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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순례길에서 만날 수 있는 종교 성지

아름다운 순례길에서 만날 수 있는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를 지닌 우리 지역의 종교 성지를 소개한다. ■ 후백제 견훤이 창건했다는 미륵신앙 성지'김제 금산사'미륵신앙의 성지인 김제 금산사. 김제시 수류면 소재의 사찰이다. 후백제(900~936)의 견훤이 건립했다고 전하며 신라 말~고려 시대 석조건축물이 다수 남아 있다. 건물은 임진왜란(1592) 때 소실되었다가 재건됐다. 미륵전은 3층 불전으로서 1~2층은 도리의 길이 5간들보길이 4간, 3층은 3간2간이다. 대웅전에 해당하는 대적광전(大寂光殿)은 도리의 길이가 긴 건물로서 미륵전과는 대조적이다. 경내 5층 석탑은 신라 말기(10세기 초)의 것이다.■ 달마 대사 숭산 소림사 면벽좌선 뜻 담은'익산 숭림사'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인 금산사(金山寺)의 말사이다. 1345년(충목왕 1)에 창건했는데, 창건주는 미상이다. 중국의 달마(達磨)대사가 숭산(崇山) 소림사(小林寺)에서 9년간 면벽좌선(面壁坐禪)한 고사(故事)를 기리는 뜻에서 절 이름을 숭림사라 했다고 한다. 숭림사 보광전(보물 제825호)은 익산 웅포면 함라산 자락 깊숙한 곳에 있다. 내부에는 비로자나불이 있다. 불상 머리 위의 천장에는 섬세한 용 조각이 있는 닫집을 설치해 불상이 장엄하다.■ 첫 사제 김대건 신부 국내 첫 발 기념해 세운'나바위성당'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국내 첫발을 내디딘 것을 기념해 1906년 건립 된 나바위성당(사전 제318호)은 주변에 넓은 바위가 많아 나비위 성당으로 이름 붙였다고 한다. 고딕모양의 뾰족한 첨탑과 한옥 지붕을 얹은 예배당은 국내 유일 양식으로 김대건 신부의 순교탑 등이 있다. 한옥기와와 고딕식 첨탑이 어우러진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다양한 근대 건축물수목이 잘 보존된'원불교 중앙총부'원불교 중앙총부(등록문화재 제179호)는 원불교의 산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순례지이며, 국내 원불교의 성지로 통한다. 1924년 9월 이 곳에 자리를 잡았고, 1927년 교조인 소태산 대종사의 처소로 지어진 금강원 등 8개의 건물과 2개의 탑이 초창기의 모습을 그대로 복존하고 있다. 특히 일식과 한식이 혼합된 다양한 근대건축물과 수목이 잘 보존되어 휴식처가 되고 있다.■ 1890년대 지어진 종탑 그대로 보존된'김제 수류성당'김제시 금산면 화율리 223번지에 있는 전주교구 소속의 가톨릭 천주교회이다. 전동성당과 역사를 함께 한다. 1889년에 설립돼1890년대에 지어진 종탑이 아직 그대로 보존돼 있다. 수류성당이 있는 화율리 주민 대부분은 천주교 신자들로 15명의 사제를 배출했을 만큼 신심 깊은 마을이다. 625때 불탄 성당을 주민이 직접 냇가에서 모래와 자갈을 채취해 벽돌을 만들어 다시 지었다고 한다.■ 유교전통 따르며 복음 전파 ㄱ자 예배당'익산 두동교회'두동교회(지방문화재 자료 제179호)는 1923년 선교사 해리슨의 전도로 처음 설립, 남녀유별의 유교전통을 따르고 남녀모두에게 복음을 전파하려는 조상들의 지혜와 독창성이 돋보이는 남녀 회중석을 직각으로 배치해 서로 볼 수 없도록 했으며, 두 축이 만나는 중심에 강단을 시설해 'ㄱ' 자가 90도 회전한 평면 형태를 이루도록 했다. 기역자 예배당은 김제 금산교회와 단 2곳에만 있는 한국교회의 독특한 유형이다.김진아 문화전문시민(익산문화재단 문화예술사업국장)

