미즘은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한 시민계급에 의하여 그 논리적 가치를 도전받게 되었다. 이제 이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미술 양식은 우아하고 세련된 것이 아니라 충동적이고 통속적인 현실의 반영했을 것이며, 간접적인 우회가 아니라 실용적 결과를 중요시 하는 것이었다. 이런 일련의 사상들이 동조를 얻고 집단을 형성하게 된다. 쿠르베(Gustave Courbet 1819-1877)의 작품 전시가 계기가 되어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사실주의(Realism)가 바로 그것이다. 그가 '돌 깨는 사람들'이라는 작품을 제작했을 때의 일이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이상이나 상상에 의한 것이 아니고, 일상의 평범한 생활 단면을, 그나마 선택받지 못했던 사람들을 그린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들에게 이 사람아, 그것은 내가 꾸며낸 것이 아니야. 내가 늘 산책할 때 그 불쌍한 사람들을 본다네. 그 상태에서 그 사람들의 인생이 시작되고 또 그렇게 인생이 끝난다네. 농부들은 내가 이 그림을 많이 그리는 것으로 아는데 그 이상의 그림을 어떻게 그리겠는가? 라고 한 말은 그대로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사실주의적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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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27 19:24

[2021 전북문화계 결산] 1.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세계소리축제

올해 전북 문화계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19를 피해갈 수 없었다.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19로 각종 공연과 행사에 제약이 따르면서 예술계에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예술계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 지침을 철저하게 따르면서 객석 거리두기로 공연을 진행했다. 공연장을 찾지 못하는 도민을 위해서는 촬영한 영상을 각 단체 홈페이지나 유튜브에 올려서 제공했다. 이런 노력덕분에 전주국제영화제와 전주세계소리축제 등 대규모 행사를 무난하게 치를 수 있었다. 고무적인 소식도 있었다. 특히 문화제 분야에서 성과가 돋보였다. 남원‧두락리 고분군에 대해서는 세계유산등재신청서가 지난 3월 세계유산센터(프랑스 파리) 완성도 검사를 통과했다. 유산 등재는 내년 6월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다만 일본서기에 나온 기문 국명을 등재신청서에 기술한 뒤, 시민단체로부터 식민사관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검토해야 할 과제다. 전북 임진왜란사의 중요 전적지인 웅치전적지에 대한 국가사적 승격 지정도 문화재청에 신청했다. 다사다난했던 올해 전북 문화계를 돌아본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와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코로나19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무난하게 치를 수 있었다. 각 공연장에서는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현장 공연을 진행했고, 공연장에 오지 못한 도민을 위해서는 영상을 제공했다. 고무적인 성과도 있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던 영화 다수가 제42회 청룡영화상을 받았으며, 실내 공연을 중심으로 예술제로 전환을 시도한 전주세계소리축제도 호평을 받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치러진 전주국제영화제는 양적질적으로 성장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세계 48개국에서 나온 194편(해외 109편한국 85편) 영화가 관객과 만났으며, 관객 수는 오프라인 관객 1만410명, 온라인 관객 9180명으로 총 1만9590명으로 집계됐다.(지난 5월 8일 폐막일 기준) 매진율도 93%를 기록,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상영관 전체의 3분의 1만 개방한 좌석을 두고 매일 예매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부대행사도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올해 처음 시작한 지역 밀착프로그램 골목상영과 J비전상 등을 두고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5일 동안 6회에 걸쳐 영화의 거리, 동문예술거리, 남부시장 하늘정원에서 영화 5편을 상영하는 골목상영은 궂은 날씨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준 관객들이 많았다. 다만 폐막 이틀 전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은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상영관 좌석 30% 입석 허용, 방영 후 10분 뒤 입장 불가 등 방역수칙을 강화했지만, 관객 1명과 자원봉사자 1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로 인해 폐막 결산행사 등 일부 행사가 취소되고, 폐막식은 축소 진행됐다. 한편 전주국제영화제에 상영된 영화 다수가 제42회 청룡영화상에서 수상하는 성과도 거뒀다. 영화상 18개 부문 가운데 여우주연상('세자매' 문소리 배우), 여우조연상('세자매' 문소리 배우), 신인남우상('낫아웃' 정재광 배우), 신인여우상('혼자사는 사람들' 공승연 배우), 단편영화상('오토바이와 햄버거') 5개 부문을 석권했다. 청룡영화상 시상식은 지난 11월 26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전주세계소리축제(이하 소리축제)는 실내 공연 중심으로 26개의 작품성 있는 공연들을 중점배치, 예술제로의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예술제로서의 실험적 과도기, 안전과 방역을 최우선으로 둔 목표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통의 원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깊고 충실해졌으며, 콜라보나 변형을 통한 전통의 확장은 과감하고 다채로워졌다. 특히 아르헨티나에서 온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은 아쟁의 김영길 명인과 협연을 통해 새로운 레퍼토리를 탄생시켰다. 또 전통연희 품바에 현대적인 사운드와 무용을 입힌 다크니스 품바, 국악기와 민요를 적극 도입해 새로운 안무를 짠 국립현대무용단 등은 새로운 팬덤을 형성했다. 대중공연인 강허달림, 전주를 만나다와 선우정아도 가야금과 대금, 해금 등 지역 전통음악가들과의 협업으로 소리축제의 색깔을 입히는데 동참했다. 온라인 관람 문화도 정착시켰다. 올 소리축제는 객석의 30%만 열고, 온라인 생중계를 병행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위드 코로나시대에 대비, 온오프라인의 적절한 병행, 관전 포인트 개발 등에서 차별화를 꾀하는데 여력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박재천 집행위원장은 내년에는 예술성과 축제성, 온라인과 오프라인, 디지털과 아날로그 등 지난해부터 고민해 온 여러 이슈들을 하나로 모아 새로운 변화를 현실화하는 첫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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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세희
  • 2021.12.27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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