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얼 태권도, 세계속의 태권도원] 2부 세계속의 태권도-④전북출신이 위상 드높여
알제리, 미국, 벨기에,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브라질, 프랑스, 영국, 호주.브라질에서 열린 2014년 월드컵에 출전했던 나라들이 아니다. 지난 7월 무주 태권도원 태권도경기장 천장에 나부꼈던 태권도문화엑스포 참가국들의 국기다. 이들 나라 이외에도 카자흐스탄, 홍콩, 파키스탄, 태국, 말레이시아, 코트디부아르, 필리핀, 캐나다, 중국, 네팔 인도, 뉴칼레도니아, 이집트, 핀란드, 마카오 등 20여개 나라의 국기가 행사장을 장식했다. 태권도는 이제 우리나라를 넘어서 전 세계가 즐기는 운동이 됐다.태권도가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번창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올림픽 정식 종목화이다. 태권도는 88 서울 올림픽과 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시범종목에 이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이 과정이 쉽진 않았다. IOC 프로그램위원회 위원들이 태권도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데다 북한계 태권도인 국제태권도연맹(ITF)과 일본 가라데의 지속적인 반대공작도 있었다.정식종목 채택을 위해서는 먼저 프로그램위원회를 통과해야 했는데, 프로그램위원회는 전체 21명의 위원중 11명 이상의 동의를 한다. 그런데 태권도는 93년 열린 프로그램위원회에서 찬성 9, 반대 11로 1차 실패를 맞봤다. 따라서 시간이 촉박했다. 올림픽 규정에 의하면 정식종목은 올림픽 개최 6년전까지 결정돼야 한다. 따라서 태권도가 2000년 정식종목이 되기 위해서는 늦어도 94년 파리총회에서는 통과돼야 했다.이런 상황에서 당시 IOC 부위원장이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를 맞고 있던 김운용씨는 미국에 있는 정읍 출신의 박연희박연환 형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형인 박연희 사범이 경기준비위원장, 동생인 박연환 사범이 부준비위원장을 맡아 93년 9월 미국 뉴욕의 메디슨 스케어가든에서 세계선수권대회를 개최하게 된다.메디슨 스퀘어가든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뉴욕의 대표적인 명소다. 엘비스 프레슬리나 마돈나의 공연이 열린 곳이고, 클린턴과 고어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 경쟁을 벌인 곳이기도 한다. 경기장 노조가 매우 강력해서 대관때 까다로운 규칙을 모두 따라야 하고, 의자나 시설물 하나라도 옮기려면 돈을 내야 했다. 어지간한 단체들은 이 곳에서 대회를 개최할 엄두도 못내는 곳이다.이런 곳에서 동양무술로는 처음으로 대회가 열리다보니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게다가 ABC 뉴스 스포츠에서도 1시간 동안 태권도 대회를 방영했는데, 시청률이 상상을 초월했다. 사실 이 대회를 개최한 것은 정식종목화에 부정적인 일부 위원들에게 태권도의 본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설득하기 위한 것이었다. 박씨 형제는 정식종목화에 부정적인 모든 위원들을 융숭히 대접하고 이해를 구했다. 국내 일부 기업들의 후원도 있었지만, 형인 박연희 사범이 당시 돈으로 10만 달러, 동생인 박연환 사범이 12만 달러를 충당했다. 대회의 성과는 충분했다. 미국에서 태권도의 열기와 붐을 직접 확인한 위원들은 태권도의 정식종목화를 더 이상 반대하기 어려웠고, 이는 94년 총회때 태권도의 정식 종목화에 큰 기여를 하게 됐다. 사실 전북출신 태권도인과 올림픽의 인연은 깊다. 1988년 서울올림픽 시범종목 때는 김제출신의 이상철 사범이 단장, 박연환 사범 부감독겸 코치를 맡아 미국 여자팀이 세계 1위, 남자팀이 2위를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또 고창출신의 박동근 사범은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미국 태권도 대표팀 코치를 맡았으며, 군산출신의 전영인 사범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미국 대표팀 헤드코치를 맡아 미국팀이 금메달을 따내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박동근 사범은 또 93년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세계 선수권대회 미국 대표팀 헤드코치, 94년 미국과 러시아대항 대회 미 대표팀 수석코치, 99년 독일 스투가르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헤드 코치 등을 맡아 지도자로서 이름을 날렸으며, 미국 태권도 고단자회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종주국인 한국에서의 태권도는 이제 정체기 또는 침체기라고 할 수 있다. 엘리트 선수들은 세계대회에 나가서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도장의 난립과 원생의 감소 등으로 태권도 사범들의 벌이도 예전만 못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와는 달리 세계적으로는 태권도가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 태권도대회가 열리지 않는 나라가 거의 없고, 태권도의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은 물론 대부분의 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인기있는 스포츠로 대접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뉴욕, 뉴저지, 메사츄세츠, 플로리다, 워싱턴 스테이트 등 200여개 공립학교에서 정규 체육과목으로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태권도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서 교육적으로도 유익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문화엑스포에 지도자로 참가했던 러시아인 마르킨 세르게이(Markin Sergei, 46)는 자신의 종아리에 태권도라는 글자를 문신으로 새기고 있다. 원래 복싱을 하다가 89년부터 태권도로 전향했다는 그는 러시아인이 좋아하는 스포츠 중에 스키, 바이애슬론 다음이 태권도다. 자기를 보호하고 서로 존중하는 운동이 태권도다며 러시아 정규학교에서 태권도를 가르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