  • 주말
  • 기고
  • 2012.08.31 23:02

전주 중앙시장 떡골목 'Made in 전북 떡' 맛 좋고 가격도 착해

'누워서 떡 먹기'란 '매우 하기 쉬운 것'을 뜻한다. 하지만 누워서 떡을 먹는 행위만큼 힘들고 위험한 일이 또 있을까. 되려 이 속담을 '걸어서 떡 먹기'라고 수정한다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2012 전북 방문의 해'를 맞아 전북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감히 '강추'하는 여행코스! 전북도 블로그단이 운영하는 블로그 '전북의 재발견(blog.jb.go.kr)이 전주 태평동에 위치한 중앙시장의 '떡골목'을 소개한다. △'거시기'한 떡맛 제대로 보러 가려면 전주시 태평동에 위치한 중앙시장. 남부시장과 함께 재래시장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도내 지역의 우수한 농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으며 훈훈한 인심까지 '덤'으로 얻어간다. 최근 재래시장은 현대화 사업을 통해 쾌적한 환경으로 새단장까지 마쳤다. 50m를 들어가면 바로 왼쪽에 '떡골목'이라는 선명한 글자가 보인다. 그 옆에는 정갈한 모습의 떡 사진이 보인다. 백문이불여일견. 직접 들어가보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어이, 총각! 떡 하나 잡숴봐. 많이 줄랑께." 하며 따라붙는 아주머니. "아, 단골인디 좀 더 주랑께." 총각이 눙을 치자, 오고가는 정 속에 흥정이 치러진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판매되는 떡은 과연 국산일까, 중국산일까. 정답은 가게마다 걸려있는 문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는 것만으로 쫄깃한, 형형색색 화려한 떡이 모두 'Made in 전북'. 역시 궁금한 것은 '맛'과 '가격'이다. '맛'은 정말 꿀맛이다. 한 입 베어물면 쫄깃함과 달콤함이 입안에 가득 퍼진다. '가격'역시 '맛'만큼이나 착하다. 위에 나열된 떡들이 단돈 '2000원'. 식사 대용으로도 손색이 없고, 간식으로 손색없는 떡들이 한 팩에 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물론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친구들도 있다. 자그마치 '3000원'. 떡에 붙은 형형색색의 콩과 팥을 생각한다면 3000원은 정말 큰 '배려'다. 맛 역시 몸값에 부응한다.△ 떡부터 잡채, 김밥까지 맛볼 수 있어이색적인 모습 중 하나가 떡과 함께 각양각색의 분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흔히 떡골목은 단순히 떡'만' 판매하는 곳이라 생각했던 생각이 한순간에 깨진다, 이곳에서는. 김밥은 1줄에 1000원, 잡채와 떡볶이가 각각 1인분에 2000원, 여름 별미인 팥빙수를 3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35년 떡골목의 역사와 함께 한 '오뚜기떡집'의 이현숙 대표는 가장 잘 팔리는 떡은 없다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두루두루 인기가 좋다나."일단 떡의 종류가 정말 다양하거든요. 게다가 맛도 좋으니까요. 시장 사람들의 후한 인심까지 느낄 수 있죠. 분식도 있어서 값싼 가격에 든든하게 드시고 갈 수 있어요."김 대표는 이어 "언제나 맛있는 떡을 많은 분들에게 값싸게 드리고 싶다"면서 "더 많은 분들이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했다. 오늘도 이곳에는 따끈따끈한 먹음직스러운 떡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전주 중앙시장 떡골목에서 '값싼 가격'으로 '맛'과 '정(情)'을 한아름 포장해가는 건 어떨까. ※ 유성웅씨는 대한축구협회, 문화체육관광부, 병무청 등 주로 스포츠 분야 블로그 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전북대 재학 중.

  • 주말
  • 기고
  • 2012.08.31 23:02

강인한 남성상 강조 "클래식 룩이 대세다"

가을의 스산한 바람이 문턱에 왔다. 가벼운 '쿨비즈'룩을 정리하고 직장에서 맵시를 뽐낼 수트 한 벌을 마련할 때다.패션업계는 올 가을겨울 남성정장에서 강인한 남성상을 연출하면서도 신뢰감과 안정감을 주는 '클래식룩'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절제된 컬러에 기교를 뺀 복고풍 디자인의 남성수트가 이번 추동시즌 콜렉션에서 대거 등장한 것이다.△남성수트, 톤 다운된 남색회색이 주류= 지난해 동 시즌에 비해 남성정장의컬러감은 한층 차분해졌다. 남성복에 널리 쓰이는 남색과 회색에 블랙 컬러를 머금은 톤 다운된 색깔이 정장라인에서 대거 선택된 것이다.제일모직의 남성복 브랜드 갤럭시에서 출시한 네이비색 남성정장이 그 대표적인예.이 브랜드의 이현정 디자인 실장은 "네이비는 신뢰감을 줘 면접 의상으로도 많이 추천된다"며 "뿔테 안경 등을 함께 매치하면 지적인 느낌이 더 강조된다"고 설명했다.이 밖에도 아날드바시니의 회색 계열의 재킷을 비롯해 업계는 다크블루, 와인 컬러의 재킷 등을 다양하게 출시했다.△기본으로 '회귀'한 디자인에 영국신사의 멋 더해= 이번 추동시즌에는 재킷의 기장은 길어지고 좁았던 라펠도 넓어진다. 몸에 딱 붙는 스타일을 추구한 지난 시즌의 디자인에서 과장과 기교를 빼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연출했다.LG패션 마에스트로에서 선보인 남성수트는 이러한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다.어깨에 딱딱한 패드를 넣고 허리선을 깊이 파 실루엣을 강조하는 대신 바지폭을다소 넓히는 등 적당한 핏감을 살린 것이다.브랜드 관계자는 "이번 시즌 남성복 시장의 가장 큰 흐름은 복고풍 복식"이라며 "그동안 남성복 시장을 장악했던 슬림핏을 대신한 자연스러운 멋이 이번 시즌 인기를 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또 여기에 더블 브레스트(재킷의 좌우가 겹쳐지도록 단추를 두 줄로 단 모양)와체크무늬를 더하면 남성 정장의 '클래식룩'이 완성된다.더블 브레스트가 단정하게 갖춰 입은 느낌을 강조하는 데다 작은 격자무늬가 블랙이나 차콜그레이로 수놓아지면 복고풍의 스타일이 완성되기 때문이다.이같은 디자인은 중후한 느낌의 '영국신사'의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제격이다. 연합뉴스

