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간척지에 그리는 노지 스마트농업의 청사진
정보통신기술, AI, 빅데이터 분석 등 첨단기술을 농업에 접목한 ‘스마트농업’이 대세다. 2022년 OECD는 스마트농업이 기후변화, 노동력 부족, 생태계 파괴, 인구 변화 등 농업이 직면한 문제해결에 이바지할 것임을 전망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세계 스마트농업 시장은 연평균 10%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선진국의 스마트농업은 대규모 농지에서의 생산성 향상과 노동력 절감이 가능한 곡물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뤘다. 인공위성과 연결한 자율주행 농기계 활용, 토양‧생산량 데이터를 토대로 한 인공지능 시스템의 최적 의사결정 지원이 생산성 향상과 이윤 증가를 불러왔다. 더불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스마트농업 관련 기술 수준은 최고 기술국 대비 70%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특히 스마트 농업기술 보급이 원활하지 않다. 아직은 시설원예와 축산 위주로 스마트 농업기술이 개발·보급되고 있으며, 소규모 다품목 위주인 노지에서의 스마트농업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노지작물을 중심으로 스마트농업 목표와 방법을 담은 ‘스마트농업 확산을 통한 농업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자율주행 농기계와 농업용 드론·로봇 등의 상용화를 지원하고, 주산지·품목별 시범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위해 자동 관수 및 관비 시스템, 방제용 드론, 환경 센서 등 즉시 보급이 가능한 기술부터 현장에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노지 스마트농업을 현장에 적용하고, 우리나라의 핵심 현안인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대안 중 하나가 바로 간척지 활용이다. 간척지를 활용하면, 선진 농업국처럼 규모화된 노지 스마트농업을 시연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간척 농지는 11만 2천 헥타르(ha)로 지난해 기준 국내 농경지의 약 7%를 차지한다. 일반 농경지와 달리 국내 간척지는 3~4헥타르로 넓게 조성된 곳이 많아, 규모화 농업이 가능하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도전을 새만금 간척지에서 시도하고 있다. 정부는 새만금의 미래 모습을 탄소중립 사회를 선도하는 ‘글로벌 녹색성장의 중심지’로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농업 분야에서의 목표를 ‘친환경·고품질 첨단농업 거점 육성’으로 내세운 바 있다. 새만금 간척지에서는 토양 센서로 양‧수분 함량 변화를 측정해 관리하는 정밀 양‧수분 관리시스템, 스마트트랩을 이용한 해충 발생 예측과 진단을 통한 해충 관리시스템, 드론을 활용한 농작업과 생육 진단 프로그램, 경운부터 파종, 비료 살포까지 가능한 자율주행 트랙터 등의 기술을 현장 실증 중이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콩을 대규모로 재배하는 현장 실증을 하고, 내년부터는 밀·콩 이모작까지도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풀 사료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는 이탈리안라이그라스의 종자 생산 현장 실증을 진행하고, 수입 건초를 대체하고 가축 사료비 절감을 위한 알팔파의 간척지 재배 적응성 평가와 무굴착 땅속배수 기술을 도입한 연중 재배 가능성도 검토하여 생산기반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바닷길을 끼고 있는 새만금. 새만금 간척지가 전북의 혁신과 성장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곳을 첨단농업의 거점으로 육성하려는 각계의 의지도 강하다. 새만금 간척지에서 검증된 노지 스마트 농업기술이 ‘글로벌 생명 환경 도시, 전북’으로 발돋움하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기술력 확보에 매진할 터이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