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희문학관의 어린이손글씨마당] 3. 포근한 등을 가진 우리 형에게
△글제목: 포근한 등을 가진 우리 형에게 △글쓴이: 정원혁 (대구 장동초등학교 3학년) 형, 나 원혁이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난 형이 나를 무척 싫어하고 미워하는 줄 알았어. 물론 나도 형이 항상 좋기만 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형을 미워한 적은 없어. 형과 다섯 살이나 차이 나지만, 형이 나와 놀아줄 때도 많아서 난 형이 좋아. 가끔씩은 무심한 듯 간식을 툭 꺼내놓으며 “먹든지 말든지, 네가 좋아하는 과자 아니냐?”라고 말하며 나를 잘 챙겨준다는 것도 알아. 지난번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노는데 큰 형아들이 무리로 나타나 무법자처럼 행동해서 내가 속상해하며 집에 돌아왔던 날 기억나? 왜 이렇게 일찍 들어왔냐는 엄마의 말에 순간 꾹꾹 눌러왔던 서러움이 터져버렸던 것 같아.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말하는데, 형이 갑자기 뛰쳐나갔잖아. 솔직히 난 늘 그랬듯 ‘느긋한 형이 또 여유를 부리다 시간에 쫓기듯 학원에 가는구나!’하고 생각했어. 그런데 잠시 뒤, 놀이터에서 함께 놀던 친구에게 전화가 왔어. “원혁아, 너의 형이 아까 그 나쁜 깡패 형아들 따끔하게 혼내주고 있어. 나쁜 짓 하더니 속이 다 시원하다! 너희 형 정말 멋지다! 나쁜 형들 갔으니 다시 내려와서 놀자!” 좀 전까지만 해도 엄마의 위로를 받으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던 난 구름 위에 올라탄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놀이터로 향했어. 내가 도착했을 때는 저만치 앞에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학원으로 향하고 있는 형의 뒷모습만 보였어. ‘쫓아가서 고맙다고 말할까?’ 생각했지만, 바쁜 형을 부르면 왠지 또 짜증이 돌아올 듯해 그냥 멀어져가는 뒷모습만 바라봤어. “그때 달려가서 고맙다고 말할걸….” 형과 다툴 때마다 요즘 그런 후회가 들곤 해. 왠지 내가 형에게 고마운 감정들을 잘 표현하지 않아서 형이 내 마음을 자주 오해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얼마 뒤, 사소한 일로 다투고 속상한 마음에 일찍 누웠는데, 마음이 답답해서 눈을 꾹 감고 있어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어. 그런데 형은 내가 잠든 줄 알았나 봐. 형이 엄마께 쏟아내는 진심을 들은 순간, 그만 커다란 못이 가슴에 탕! 탕! 탕! 박혀버렸어. “엄마, 저 정말 원혁이가 너무 싫어요! 동생 같은 건 없었으면 좋겠어요!” 꾹 감은 내 두 눈에서는 어느새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줄줄줄 흘러내리고 있었어. 다음 날, “엄마, 형은 저를 싫어하는 것 같아요.”라는 나의 말에 엄마가 앨범 하나를 들고 와 그 안에 있는 오래전 형과 내 모습을 보여주셨어. 사진 속 아주 작은 꼬마가 아기를 조그만 품에 끌어안고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젖병을 물리고, 뽀뽀하며 팔베개도 해주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어. “이래도 형이 원혁이를 싫어하는 것 같아? 지금 사춘기라 예민해서 그래.“ 엄마의 말씀에도 여전히 못이 빠지지 않던 어느 날, 놀이터에서 발목을 다쳐 엄마께 전화를 했어. 잠시 뒤, 멀리서 치타처럼 정신없이 달려오는 형이 보였어. 형이 업히라며 등을 내주는 모습에 머뭇거리고 있으니, 형이 괜찮다며 업히라고 했잖아. 못 이기는 척 업힌 그날, 형의 등은 바다처럼 넓고 포근했어. 30도의 날씨에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집에 들어서자마자 응급실로 향하는 나를 따라와 병원에서 계속 업어주고 살펴주며 나를 걱정해 줬잖아. 그리고 아마 그날이었던 것 같아. 내 마음에 남아있던 큰 못들이 한꺼번에 쑥 빠져버린 게. 비록 그날 내 복숭아뼈는 부서졌지만, 형에 대한 믿음과 사랑은 단단해졌어. 그날도 형에게 쑥스러워 말 못 했는데…. 형아, 고마워, 사랑해! 2022년 9월 8일 형아를 사랑하는 원혁이가 ※ 이 글은 2022년 전북일보사·최명희문학관·혼불기념사업회가 주최·주관한 <제16회 대한민국 초등학생 손글씨 공모전> 수상작품입니다. 제17회 공모전은 4월 25일부터 9월 17일까지 작품을 모집합니다. 문의 최명희문학관(063-284-0570)