  • 문화일반
  • 연합
  • 2012.08.31 23:02

야구 점퍼 - 청춘 유혹하는 '캠퍼스 패션의 완성'

태풍의 영향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무더위가 사라졌다. 선선해지는 날씨와 함께 대학가는 곧 시작하는 새 학기 준비에 바쁘다. 3월이라면 '새내기 패션'이나 '오리엔테이션 패션'이 키워드를 차지하겠지만 가을 학기의 대학가 아이템은 바로 '야구 점퍼'. '학교 점퍼'나 '과 점퍼'로 인기가 높은 야구 점퍼는 간절기부터 한겨울까지 대학생들의 필수 아이템이다.야구점퍼의 공식 명칭은 경기장을 뜻하는 영단어를 써 스타디움 점퍼(stadium jumper)다. 원래 서양에서 운동선수가 운동장에서 입었던 것으로 이 외에도 '그라운드 점퍼' 또는 '베이스볼 잭' '투톤 점퍼'라고도 부른다. 야구 점퍼가 발명(?) 되기 전 운동선수들은 두터운 양모소재의 스웨터를 유니폼으로 입었는데 새로운 울 압축 기술이 활용되면서 야구 점퍼가 탄생하게 된다. 칼라가 없고 앞 중심은 단추나 지퍼를 채우는 게 일반적인 디자인으로 '투톤 점퍼'라는 이름처럼 보통 두 가지 색상을 대비시켜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한다.운동선수들의 옷이 캐주얼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생들의 덕. 이들은 평상시 입던 점퍼 가슴부위에 팀이나 소속 대학과 학과의 머리문자, 또 왼쪽 소매에는 졸업년도 숫자를 넣어 자신들의 소속감을 부각시켰던 것이다.서양의 '야구점퍼'로 대변되는 캠퍼스 문화는 1990년대 유행하기 시작됐다. 가장 처음 야구 점퍼를 이용한 것은 대학교의 체육대학 학생들. 유니폼이라는 특성과 체대의 이미지, 그리고 편리함이 더해져 선택됐다. 대학생의 이미지와 잘 어울릴 뿐 아니라 소속감을 심어준다는 장점 때문에 곧 체대생들 뿐 아니라 전교에 퍼지게 됐다. 물론 이 당시만 해도 디자인이나 색상은 거의 비슷하고 학교 문구만 등에 넣는 정도.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학교 점퍼'는 '과 점퍼'로 이어져 과나 학번에 따라 각기 다른 디자인을 창조하게 된다. 색상과 디자인, 의복의 재질도 모두 다르고 동아리 별 점퍼도 만들어지게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야구 점퍼가 유행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하의와도 어울릴 뿐 아니라 남녀 성별을 가리지 않는 편리함 때문이다. 또한, 사이즈 구애도 크게 받는 않는다.(학교 잠바로 인기있는 이유기도 하다.) 스포티한 제품이지만 여성스러운 스커트나 원피스에 매치하기 좋은 아이템. 여기에 커플 룩으로 이용하기도 좋다.이렇게 디자인이 다양해지면서 야구 점퍼 모양의 '과점퍼'는 대학생들의 일상복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트렌치코트나 가죽 재킷과 더불어 간절기 필수 아이템. 무엇보다 올해는 색상과 소재가 다양하게 출시돼 선택권이 많다. 야구 점퍼와 한 세트인 아이템은 후드 티셔츠다. 날씨가 추워져도 도톰한 후드 티셔츠와 야구 점퍼라면 거뜬할 것. 보통 야구 점퍼에 로고나 글씨가 많이 들어가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후드 티셔츠는 점퍼와 색이 같거나 비슷한 계열의 색을 골라 통일감을 주는 것을 권한다.

  • 주말
  • 이지연
  • 2012.08.31 23:02

577프로젝트 vs 링컨:뱀파이어 헌터

드라마나 영화가 현실을 반영한다고 하지만 이번 주 개봉한 두 작품은 사실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다. 영화를 이룬 모든 것이 사실이지만 정작 영화만 사실이 아닌, 혹은 허구로 만들어 낸 것이지만 실제 존재한 역사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 그만큼 극의 몰입도는 최고다. 사실인지 아닌지를 따질 게 아니라 그냥 즐기면서 보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 순도 100% 리얼 버라이어티 묵묵히 걸어간 577㎞- 577프로젝트(코미디, 드라마/ 99분/ 15세 관람가)작정을 했으면 무라도 썰어야 한다. 영화 '577프로젝트'는 '진짜'처럼 보이려 작정을 했고 열애 스캔들까지 난 공효진과 하정우를 투톱으로 내세웠으니 무를 썰어도 한참을 썬 노력이 돋보인다. '진짜'라면 재미있겠지만 '진짜'가 아닌 줄 알고 보는 이 작품. 하지만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어떨까'로 시작한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하정우가 백상예술대상에서 상을 탔지'로 변하는 마법을 구사할 것이다. 2011년 제47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하정우는 영화 부문 남자최우수 연기상 시상자이자 후보에 오른다. 함께 시상자로 오른 하지원은 '또 다시 상을 받으면 어떤 걸 하겠다'라는 공약을 말해달라고 청한다. 이에 하정우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올해도 상을 탄다면 트로피를 들고 국토대장정에 오르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거직말처럼 그는 정말 수상을 하게되고 약속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는데. 결국 하정우는 국토대장정 팀을 꾸리게 된다. 영화 '러브픽션'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공효진이 본의 아니게 함께 했으며 연기자 선후배를 총동원해 16명의 대원을 꾸려 577km에 달하는 국토대장정 길에 오른다.이 영화는 영화지만 동시에 다큐멘터리다. 각본도 없이 시작한, 배우 하정우가 기획한 사실이지만 또 동시에 사실이 아닌 오묘한 이야기.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를 좋아하냐 안 좋아하냐나 영화가 픽션이냐 논픽션이냐의 문제가 아닌 그저 재미로만 평가한다면 모든 것이 귀여울 그런 작품. 지루함 보다 유쾌함이 앞서는 시간이 될 것이다.■ 여름이 끝나갈 때 흡혈귀 사냥꾼이 찾아왔다- 링컨: 뱀파이어 헌터 (액션,스릴러/ 105분/ 청소년 관람불가)어린 시절 괴한에 의해 어머니를 잃은 소년 링컨(벤자민 워커)은 복수에 나서지만, 오히려 생명을 위협받는다. 위기의 순간에 나타난 헨리(도미닉 쿠퍼)에 의해 목숨을 구한 링컨은 그를 통해 이 세상에 흡혈귀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피나는 훈련을 통해 흡혈귀 사냥꾼으로 거듭난다. 링컨은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헨리에게 전달받은 미션(뱀파이어 사냥)을 남몰래 수행하며 법학도로서의 생활을 이어가고 메리(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와 결혼해 가정도 꾸리고, 정치인으로서의 경력도 쌓아간다. 한편 노예문제를 놓고 남부와 북부의 갈등은 점차 심해진다. 그 과정에서 링컨은 남부의 대지주들이 뱀파이어이며 그들이 노예를 자신들의 식량으로 조달하기 위해 노예제도의 존립을 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링컨: 뱀파이어 헌터'(이하 '링컨')이 주는 착각은 바로 미국 전 태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등장 때문이다. 남북전쟁과 노예제도의 폐지 등 그 시대의 실제 사건들을 뱀파이어와 엮어낸 것. 링컨이 대통령이 될 때까지의 성공 스토리에 '뱀파이어'라는 양념을 얹어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물론 미국 국민인 아닌 입장에서는 조금 거북하기도 하다. 낮에는 대통령으로, 밤에는 흡혈귀 사냥꾼으로 살아간다는 설정은 재미있지만 보통의 미국 영화가 그러듯 '미국 만세'를 대놓고 외치는 장면들이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다. 그래도 심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드는 이 스토리 구성과 만점짜리는 아니지만 강약 조절을 성공한 액션신 등은 '링컨'을 봐야만 하는 이유다.

  • 주말
  • 이지연
  • 2012.08.31 23:02

11. 익산 왕궁리 5층 석탑 출토 사리장엄구

1960년대 전주에서 논산으로 가는 국도 1호변에 자리한 낮은 언덕.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는 그 언덕에는 북쪽으로 기운 석탑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제는 어엿한 국보인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의 옛 모습이다. 그렇게 기울어 있던 석탑은 1965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있었던 석탑 중수를 통해 오늘날의 번듯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런데 중수하던 중 1층 지붕돌 윗면과 심초석에서 국립전주박물관을 대표하는 전시품이자 우리 고장의 자랑거리인 금강경판과 함, 금제 사리함과 수정병 등 사리장엄구가 발견되었다. 왕궁리 5층석탑은 흔히 불국사 석가탑과 같은 통일신라 석탑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오히려 익산 미륵사지 석탑이나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처럼 백제 석탑을 연상시킨다. 이 때문에 석탑을 삼국시대 백제에서 조성하였을 것이라는 견해, 통일신라 초에 조성되었을 것이라는 견해, 이와 달리 나말여초에 조성되었을 것이라는 견해 등 다양하게 의견이 제기되었다. 언뜻 보기에 백제 석탑과 같아 보이지만, 이 기단부는 통일신라 후기에 조성한 문경, 봉화 등 경북 북부지역 석탑과 유사하다. 이는 왕궁리 오층석탑을 조성할 때 경북 북부지역 석탑의 기단을 모방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왜 하필 멀고 먼 경북 북부지역의 석탑을 따라했을까. 주지하다시피 문경은 후백제 견훤의 고향이다. 왕궁리 5층석탑 조성 시 견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였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900년 완산주에 이르러 백제 의자왕의 숙분을 씻겠다고 공언한 견훤이 백제의 또 다른 도읍이었던 '왕궁평'에 세운 기념비적 조형물이 바로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 아니었을까.이곳에서 나온 사리장엄구와 금강경판 역시 석탑과 마찬가지로 그 조성시기와 관련하여 논란이 있다. 특히 최근 미륵사지 석탑에서 사리장엄구가 발견된 뒤에는 삼국시대 백제에서 만들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아울러 왕궁리 5층석탑에서 발견된 금강경판은 '관세음응험기'에 기록된 백제 무왕이 제석사지 탑에 봉안하였다는 '반야경'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과 함께 10세기 초에 조성되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금동불입상이 함께 출토되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금강경판과 사리함이 백제통일신라 혹은 후백제에서 만들었을 것이라는 식의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 탑에 이러한 사리장엄구를 봉안한 시기가 후백제가 익산지역을 경영하던 10세기 초라는 점이다. 최근 왕궁리 5층석탑 조사에 참여하였던 정명호 전 동국대 미술사학과 교수가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왕궁리 5층석탑 중수에 참여하였던 선생의 보고서가 익산 왕궁리 5층석탑과 사리장엄구의 진실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진정환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 문화일반
  • 기고
  • 2012.08.31 23:02

"캔버스 앞에선 장애가 장애물 안 돼"

불어라, 희망아!아트그룹 '아띠'가 '하나창작미술교실'과 인연을 맺은 뒤 기성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희망의 바람전'을 열고 있다. '하나창작미술교실'은 중증 장애에도 불구하고 수년 간 그림 공력을 쌓아온 단체로 '아띠' 창단에 힘을 보탠 한국화가 이문수(전주 교동아트센터 큐레이터)씨 덕분에 작가들과 만남을 가졌다. 이문수씨는 "충분히 교감했다고 말하기엔 어패가 있겠으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치유를 위한 예술교육이 아닌 그들이 문화예술교육의 욕구를 해소시킬 수 있는 기회로 접근하고자 한다"면서 여전히 진행형임을 강조했다.때론 작가에게도, 그림을 전혀 접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캔버스는 망망대해. 몇 년 전부터 미술수업을 해온 이씨를 중심으로 한 작가들은 "미술 이론을 설명하기 보다는 떠오르는 대로 아무 것이나 그려볼 것을 권유했다. 화면에 두려움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강정이(조각) 김미라 이광철(서양화) 이문수(한국화)씨는 선생님으로, 작가를 꿈꾸는 김금순 서점례 손옥자 이길성 장유(서양화)씨가 각각 공을 들인 작품을 내놓으면서 다들 흐뭇해했다. 작가들은 "지속하는 것과 즐기는 게 가장 좋은 지도 방법"이라면서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의 의미를 가슴 깊이 새겼다. 이번 전시는 전주시 사회단체 보조금 지원으로 이뤄졌다.△ 아띠, '희망의 바람전' = 9월2일까지 전주 교동아트스튜디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8.31 23:02

감동의 소리·몸짓…전통의 뿌리 되짚다

오랫동안 지역에서 전통의 뿌리를 되짚는 기획을 시도해온 (재)우진문화재단(회장 김경곤이사장 양상희)이 주목할 만한 시선을 준비한다. 이번 주말 올려질 2012 판소리 완창 무대 - 방수미 강산제 심청가(10월2일 오후 2시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와 널마루무용단의 춤으로 풀어내는 판소리 다섯 바탕 소극장 시리즈 Ⅲ -제비제비 흥부야(9월1일 오후 7시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가 그것이다.△ 울고 웃는 4시간30분 완창 4시간 30분. 강산제 '심청가'는 슬픔의 극치다. 우진문화재단과 (재)전주문화재단(이사장 유광찬)이 내년 판소리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 10주년을 앞두고 마련한 '2012 판소리 완창 무대'는 방수미 명창(국립민속국악원 단원)의 강산제 '심청가'로 꾸며진다. 방수미 명창은 결기 곱고 애잔한 미성을 갖고 있다. 오페라와 국악 칸타타의 주역으로 숨가쁜 활동을 소화하고 있는 방 명창은 자신에게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다. 강산제는 조선 후기 서편제의 시조격인 박유전 선생이 만년에 여생을 보낸 전남 보성의 강산마을을 따서 붙인 이름. 서편제와 마찬가지로 애절한 가락이 특징이다.특히 박유전은 '심청가'를 완성할 때 애절한 가락을 추가해 슬픈 장면은 한없이 슬프게, 비통한 장면은 끝모를 정도로 침통하게 표현했다.판소리 다섯 마당 중 슬픈 장면이 가장 많은 게 '심청가'라면, '심청가' 여러 소리 중 가장 슬픈 형식이 강산제 '심청가'지만, 마지막 심봉사 눈뜨는 대목에선 반전의 쾌감이 있다. △ 작지만 감동 가득한 흥부가"'제비제비 놀부야'라고 해도 될 뻔 했어요."'춤으로 풀어내는 판소리 다섯바탕'을 소극장 시리즈로 새롭게 풀어내고 있는 널마루무용단의 장인숙 단장 이 공연'제비제비 흥부야'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무리지어 살아가는 제비를 선과 악에 둘러쌓여 이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의 나약한 모습에 빗댄 '제비제비 흥부야'가 본래 흥부나 놀부 보다 제비에 비중을 둔 색다른 연출이었다면, 이번엔 눈대목을 중심으로 착한 흥부 보다는 나쁜 놀부에 초점을 맞췄다. 흥부 역은 송형준, 놀부 역은 판소리 도창을 겸하는 정민영이 맡고, 박현주 박희영 오정은 박희연 박미나가 제비들의 군무로 '제비춤'을 춘다.제비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려가며 욕심을 챙기려한 놀부를 용서하는 착한 아기 제비들은 또 다른 관전 포인트. 널마루어린이무용단 조시흔 박소정 장세인 주하임 최예린 임예빈 김효정 조시후 조아람이 함께 한다. 2012 전북도 상주단체 육성 지원사업 일환으로 우진문화재단과 널마루무용단이 준비한 공연.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8.31 23:02

동학·증산교·대종교·원불교 歷史 한눈에

19세기 조선조 말부터 20세기 초 일제하의 극심하게 혼란스러웠던 시대에 동학을 비롯, 많은 새로운 종교들이 탄생했다. 기성 종교도 아니고 전래종교도 아닌 제3의 길을 모색하는 이들'한국신종교'는 해방 이후에 이르기까지 사회변혁기에 한국에서 발생한 새로운 종교운동이었다. 한국신종교는 일반적으로 지배계급이 아닌, 대다수의 민초들을 위한 민중종교며, 민족종교로서의 특징을 지닌다. 동시에 세계종교의 보편성을 지닌 보편적 세계종료로서의 가치체계도 갖고 있다.한국신종교 발생의 역사적 배경, 사상적 특성, 미래사회에 대한 비전과 사회참여에 대한 종합적 면모를 살필 수 있는 종교서가 발간됐다. 원광대 종교문제연구소장인 박광수 교수(원불교 학과)가 낸 '한국신종교의 사상과 종교문화'(집문당). 한국신종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신화상징의례에 대한 연구를 해온 박 교수가 낸 이 책은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연구의 결실이기도 하다.동학 증산교 대종교 원불교 등 4개의 대표적 한국신종교를 중심으로 엮어졌으며, 한국신종교가 근세 한국사회의 개방과 변화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비판적 성찰도 담고 있다.저자는 "한국신종교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한국문화의 뿌리와 정신적 가치가 심층적으로 드러나고, 미래의 한국사회와 인류사회에 대한 주체적 역할이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주말
  • 김원용
  • 2012.08.31 23:02

자연 섭리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이희근 수필집 '사랑의 유통기한'

고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수필가 이희근씨(71)가 수필집 '사랑의 유통기한'을 냈다('오늘의 문학사'). 지난해 펴낸 '산에 올라가 봐야'에 이은 두 번째 수필집이다.'식물들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가끔 재미있는 현상들을 발견할 수 있다. 미모사는 잎을 건드리면 곧바로 아래로 축 늘어지면서 마치 시든 것같이 오므라든다. 이런 현상을 평압운동이라 한다. 결명차나 자귀나무의 싱싱하던 이파리는 해가 지면 사랑을 나누는 한 쌍처럼 꽉 달라붙는다. 수명운동이다. 또 채송화나 민들레는 꽃이 아침저녁으로 피고 지는 주기성을 가지고 있다. 광주성운동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젊었을 때 이런 현상들을 잘 알지 못하고, 어리석게도 벌이 꽃을 따먹었다느니 그렇지 않다느니 동료들과 설전을 했다'('벌이 따먹은 채송화' 중에서). 저자는 자연의 섭리를 통해 삶의 지혜를 보여주고, 관록이 묻어나는 일상의 삶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를 이야기 한다. 과거를 돌아보면서 현재를 성찰하고 내일의 비전을 제시한다. 5부에 걸쳐 총 60여편의 글들을 엮었다.정읍 출신의 저자는 계간 '문학사랑'의 수필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가톨릭문인협회문학사랑협의회한국민래문화연구원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주말
  • 김원용
  • 2012.08.31 23:02

학교폭력·교장공모제…교육현장을 말하다

진안 마령고 교장을 끝으로 교직에서 정년퇴임한 은종삼씨(70)가 첫 수필집 '청와대의 침묵'을 펴냈다(도서출판 북매니저). 은종삼씨가 40여년 전부터 교육전문지와 신문 등에 기고한 글들을 엮었다.학교폭력, 교장공모제, 방학, 일제고사 거부문제, 장학지도, 자율학습 등 교육문제들을 중심으로, 한문 전공 교사로서 한문교육에 관한 단상, 부모님과 자녀 이야기, 사회문제들을 망라했다. 저자 스스로는 이 책을 자신의 '인생보고서'라고 했다.잘못된 사회 현상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작은 일에 고마움을 표현하는 따뜻함이 글 곳곳에 스며있다. '날마다 천 원짜리 점심을 기다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 식단은 무엇일까. 조밥, 닭 미역국, 고춧잎, 쥐어 무침, 배추김치가 먹음직스럽고 푸짐하다. (중략) 나는 이 행복한 밥상을 대할 때마다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천 원짜리 밥상'중에서)'5월은 잔인한 달''청와대의 침묵''10월은 국어의 달''노벨문학상 꿈은 이루어진다''천 원짜리 밥상''싸이 닥터를 아시나요''미망인 진술서' 등 7부에 걸쳐 140여편의 글이 수록됐다.2009년 '대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한국교원단체 총연합회 교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9월1일 오후 5시30분 전주 노블레스 컨벤션에서 출판기념회와 함께 어머니 유품 전시회를 갖는다.

  • 주말
  • 김원용
  • 2012.08.31 23:02

책을 덮으면 길이 보인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을 폐기하기로 한다. 책을 신앙처럼 생각하며 안개 자욱한 길 없는 길에서 얼마나 헤맸던가.책 속에서 인생의 빛나는 순간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은 새벽별처럼 가뭇없이 사라져간다. 이제 그동안 읽어왔던 책들이 한낱 문자 기호의 배열일 뿐이었음을 뒤늦게 고백해야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책을 손에 들고 있는 이유는 마지막 페이지를 다 덮지 못한 탓이다. 정민 선생의 '삶을 바꾼 만남'(문학동네, 2011)을 읽어가며 연신 고개를 주억거린다.다산 정약용과 제자 황상의 운명적인 만남을 그려내고 있는 이 책의 첫 마디는 '과골삼천'(과 骨三穿). 복사뼈에 구멍이 세 번씩이나 뚫릴 정도로 치열했던 공부의 자세를 보여주는 다산 선생과 그에 미치지 못함을 부끄러워하는 황상의 일화는 절창이다. 두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워서 절창이기도 하지만, 가슴에 오래 새겨두고 곱씹을 만해서 절창이다."관 뚜껑을 덮기 전에야 어찌 그 지성스런 가르침을 저버릴 수 있겠습니까?"라는 황상의 말은 스승과 제자의 경계가 무너지고, 가르침의 미덕이 자본화된 요즘 더욱 사무친다. 사람들과의 만남이 필요에 따라 이루어지는 현상도 그렇지만 남 탓, 세태 탓으로 모든 허물을 덮으려는 곡해의 자세가 부끄럽다.스승과 제자의 인연이 잠깐 등 돌린다고 끊어지는 것도 아니고, 애써 부정한다고 그 인연을 무를 수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멀고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거칠기만 하다. 짧은 생각일지 모르지만, 오로지 책 속에서 길을 찾고자 하는 우매한 행태의 반복 탓이라는 생각이다.그래서 잠깐 책을 덮고자 한다. 애초에 책은 스승을 향해 가는 길, 제자를 찾아 떠나는 여정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책 속에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책 자체가 길이라는 뜻이다. 그 관계의 지향성을 무시한 채 책 속만 들여다보았으니 아무래도 소견이 좁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비록 소견은 좁을지라도 과골삼천의 자세마저 버려서야 쓰겠는가!모두 마흔네 개의 마디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마흔한 번째 마디에는 황상이 쓴 '회주 삼로에게 드림'의 한 대목이 있다. "종유했던 여러 분이 차례로 세상을 뜨매, 비유컨대 다락에 올라갔는데 사다리가 치워지고, 산에 들어가자 다리가 끊어진 격이라 하겠습니다."가르침을 받았던 스승들이 세상을 뜬 후 어지러운 소회가 잘 드러나 있다. 이 구절에서 비유하고 있는 '사다리'와 '다리'는 책으로 읽힌다. 비약적 읽기가 허락한다면, 나는 이 구절을 이렇게 읽어보고 싶다. "책을 덮어야 길을 얻을 수 있다."가르침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제자에게 길을 보여주고는 곧 그 길을 지워버리는 것. 길이 끝나야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깨달음의 기회를 주는 것. 애초에 스승의 길은 옛길이었으니, 그 길을 지나 제자는 마땅히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하는 법이니까. 그것이 스승과 제자 사이에 이어지는 공부의 과정이었을 것이다.그러고 보면 책은 잘못이 없었다. 잘못이 있다면 책 속에 길이 있을 거라고 순박하게 믿었던 독법이 문제다. 책은 다만 책이고자 했을 뿐, 애초에 빛나는 길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책은 오히려 무수한 오독의 발자국으로 어지럽혀진 진흙탕 같은 것이었다. 그곳에서 아직 밟아보지 않은 처녀지를 찾고자 했던 어눌한 책읽기를 탓할 뿐이다.그래도 깨우친 것이 있다면, 길은 책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산 선생이 보여주고 싶었던 가르침의 순간이자 황상이 깨달았던 배움의 극치이리라. 그러므로 이제 '삶을 바꾼 만남'을 버리고자 한다. 책을 버리는 순간 비로소 스승을 얻게 될 것이니, 책 속의 길이 아니라 그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길을 가고자 한다. 손에서 책을 높고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디디며 다가올 '운명'의 순간을 기다려본다.※ 문신 시인은 2004년 전북일보,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시집 '물가죽북'을 펴냈다. 현재 전주문화재단에 근무하고 있다.

  • 주말
  • 기고
  • 2012.08.31 23:02

'장애인 대축제'… 런던 패럴림픽 화려한 개막

전세계 장애인 스포츠인들의 최대 축제인 2012 런던패럴림픽이 마침내 막을 올렸다.런던패럴림픽조직위원회(LOCOG)는 30일(한국시간) 오전 5시 런던올림픽 주경기장에서 화려한 개막식을 갖고 11일간의 열전에 들어갔다.패럴림픽 사상 가장 많은 166개 나라에서 온 7천여 명의 선수단은 '역동하는 혼(Spirit in Motion)'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20개 종목 503개 세부 종목에서 메달을 놓고 실력을 겨룬다.개막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어둠 속에서 영국의 천재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등장하면서 개막식이 화려하게 시작됐다.공중에 떠있던 천체 조형물이 스타디움 한가운데 거대한 우산 조형물 안으로 빨려들면서 '빅뱅'이 일어났다.빅뱅은 우주 탄생의 신비를 설명하는 호킹 박사의 이론이다.이어 이날 개막식의 주인공 '미란다'가 거대 우산 안에서 나타났고 호킹 박사는그에게 "호기심을 가지라"고 충고했다.필립 크레이븐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과 영국 여왕의 입장에 이어 선수단 입장이 시작됐다.선수들은 비장애인 올림픽의 개막식과 달리 개막공연 이전에 입장을 마쳐 함께 공연을 즐겼다.각 나라의 선수단 기수와 함께 선수단 맨 앞에 선 여성 자원봉사자는 해당 국가의 국기 색깔과 같은 드레스를 맞춰 입어 눈길을 끌었다.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가 올림픽 개막식에서 항상 첫번째로 입장하는 것과는 달리 패럴림픽에서는 알파벳 순서로 가장 빠른 아프가니스탄(Afghanistan)이첫번째로 입장했다.한국은 이번 대회에 88명의 선수를 파견해 금메달 11개 이상으로 종합 13위 이상 달성을 노린다. 연합뉴스

  • 스포츠일반
  • 연합
  • 2012.08.31 23:02

'맨땅에 헤딩' 했지만 한편으론 가슴 뿌듯"

"처음에는 여자가 무슨 축구를 하느냐는 핀잔도 많이 받았고, 전국대회에 나가면 한동안 동네북 신세가 되곤했는데, 지나고보니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완주 삼례에 여자축구가 태동하는데 산파역을 맡았던 한택 전 삼례여중 축구부장(현 전주중교사)의 회고담이다.엘리트 육상 선수 출신으로 국가대표 육상팀 코치와 전북육상연맹 전무이사를 지내기도 했던 그가 삼례여중에 축구팀을 창단한 것은 우연이었다.호주에서 3개월 가량 연수를 하면서 여학생들이 축구하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어 삼례여중 체육교사를 지내면서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처음엔 동호회 수준이었으나 그는 엘리트팀이 필요하다고 판단, 도교육청과 체육회, 축구협회 등을 찾아다닌 끝에 해법을 찾았다.삼례여중에 축구팀이 창단된 2000년 4월은 때마침 '2002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붐이 한창 불던때였다."과연 제대로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으나, 막상 선수를 모집하니 무려 50여명이 지원했다.우역곡절끝에 팀은 창단했으나, 한동안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초창기엔 선수들이 오프사이드 룰도 제대로 몰랐고, 첫 전국대회에서 0-6으로 참패한 경험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한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끝에 전국소년체전에서 준우승을 하고, 여왕기전국종별여자축구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도 컸다.김수철 감독을 영입해 삼례여중에 여자축구팀을 만든 뒤, 바로 이듬해 한별고에서는 이희근 교장과 최강옥 부장이 팀을 창단, 바야흐로 완주 삼례를 여자축구의 중심지로 만들기 시작했다.한택 전 부장은 "최근 런던올림픽에서 남자축구가 사상 첫 동메달의 신화를 만들어냈듯, 여자축구도 기적을 만들어내는 날이 올 것"이라면서 "완주 삼례에서 꿈을 키운 선수들이 그 주역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스포츠일반
  • 위병기
  • 2012.08.31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